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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여행

밀양의 이팝나무꽃

by 리치샘 2022. 5. 15.

벚꽃이 지고 이어서 진달래, 그리고 영산홍과 철쭉이 연이어 꽃의 향연을 이어가고 있다. 거기다가 근래에 들어 5월 초순이 되면 이팝나무 꽃이 눈에 띄게 많아지고 있다.

이팝나무 꽃이 많아진 이유를 잠깐 생각해본다.
봄의 전령 중 가장 확실한 꽃은 말할 필요없이 벚꽃이다. 그 화려한 백색은 겨우내 칙칙한 색으로 죽어 있던 산야를 살려내는 생명의 전령이다. 하지만 고작해야 1주일 정도, 개화 기간이 너무 짧다. 일순간에 화들짝 피고, 바람 불거나 비오고 그리고 자고 일어나면 다 져버리는 성질 마른 꽃이라서 아쉽기가 한량이 없다.

한꺼번에 엎질러버린 한가득 물통을 반쯤이나 다시 채워주는 꽃, 그것이 이팝나무 꽃이 아닐까 한다. 

4월 중순 벚꽃이 지고 나면 잠시 허황한 느낌의 시간을 잔달래 류로 채운다. 그러다 오월 초순이 되면 다시 흰색의 털복숭이같은 꽃이 대지를 덮어서 벚꽃의 화려했던 아쉬움을 소환하게 된다.
이팝나무 꽃은 벚꽃보다는 개화 기간이 조금 길다. 그리고 자고 일어나면 몰살하듯 한꺼번에 가버리는 벚꽃의 냉정함보다는 덜한 낙화의 시간이 있다.

나는 이팝나무 꽃을 밀양에 살면서 가까이하게 되었다.
근래에는 밀양의 고속도로 나들목 등 많은 곳에서 이팝나무 꽃을 만날 수 있게 되었지만 20여 년 전에는 표충사 입구의 삼거 마을에 있는 오래되고 아주 큰 키의 나무가 밀양 이팝나무의 표상이었다. 

한때 이팝나무 꽃의 매력에 빠져 김해 주촌 천곡리 이팝나무를 일부러 찾아가 보기도 했다.

다소 귀하기도 했던 이팝나무가 장관을 이루는 곳이 밀양에 있다. 표충사 입구 범도리에서 밀양댐에 이르는 5km 이팝나무 가로수길이 그곳이다.

1991년부터 2001년까지 10년에 걸친 대공사 끝에 밀양댐이 완공되고, 주변 경관을 재정비하던 중 밀양댐에 이르는 진입로를 확포장하면서 가로수를 새로 심게 되었는데, 그 과정에서 당시 밀양댐 건설소장을 맡은 분의 혜안으로 수종이 이팝나무로 결정이 되었다고 한다.
그로부터 세월이 다시 20여 년이 흐른 2022년의 이팝나무는 약관의 싱싱함에 왕성한 생명력을 더해서 보는 이에게 즐거움과 함께 활기를 불어넣어주는 명소가 되었다.

 

밀양시 단장면 범도리에서 밀양댐에 이르는 길에 가로수로 심어져 있는 이팝나무

 

또 한 군데, 인터넷 매체를 비롯한 소식통들이 가볼 만한 5월의 명소를 소개하면서 빠뜨리지 않은 곳이 있으니,  밀양의 위양지다.
신라시대부터 조성된 이 크지 않은 저수지에는 완재정이라는 아담한 정자가 있고, 이 정자의 뜰 앞에 이팝나무 몇 그루가 있다. 
완재정과 이팝나무 꽃, 이 둘의 완벽한 조화는 5월 초순에 이루어진다. 이곳은 드라마와 영화에도 몇 번 찍혔다. 가장 완벽한 풍광은 바람 고요한 날 이른 아침이다. 먼길을 오는 이들에겐 이 기회를 잡는 일이 쉽지 않을 듯하다.(나 역시 이 사진을 찍은 날은 그냥 지나가던 길이었다.)

바람이 변수가 되는 것은 반영 때문이다. 물결이 일면 반영이 제대로 나타나지 않는다. 위의 사진들을 비교해보면 알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