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새해맞이를 했던 동선새바지에 다시 갔다. 원래는 가덕도의 제일 높은 산봉우리인 연대봉에 가려고 작정하고 집을 나섰는데, 부산항신항에서 거제로 가는 길에 들어서자 마자 귀성차량들과 차 머리와 꼬리를 맞대는 일이 벌어졌다.
귀성 목적이 아닌 우리로서는 그 답답한 행렬에서 벗어나고자 눌차대교를 건너자마자 바로 동선 방향으로 빠졌다.
동선새바지 방파제 바로 앞에는 새들이 떼를 지어 있었다. 먹이가 많은 곳인지 지난 새해맞이할 때도 많은 새들을 본 곳이다. 자세히 보니 새 종류도 매우 다양했다.
낙동강과 가까운 탓에 바다 깊이가 얕은 것 같다. 물이 빠져나간 바닷가에는 미역을 따는 사람들이 많았다. 동네 사람들로 보이는 이들도 있었고, 외지인으로 보이는 사람도 제법 보였다.
동선새바지 방파제를 지나 눌차도로 들어서니 바다는 온통 양식장이다. 자세히 보니 큰 조개를 역어서 달아놓았다. 갯일에 대해서 무지한 나로서는 무엇을 양식하는 지는 알 길이 없다. 인터넷을 뒤져보니 눌차도에서는 김과 굴이 많이 난다고 한다. 굴 아니면 김 양식장일 터인데, 김 양식장은 그물처럼 엮여 줄에서 자란다고 하니 여기는 굴 양식장인 것 같다.
갯벌이 길게 드러난 바닷가에는 손수 따온 듯한 미역을 널어 말리고 있었다.
눌차도에는 내눌 마을과 외눌 마을이 있다. 신항 쪽이 외눌이고, 동선 쪽이 내눌이다. 농협창고에 '웅동농협 눌차지소'라는 표식으로 미루어 보아 예전에 이곳의 행정구역은 진해 웅천에 속했던 모양이다.
내눌와 외눌을 잇은 마을길은 차 한 대가 겨우 갈 수 있을 정도로 아주 좁았다. 도로명은 '동선새바지길'이다. 부산향토문화백과에는 '새바지'는 '세바람[서남풍의 방언]을 받는 등받이라서 세바지(혹은 새바지)라 불렀다'라고 설명이 되어 있다.
눌차도 들어서기 전의 동선도 그렇고, 내눌, 외눌 모두 반듯반듯하고 예쁘게 생긴 새 집들이 많았다.
하지만 이곳에 오래 전부터 터전을 잡고 살아왔을 법한 분들이 어떤 연유에서인지 떠나버리고 폐가가 된 집들도 상당수 있었다.
눌차도를 오가는 마을버스 표지판. 너무 낡아서 버스도 끊겨버린 것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잠시 가졌는데, 마침 강서17번 마을버스가 들어서고 있었다. 앉아서 버스를 기다리라고 만들어놓은 조그마한 구조물은 앉을 의자 위에 또 다른 의자가 얹혀 있는 걸로 봐서 이용하는 사람들이 많지 않은 것 같았다.
부산항신항이 들어서면서 바다를 아예 메워 녹산 쪽과 가덕도를 연결해버렸다. 일부 구간은 아주 낮고 넓은 다리로 되어 있지만 명지 쪽에서 신항만 쪽으로 배는 오갈 수 없다.
눌차도는 동선새바지 방파제가 동선과 눌차도를 연결하고 있다. 방파제는 바다물이 드나드는 곳이 없다. 눌차도 양식장에 드나드는 물은 신항만 쪽으로 트여있는 수로를 통해서다. 지도를 보면 이곳의 지형이 매우 특이함을 알 수 있다.
외눌 마을 앞에는 신항만의 거대한 기중기들이 쉴 새없이 굉음을 내면서 움직이고 있었다. 설날 연휴인데도 불구하고 수출입 화물은 계속 선적과 하역은 쉴 수가 없는 모양이다.
가덕도에서 떨어져나와 누워있는 형상의 눌차도는 북쪽으로는 부산항신항이 남쪽으로는 가덕신공항에게 압박을 받는 형세다. 예전에 성했던 굴 양식장은 왜소해지고 있는 느낌이다.
거대한 크레인 소리와 제트 비행기의 굉음이 합쳐지는 날이 오면 이곳 사람들의 오랜 생업은 접어야 할 지도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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