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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여행

4월 중순 남지에서 유채꽃 향기에 빠지다

by 리치샘 2022. 4. 16.

올들어 더 나이가 들기 전에, 기동력 더 떨어지기 전에 어디라도 한 곳이라도 더 명승지를 가보자는 심정으로 연일 집을 나선다.

봄 기운이 돌면서 매화를 맞이하러 3월 초에 광양까지 서둘러 갔다가 허탕을 친 후 조바심이 생겼다. 진해보다 위도가 높은 밀양과 경주에서 먼저 벚꽃을 보고 봄꽃의 개화기에 대한 혼란이 생기면서 혹시나 시기를 놓치지 않을까 하는 걱정거리도 생겼다. 
새봄 맞이의 서막 행차로 생각했던 광양의 매화와 구례의 산수유는 결국 올해도 보지 못했다. 대신 진해의 여좌동, 경화역, 안민고개, 드림로드를 비롯해서 합천댐 100리 길, 경주 보문호, 밀양 삼문동 둘레길에서 벚꽃의 태생에서 낙화까지의 과정을 흠씬 즐겼다. 창원 천주산에서 진달래에 진종일 취하기도 했다.

천주산 무리한 산행으로 근육이 경련이 일어날 지경었음에도 불구하고 그 다음 날 창녕 남지 유채밭으로 갔다. 

주차장에 들어설 때 주차된 차가 거의 없어 시기를 놓치거나 아니면 너무 일찍 온 것 아닌가 하는 낭패감이 있었지만 주차장이 더 없이 넓은 탓에 상대적으로 차의 대수가 적은 것으로 보였던 듯하다. 주차장은 유채밭의 양쪽 끝에 하나씩 아주아주 넓직하게 마련되어 있고, 찾아올 손님을 맞이하기 위해 주차선을 열심히 만들고 있었다.
평일인데다 완전 개화가 안되어 찾은 사람이 북적댈 정도는 아니었다.


남지교와 남지철교 입구를 지나자 유채향이 바람을 타고 바로 콧속으로 돌진해온다. 유채밭 가운데로 넓은 산책로가 있고, 강쪽으로도 강둑 쪽으로도 길이 있다. 이들 길은 일정한 간격을 두고 서로 이어진다.

유채는 배추(야생종)와 양배추(야생종)의 자연교잡종이다. 노란색 꽃이 피며, 종자는 기름으로 많이 쓰인다고 해서 이름이 油菜(유채)이다. 우리말로는 '평지', 보통은 '가랏나물', '겨울초'로 부른다. 꽃봉오리가 맺히기 전 여린 잎은 쌈채소, 국, 무침, 겉절이 등 여러가지로 쓰이지만 꽃은 그다지 식용으로 많이 쓰이지 않는 편이다.(나무위키). 유채 기름은 식용유로 사용되다가 지금은 거의 콩기름으로 대체되고 있으며, 바이오 에너지의 원료로도 사용된다고 한다.

유채꽃 향기는 사람에 따라 호불호가 갈린다고 하지만, 근본적으로 봄의 향기임은 분명하다.


낙동강은 남지 윗쪽 적포에서 합천에서 흘러온 황강을 합류시켜 이곳 남지에 이르면 강폭이 넓어진다. 1930년대 일제가 건설한 트러스 구조의 남지철교는 한국전쟁 당시 낙동강 최후 방어선을 구축하면서 폭파되었다가 전쟁 후에 복구가 되었다. 아래 사진 왼쪽의 하늘색으로 칠해진 다리이다. 1990년대 들어 그 옆에 더 크고 더 넓은 철교를 원래의 철교와 똑같은 모양으로 만들었다. 이 다리는 함안군 칠서면과 창녕군 남지읍을 이어준다. 

칠서면 쪽에서 본 남지철교와 남지읍, 유채꽃밭.

 

지명을 넣어 멋진 말로 만들었다.

창녕 낙동강 유체축제는 유명한 축제로 널리 알려져 전국적으로 많은 관광객들이 모여들었지만 코로나19 사태로 축제가 연 3년째 취소되었다.

화무백일홍(花無百日紅) 인무천일호(人無千日好)라고 했다. 꽃의 붉음이 백 일을 가지 않고, 사람에게는 천 일 내내 좋은 일만 있지는 않다는 말인데, 역으로 이 역병의 마귀가 물러가고 꽃을 다같이 즐길 수 있기를 염원해본다. 

유채꽃만 지천으로 깔려 있는 것이 아니라 튜립과 청보리를 적절히 섞어서 멋진 형상을 만들어 놓았다. 이 형상은 하늘에서 내려다봐야 짐작을 할 수 있을만큼 큰 그림이다.(아래의 동영상 참조)  

산책로 중간에 초가집, 동요 산토끼, 따오기 등을 주제화한 쉼터가 군데군데 있다.

[드론 동영상]

https://youtu.be/dLJ8pKfg4N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