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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양 마을지도를 만들고 있습니다. 

마을에는 상촌, 중촌, 하촌, 평촌 등과 같은 흔한 이름도 있지만 솥질, 수무지, 솔방과 같은 귀한 이름들도 있습니다. 
1914년 일제 치하에 행정구역정리 작업의 결과로 지금도 통용되고 있는 ○○시/군, ○○면/읍, ○○리/동 등의 행정구역명은 일본인들이 즐겨쓴 한자 표기라는 치명적인 결함을 갖고 있습니다. 

넓은 돌이 반반하게 있는 골짜기를 우리 조상들은 어떻게 이름을 붙였을까요? 반석곡이라고 했을까요? 물론 그럴 수도 있겠지만 시골에서 농사짓고 살던 글공부를 하지 못한 사람들은 그렇게 부를 수가 없었을 것입니다. 왜냐하면 1차적으로는 한자를 쓸 줄 몰랐고 2차적으로는 그렇게 부르더라도 무슨 뜻인지를 알지 못했기 때문에 낯선 이름이 되고 말았겠지요. 낯선 이름은 쉽게 잊혀지고요.(한자는 양반의 전유물이었습니다.) 
그러면 반석곡 대신에 뭐라고 불렀을까요? 저의 동네에서는 돌반실이라고 했습니다. 돌이 반반한 골짜기의 준말이지요. 앞서의 솥질은 정곡마을의 순 우리말 이름인데요, 이 이름은 아마도 솥실의 변형이 아닌가 여겨집니다. 수무지는 난리를 피해 숨어지낸 곳이라는 의미인데 한자어는 영안(永安) 즉 오랫동안 숨어서 편안하게 지낸(밀양지명고) 마을로 이름이 바뀌었네요. 수무지는 직설적이고 영안은 은유적이네요.

오래 전에 밀양문화원에서 밀양지명고라는 책을 냈습니다. 지금은 아주 귀한 책이 되어 있는데요, 책이 흔하지 않아서 귀하기도 하지만 너무나 어려운 작업의 결과이기 때문에 더욱 귀한 책입니다. 제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지금은 그런 작업이 거의 불가능하리라고 봅니다. 마을을 지키고 있는 마을의 내력을 아는 분들이 드물어졌거든요. 

마을마다 경지 정리를 해서 예전의 들 모양이나 냇물의 흐름이 많이 바뀌어 밀양지명고에서 조사 정리된 이름마저도 현장에 가보면 가늠이 안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밀양지명고 보기>


이런저런 안타까운 마음에 네이버 지도를 바탕에 깔고, 다음 지도와 정부의 표준공시지가 사이트에 나와 있는 지명, 그리고 밀양지명고를 참고해서 행정구역상의 리/동 기준으로 마을 지도를 만들고 있습니다. 확실한 지명을 우선 표기하고 세세한 부분을 더 찾아보고 물어보고 보태어나갈 생각입니다. 
 
<밀양 마을 지도 보기>


이 지도를 토대로 드론으로 마을의 모습을 담아 '하늘에서 본 밀양'이란 주제로 동영상을 제작하고 있습니다. 많은 시간이 소요되는 일이고 시행착오를 많이 겪어야 하는 작업이기도 합니다.

지금까지 만든 영상은 다음 페이지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유튜브에서 '하늘에서 본 밀양'으로 검색을 하시면 쉽게 찾을 수 있습니다. 

<하늘에서 본 밀양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