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1월 15일 일요일 일정
오전 5시 50분 네피도 호텔 출발 - 만달레이 마하간다욘 수도원(9시 40분) - 우베인 다리 - 짜욱도지 파고다 - 마하무니 부다 절 - 유가네 한식당(오후 1시) - 만달레이 힐 - 핀우린 로얄 자스민 호텔(오후 7시) - 필 레스토랑
오늘 일정은 새벽에 시작한다. 새벽 출발을 감안해서 전날 미리 호텔에 부탁해서 아침 밥 대신 빵과 과일을 넣은 도시락을 준비해달라고 했다. 만달레이의 마하간다욘 수도원의 공양이 아침 10시 15분에 시작되기 때문에 그 모습을 보기 위해서 아침 일찍 출발하지 않으면 안되었다.
만달레이까지는 대략 4시간 정도 소요될 것으로 예상했고, 중간에 있는 285마일 지점 휴게소에 들리는 시간까지 포함한다면 4시간 반 이상은 잡아야 했다.
얼굴만 보면 미소를 짓는 호텔 메니저를 비롯해서 요리사, 서빙하는 친구들이 도시락을 정성스럽게 싸서 새벽에 대기하고 있다가 건네주었다. 포장한 모양이 세심한 손길 흔적이 보여 몇 번이나 합장 인사를 했다. 그럴 때마자 그네들도 손을 모으며 미소를 보내주었고.
일행 중 꼭 한두 명은 제 시간을 맞추어 나타나지 않는다. 사람 사는 세상이 원래 그렇다.
이야기를 나누는 도중에 갱상도(!) 사투리를 하도 많이 써서 그걸 빌미삼아 벌금을 매기기 시작한 것을 시간 지체에도 적용을 시키자고 기다리는 다수가 긴급 결의를 했다. 그래봐야 벌금 내는 사람이 늘 정혀져 있었지만...
엊저녁에 먹은 음식 때문에 배탈이 났다. 무슨 음식인지는 짐작이 안된다. 새벽부터 편치 못한 속을 안고 움직이자니 고역이다.
마하간디욘 수도원(Maha Gandaryon Monastery : 위치 보기)은 만달레이 남쪽 아마라푸라의 타웅타만 호수를 가로 지르는 우베인 다리 입구에 있다. 만달레이 지역 최대의 승려 수도원으로 이곳에 머무는 승려의 수는 1,500명이나 된다고 한다.
이곳 스님들은 하루 두 번, 오전에만 공양을 하는데, 그 중 한 번, 10시 15분 종을 울리면 준비에 들어가고 다시 30분 경에 종을 울리면 공양을 시작한다고 한다.
주차장 부근에 음식을 마련하는 곳이 있다.
큰 솥이 몇 개 걸려 있다. 조리 중인 솥이 있고 빈 솥도 있다.
밥솥도 엄청나게 크다. 그러나 1,500명이 먹기에는 양이 너무 적다. 나머지 대부분의 스님들 밥은 탁발해온 것이리라.
대승불교 승려들은 소승불교인 우리와 달리 고기도 먹는다. 고기 반찬 준비가 한창이다.
이 광경을 두고 빈정대는 말투로 '중이 고기를 먹으면 되냐'고 할 지 모른다. 그러나 그것은 그들이 무지해서가 아니라 우리와는 다르다는 차원으로 접근하는 것이 옳다.
공양을 하는 건물 벽은 불경인지, 시주자 명단인지 모를 많은 글들이 대리석에 새겨져 있다.
이 건물 아래층에서 공양이 이루어진다. 이곳 말고 다른 장소도 있으리라 생각된다.
본격 공양에 앞서 노스님들이 먼저 입장을 했다. 오늘의 시주자들인 듯싶은 사람들이 노스님 앞에서 축복을 받고 함께 기도를 한다.
이런 기회가 대단히 영광된 자리인 모양이다. 휴대폰 카메라를 들고 연신 장면 장면을 촬영하는 사람도 있다.
수도원의 규모를 짐작케 하는 안내도. 수많은 건물들이 경내를 채우고 있다. 절에 딸린 중학교도 있다.
공양하는 방이 꽤 넓다.
시계가 10시 5분을 가리키고 있다. 곧 종이 울리면 스님들이 나타날 것이다.
관광객들이 많다. 아직은 본격적인 공양 시간이 아니라서 길을 점유하고 있는데 이 길은 스님들이 들어오는 길이라 조금 후에는 양 옆으로 비켜야 한다.
그들은 진정 무엇을 보기 위해 이곳에 왔을까?
드디어 종이 한 번 울리고 관광객들은 길 가장자리로 물러났다.
종은 범종이 아니라 철도 레일을 잘라 건물 천정에 매달아 놓은 것이었다.
수도원장님은 참 알뜰도 하시지! 불자님들! 종 시주 좀 하시죠!
드디어 탁발 그릇을 든 스님들이 입장하기 시작한다. 곧바로 입장하는 것이 아니라 질서 정연하게 줄을 선다.
강아지는 개념없이 줄도 안서고, 그냥 편한 자세로 앉아 있다.
입장하는 스님들의 표정은 사뭇 진지하다.
그런데 자세히 보면 줄서는 기준이라는 것이 없어보인다. 나이 든 스님과 동자승이 뒤섞여 있다. 갖 출가한 듯한 동자승과 법복의 색깔이 다른 어린 비구니 스님도 앞뒤 순서 없이 끼어 있다. 비슷한 세대들이라도 머리의 높낮이가 다르다.
정확히 10시 30분이 되면 종을 네 번 울리고, 공양이 시작된다.
여기서 왼쪽으로 난 출입구를 통과하면 오늘의 시주자들이 마련한 별도의 음식이 배분된다.
음식을 두고 이렇게 경건하고 엄숙할 수 있을까? 그리고 음식을 두고 이렇게 공평할 수 있을까? 나는 순간 감동의 물결이 내 눈가까지 밀려와 눈이 젖어옴을 주체할 수 없었다. 드라마나 영화를 보고 눈시울이 젖은 적은 있지만 현장을 보고 주체할 수 없었던 건 난생 처음이다.
먹을거리를 두고 다투기 일쑤인 우리 범생들, 그것으로 인해 목숨을 걸기도 하는 속된 무리들에 비해 이들은 경건하게 주고 감사히 받는 무겁기 짝이 없는 의식을 치르고 있는 것이다.
수양이니 깨달음이니 하는 것은 무슨 고차원의 정신적 세계에서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먹고, 입고, 사는 의식주의 범주에서 일어나야 하는 것임을 오늘 알게 되었다.
그렇다. 절 음식을 다루고 있는 책 '당신은 무엇을 먹고 사십니까?'의 서평에 있는 글귀대로 “음식은 곧 삶의 문제”이며 “음식은 우리의 삶과 사상, 몸과 마음의 근본”이다.
하루 두 끼, 한창 움직임이 많은 젊은 승려에게는 배가 고플게 분명하다. 그런데도 그들은 음식 앞에서는 한없이 엄숙하고 진지한 표정들이다.
생명의 근저는 음식이다. 음식을 소중히 여기는 이런 생활을 하는 사람들이야말로 진정 현자들이란 생각을 떨쳐버릴 수 없다.
기부지수 세계 1위인 미얀마인들이 행복한 이유는 서로가 서로에게 베푸는 음식 인정 때문이 아닌가 싶다.
[동영상 마하간다욘 수도원 공양]
반면, 이 아이는 힘들이지 않고 구걸해서 넉넉히 먹은 탓인지 살이 많이 붙었다.
얘야 그렇게 남들 앞에서 염치없이 손을 벌릴 자신이 있거든 그 자신감으로 저 스님들 뒤를 일 주일만 따라 다녀보거라. 네 인생이 달라질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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