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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미얀마

2017 미얀마 기행 #11 파웅라웅 골프클럽, 예진골프장

by 리치샘 2017. 1. 24.

2017년 1월 12일 목요일, 오늘의 일정은 역시 골프 투어다. 네피도 골프장 탐방 네 번째로 예진 남쪽 파웅라웅 댐 근처에 있는 하이델 파웅라웅 골프 코스.


9홀 짜리로 한국적 분위기다. 좁고 구부러지고, 업다운이 심하고, 물 건너고 뭐 그런. 무엇보다도 산허리를 끼고 돈다는 점에서 한국적 특징을 다 가지고 있다. 


그런데 사람이 없다. 달랑 한 사람 세수 안한 듯한 시커먼 얼굴의 아저씨인지 총각인지 혼자 있다.
골프장 영업 안 하냐니까 한단다. 그러면서 허공을 향해 사람을 부르는 듯한 소리를 지르기 시작한다.


그제사 예서제서 사람들이 나타나기 시작한다. 하나가 나타나면서 다른 이를 또 부르고, 그는 또 다른 이를 부르고... "어이! 손님 왔다. 얼른 나와서 일하러 가자!" 뭐 이런 식으로 아마도 근처 집에 있는 캐디들을 불러모으는 모양이다.
우리는 그동안 사진을 찍으면서 잠시 황망한 여유를 갖는다.


다른 골프장은 전부 선불이었는데 이곳은 돈받을 사람이 나타나지 않아 후불로 하기로 하고 출발한다. 

한국 골프장이 그렇듯 첫 홀부터 공략법을 챙겨봐야 한다. 조금만 공이 빗나가면 숲으로 간다. OB는 없는데 대신 공을 못찾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팔로우 폼으로 봐서 이 분 공은 분명 페어웨이가 아닌 쪽으로 갔을 거다. ㅋㅋ


3번홀 파4, 이 홀은 내리막 코스. 그린에 공을 올리는 일이 쉽지 않다. 잔디 상태가 좋지 않다. 잡풀 반, 떡잔디 반이다. 그린은 피구장 반의 반 만하다.


5번 홀 파5. 이 홀은 깜깜이 코스, 저 앞의 우뚝한 나무 오른쪽 숲 위로 공을 넘겨야 한다.


내 공은 공략 원칙대로 제대로 날아갔다. 그리고 미얀마식 내기의 몫은 내 것이 되었다.


이 홀을 그린 쪽에서 되돌아본 모습이다. 저 나무를 넘어와서 벙커 오른쪽으로 세컨을 해야 파온을 할 수 있는 파5 홀이다.


6번 홀 파4. 유일하게 OB가 있는 코스. 오른쪽 OB지역은 차도와 학교가 있다.


9번홀 파5, 산세가 우리 나라와 비슷하지 않은가? 기실 이 골프장 주변은 온통 군사 시설들이다. 앞에 보이는 산자락 아래쪽으로 미얀마 합참본부가 있고, 인근에 군부대들이 주둔하고 있고, 대형 연병장, 군인 가족을 위한 대형 매장, 군 연회장 등이 산재되어 있다. 결국 이 골프장의 주 고객은 군인이란 얘긴데 군인은 고사하고 사람 자체가 보이지 않는다. 이 골프장에서도 우리는 소위 대통령 골프를 쳤다.


9홀 두 바퀴를 돌고 군인을 위해 지어진 듯한 대형 매장을 찾아갔다. 대형 연병장 맞은 편에 있다. (구글지도에서 위치 보기).
5년 전에 갔을 때는 막 준공을 해서 많은 상점들이 입점해 있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그 당시에도 의아했던 점은 종업수가 고객수보다 압도적으로 많아 어떻게 운영이 되는지 궁금했었다. 

이번에 갔을 때는 건물 내부의 대부분이 휑하니 비어 있었다.
그러면 그렇지, 상권에 대해 무지한 내가 봐도 안될 것이 뻔한 곳에 어마어마한 규모의 쇼핑몰을 짓다니, 이 또한 필시 군부의 힘이 작용한 것이 아닌가 싶다.


건물의 1/4을 차지할 정도로 컸던 슈퍼마켓은 그 크기가 1/5 정도로 축소되어 초라한 모습으로 남아 있었다. 그나마 손님은 우리밖에 없었다.
22,300원어치 과자, 맥주 등을 샀는데 이것이 이 가게의 하루 매출 전부가 아닐 지... 


점원이 우리가 산 물건을 정성스럽게 포장을 해준다.


점심은 예전에 가봤던 예진 대학촌의 식당을 찾아갔다. 그러나 이곳에 살고 있는 쪼묘왕의 말에 의하면 대학가에서는 술을 팔지 못한다는 제약이 생겨서 예진 들판 건너 만달레이 가는 국도 쪽으로 옮겨갔다고 했다. 
한국에서 돈을 벌어 식당을 열었다고 했던 이 식당의 주인장을 만나보기 위해 이사간 곳으로 갔다. 그러나 주인장은 출타 중이었다. 

화장실을 간다고 집 안쪽으로 들어가보니 미얀마인들의 생활 공간이 다 보인다.
다나카를 갈아 화장하는 곳이다. 저 칫솔같이 생긴 것으로 볼과 이마에 문양을 내는가 보다.


잠은 이런 곳에서 자는 모양. 말하자면 침대와 화장대인 셈.


지금 쓰고 있는 듯한 발 미싱도 있다.


한쪽 귀퉁이에는 부처님을 모셔두고 있다. 오른쪽 사진은 그 유명한 만달레이의 마하무니 파야에 있는 불상으로 보인다.


이방인 손님이 반가웠던지 이 분들은 우리에게 술을 권하기도 했다. 
음식은 우리 나라에서 5년 이상 살다온 사람의 것이라 그런지 대체로 우리 입맛에 잘 맞았다.


예진에 김 박사가 지어놓은 집을 찾아갔다. 아직 완전하게 완공이 되지 않았다. 내외 벽면 마감이 되지 않았고, 내부는 사람이 살지 않는 듯 먼지가 많이 쌓여 있었다. 쪼묘왕은 세를 비싸게 불렀더니 사람들이 잘 들어오지 않는다고 했다.
나하고도 장래에 인연이 될 지도 모를 곳이어서 조금은 안타까운 심정이었다. 쪼묘왕에게 집은 모름지기 사람이 드나들어야 한다고 몇 번이나 말해주었다.


내친 김에 5년 전 두 번에 걸친 네피도 방문에서 가장 많은 시간을 보냈던 예진 골프장으로 갔다.
이곳은 그냥 동네에 있는 골프 놀이터다. 입장료 2,000짯(우리 돈 2000원이 채 안된다)을 내면 하루 종일 놀아도 제재하지 않는다. 대신 캐디는 9홀 한 바퀴에 4천짯을 주어야 한다. 물론 수레도 빌리는 것이 좋고. 5년 전 당시 김 박사는 자기 수레가 있었다. 


그냥 약간 매끈하게 깎아놓은 풀밭이다. 손 바닥만한 그린은 잔디를 깎지 않아 퍼터로 내쳐야 미끄럼타듯 나아갔다. 하지만 우리 동네에도 이런 골프장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싶다. 골프 대중화가 절로 될테니까.


숙소로 돌아오는 길에 만난 석양은 어제만큼이 선홍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