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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미얀마

2017 미얀마 기행 #10 로얄 미얀마 골프클럽

by 리치샘 2017. 1. 24.

2017년 1월 11일(수요일) : 로얄 미얀마 골프클럽 - 정션 센터 문 베이커리 - 에뚜조 화장품 가게 - 마사지 샵 '더 티크'


네피도의 날씨는 아침부터 쾌청, 최저 섭씨 16도, 최고 29도로 예보되어 있다.

우리가 묵었던 호텔은 건물이 복합적이다. 이곳은 단독 주택 혹은 방갈로 형태다. 사람이 없다는 것이 문제지만. 


오늘 일정은 여태 한 번도 가보지 않았던 로얄 미얀마 골프클럽. 앞서 두 번의 네피도 방문 때도 연습장에만 가봤지 라운드는 하지 않았다. 왜냐면 비쌌기 때문. 당시 연습장에 갔을 때 볼 캐디 기계 대신 아가씨가 티 앞에 쪼그리고 앉아 손으로 볼을 올려주던 기억이 있다. 지금도 그럴까 궁금했지만 오늘은 연습장이 아니라 필드다.

정말 비싸다. 계산대에 가서 먼저 계산을 하는데 그린피가 일단 50 US$이다. 거기에 캐디피가 6$, 캐리어 임대료가 2불 도합 58불이다. 58불이면 1,200원 환율로 계산하면 69,600원, 미얀마 돈 1$=1,400짯으로 계산하면 무려 81,200짯이다. 여타의 골프장에 비해 약 3배 비싼 셈이다. 

김 박사의 말에 의하면 돈 버는 일 외 다른 생각을 하지 않은 골프장이다.
그래도 돈 값을 하는 구석이 있겠지 하는 약간의 기대감을 가지고 입장을 하려는 데 문제가 생겼다. 여성용 락커와 샤워장이 있냐니까 있단다. 그러면 그렇지, 비싼 골프장인데 그 정도는 있어야지(다른 골프장은 여성에 대한 배려가 거의 없다) 하며 샤워용품을 찾는데 우리를 태워다준 기사는 어느새 사라지고 없다. 샤워용품이 차 안에 있는데 말이다.

홀로 이동하다가 4,500짯 주고 USIM를 사 넣어 현지 전화로 개통한 갤럭시S2로 운전기사에게 전화를 한다.
  
(영어로) 어디 있냐? (못 알아 듣는다)
골프장으로 와라! (역시 못 알아들은 듯)

답답해서 다시 카운트로 갔다. 카운트의 여자는 영어를 좀 할 줄 알았다. 그 사이 여자가 바뀌었다. 영어 할 줄 모르는 여자로. 할 줄 아는 여자를 찾아서 운전기사 전화를 바꿔주면서, 차 안 세 번째 줄에 가방이 있는데 그것이 필요하니 지금 바로 골프장으로 오라고 전해라 했다. 오는데 얼마나 걸릴 지도 물어봐라고 했다. 20분 걸린다고 했다. 우씨! 그 사이 얼마나 빠르게 날아갔길래...


그러는 사이에 쪼묘왕(34세, 내 아들과 같은 나이로 나를 삼촌이라 부른다)에게서 전화가 왔다. 우리의 기사는 영어가 안되니 걸핏하면 쪼묘왕을 통해 나하고 연결을 한다. 세심한 쪼묘왕은 구구절절이, 세세콜콜하게 상황을 설명해준다. 

오케이 알았어. 지금 기다리고 있으니 빨리 골프장으로 오기나 하라고 전해라.

금방 올 줄 았았던 차가 올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기다리다 못해 카운트에 부탁을 했다. 기사가 오거든 가방 받아서 보관해달라고. 그렇게 지체한 시간이 한 20분이나 되었을까, 그리고 홀로 이동했다. 


성질 급한 일행은 여성 둘과 나를 남기고 자기들 5명이 이미 티샷을 해버렸다. 우리 민족을 두고 이민족은 '빨리빨리족'이라 부르는 이유를 여기서도 보여준다. 무슨 바쁜 일이 있다고, 공치는 일 외는 아무 할 일도 없고, 더군다나 오늘 이 골프장에서 공을 치는 사람들은 아무리 둘러봐도 우리 밖에 없는데 말이다.


첫 홀 티샷을 하고 막 세컨으로 이동하려는데 클럽하우스 쪽에서 트럭이 한 대 달려온다. 가방을 든 기사가 카운트의 아가씨와 함께 헐레벌떡 온다. 카운트에 보관해달라고 부탁을 했건만 이 사람들은 눈치가 없는 건지 배려심이 너무 깊은 건지, 쩝!
카운트에 보관해두라고 다시 일렀다.
라운드 뒤에 여성 동무들의 보고에 의하면 샤워장에 물이 방울방울 떨어질 정도로 밖에 나오지 않아 샤워를 할 수 없었단다. 우라질, 돈 받아서 어디다 다 쓰는거야!!


이 골프장은 앞서 경험한 시티골프장보다는 약간 짧지만 대체로 홀이 평균 이상으로 길다. 그리고 물이 많다. 시티보다는 아기자기하다. 그렇다고 멋지다는 느낌은 없다. 말하자면 시티나 엡야에 비해 거의 3배나 비싼 값을 하는 구석을 찾기가 어렵다는 거다. 


'애공! 그냥 공이나 치고 사진이나 찍으면서 가는 거다.' 
'그러면 너무 재미없지 않아요?' 해서 우리의 여성 동무 둘과 셋이서
미얀마식 내기를 한다. 미얀마식 내기는 태국식과 비슷한데 아주 단순하다. 타당처럼 계산이 필요없고, 뽑기처럼 역전의 묘미도 없다. 그저 그 홀의 승자에게 천 원씩 주는거다. 배판도 없다. 더운 데 머리 쓰면 김날까봐 그렇게 하는가 보다.


여성을 배려해서 내가 한 타를 더 얹었다. 나는 파를 하면 보기가 되는 것이다. 전반에는 어쩐 일인지 내 쪽으로 돈이 몰려왔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뿐.


이 홀은 파5인데 욕심을 내다 저 물에 공을 빠뜨렸다. 달랑 네 개 가져간 공인데, 25%를 잃었다.


전반 홀이 끝나갈 무렵에 골프광 에뚜조가 버기를 타고 나타났다. 아이를 학교에 데려다주는 일이 그의 유일한 하루의 일거리, 그 일을 마치면 골프장으로 직행한다. 그것도 매일. 염라대왕이 시기할(?) 인물이다. 5년 전에는 스윙 폼도 엉성했는데, 지금은 프로다. 핸디는 확실한 싱글이고, 아마추어 대회에서 우승도 종종 한단다. 네피도 골프계의 황태자라고 해야할까?

우리는 걷고 그는 버기를 타고... 버기에 타라고 하는데 그러면 나머지 사람들은 어떡하라고, 그냥 걸을래 너나 타.


전반 홀을 마치고 일행과 함께 클럽 하우스에 있는 레스토랑에 들러 미얀마 맥주를 마셨다. 미얀마 맥주는 비어 라오 못지 않게 맛있다. 안주삼아 먹을 만한 음식이 별로 없어 그저 맥주만 마셨다. 그래도 맛있다.

이 골프장은 남쪽 호텔 지구를 지나 보석박물관 근처에 있다. 접근성은 아주 좋다.

페어웨이가 넓다. 시원하다! 하지만 별 재미는 없다.


라운드 후에 늦은 점심을 먹기 위해 골프장에서 가까운 정션센터 안에 있는 문 베이커리로 갔다. 문 베이커리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처음에는 빵집으로 시작했다가 한류 바람을 타고 비빔밥, 떡볶이 등 메뉴가 추가되면서 한식당으로 변했는데, 지금은 여타의 미얀마식당과 다를 바 없는 메뉴를 제공하고 있다.


음식은 대체로 짜가웠다. 특히 이 국수가 엄청나게 짜서 신 사장님은 종업원이 전혀 알아듣지 못하는 직설적인 우리 말로 고함을 지르다시피 하면서 물을 두 컵이나 부어 먹었다.


에뚜조에게 우리의 여성 동행자가 코코넛 기름으로 만든 화장품이 있느냐고 물었는데 자신있게 있다고 대답을 했다. 점심을 먹고 그의 아내가 하는 화장품 가게로 갔다. 핀마나 시장 안에 있었다.


보기에는 영세해 보이는데 영업력은 대단한 가보다.
원했던 코코넛 오일은 없었다. 대신 내놓는 것들은 Made in USA 혹은 Made in Korea 제품이다.
대신 마음씨 착한 에뚜조의 아내는 이런저런 물건들을 챙겨서 안겨 주었다. 물건 팔려주러 갔다가 도로 선물을 받은 셈이 되었다. 혹을 떼려다 도로 하나 더 붙였다.


에뚜조에게 부탁해서 괜찮은 마사지집을 소개해달라고 했다. 그는 우리의 다마스보다 작은 트럭을 몰고 우리를 에스코트했다.
해는 이렇게 선홍빛 노을을 남기며 넘어가고 있었다.


상호가 'The Teak'다. 보석박물관과 다베곤 시장 근처에 있다.
걸싸한 태국식 식당이 주업이고, 마사지는 부업인 모양인데 시설들이 깔끔하게 정돈되어 있었다. 연못도 있고, 작은 인공폭포도 있었다.  



이 집의 마사지는 정말 마사지 같았다. 제대로 맥을 못짚는 마사지는 고문이다. 특히 나는 잘못된 마사지를 받으면 몸살을 하는 경향이 있다. 다음날 골프는 당연히 엉망이 되고. 
말끔하게 피로를 풀고 숙소로 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