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 민간 신앙인 '낫'의 고향 포빠산으로 간다. 포빠산은 바간 남동쪽으로 60킬로미터 정도 떨어져 있으며, 대평원 위에 우뚝 솟은 높이가 해발 1,507미터라 주변 어디에서나 보일 정도다. 우리가 가고자 하는 낫의 포빠산은 이 산의 발목 정도에 돌출해 있는 바위산이다.
건물이 있는 바위산이 낫의 고향, 뒤에 구름에 가려있는 곳이 포빠산 정상이다. <EBS사진>
미얀마의 토속신앙인 ‘낫’의 본거지로 매우 성스럽게 여겨지는 곳이다. ‘낫’은 산스크리트어 나타(Natha)에서 유래한 말로 ‘정령’ 혹은 ‘수호자’라는 의미라고 한다.
미얀마 사람들은 불교가 들어오기 이전부터 낫을 믿고 있었다. 낫은 토지나 산, 나무 등의 자연 정령과 슬픈 사연으로 죽은 인물들을 신으로 모신다. 예를 들어 술에 취해 객사한 이는 술병을 주렁주렁 들고 있는 민초즈와 낫, 호랑이에게 물려죽은 이는 호랑이에 타고 있는 마웅포투 낫으로 표현한다.
농사가 잘 되고 안 되고는 바람의 낫, 비의 낫, 추수의 낫 등에 대한 숭배 여부에 달렸다고 생각하기도 한다. 미얀마 사람들은 낫을 잘 모시면 보호를 받고, 그렇지 않으면 해를 입는다고 믿고 있으며, 지금도 사업을 하거나 중요한 일을 시작하기 전에 낫을 찾아가 행운을 비는 굿을 벌이곤 한다.
현재 뽀빠산에는 37위의 낫과는 별도로 또 다른 영적인 존재인 보민가웅(Bo Min Gaung)을 기리는 사당이 주류를 이룬다. 그는 뽀빠산에서 명상을 하다가 그 육체를 버리고 영적인 존재로 부활하였다고 믿어지는 인물로 지금도 여전히 신통력을 가지고 사람들과 대화하며 가난한 사람들을 돕는다고 전해진다.
정상까지 777개의 계단이 있다. 다행히 계단 위로 지붕이 씌워져 있어 땡볕은 피할 수 있다.
사당 앞 계단을 약 30여 분 오르면 산 정상에 도착하는데 원숭이들이 많아 모자, 가방, 음식 등을 낚아채가므로 주의해야 한다. 스님들은 이 원숭이들을 다루는 방법을 알고 올라왔다. 땅콩 봉지를 아래쪽에서 파는 모양이다.
계단을 닦고 보시를 요구하는 사람들이 곳곳에 포진해 있어 정상에 오르는 길이 심심하지 않다.
포빠산 정상은 마치 타워전망대 같아서 360도 막힘없이 시야가 시원하게 펼쳐진다.
정상에 아기자기하게 나누어진 방에는 낫과 불상이 섞여 있었다.
이 불상은 참 재미있다. 탁발 그릇을 들고 흐뭇한 미소를 짓고 있는 모습이 어쩐지 아주 친근한 느낌이지 않은가?
이 엄청 큰 징은 두드려 소리 내는 것이 아니라 쓰다듬어 소리를 내는데 그 소리가 아주 우렁차고 깊었다. 잘 다루는 전문가가 시범을 보여주길래 따라 해봤는데 모든 악기가 그렇듯 초보자에게 쉽게 목청을 울려주지 않았다.
여러 가지가 혼재되어 있는 듯한, 위엄보다는 가벼움이 느껴지는 그런 분위기였다. 방 안에는 한가롭게 낮잠을 즐기는 사람도 더러 있었고, 시끄러운 미얀마 팝을 울리는 사람도 있었다.
종을 주렁주렁 매달아 놓은 것이 주술적인 느낌도 주고...
마침 만달레이에서 순례온 스님들이 기념 사진을 촬영을 하면서 우리더러 셔터를 눌러 달랜다. '쓰리 투 원' 찰칵하고 '원 모어' 하면서 우리도 끼워달랬는데, 스님들 보기보다는 상당히 권위적이어서(표정들을 보라!) 우리를 모두 자기들 앞에 앉으라고 했다.
하긴 미얀마에서는 스님의 옷깃도 만져서는 안되고, 특히 여자들은 가까이 가서도 안된다고 하는데 몇 초 정도는 환속을 한 셈이다.
산을 내려와 점심을 먹기 위해 미얀마 식당에 들렀다. 메뉴가 미얀마식 뿐이라고 한다.
커리(카레)라... 우리가 자주 먹는 카레를 생각하고 시켰는데 노란 카레는 없고 된장국 비슷한 것이 나온다. 첫 맛은 된장국이라 생각하고 먹어서 그런지 된장국 맛이 난 듯했는데 두 숟갈부터는 아니었다. 비위에 전혀 맞지 않았다.
상한 비위를 봉지 커피로 달래보려는데, 가져간 커피가 달랑 한 봉지 뿐이다. 노란색은 한국 커피이고 네스카페는 미얀마식 커피다. 내 식성보다는 조 선생님의 식성이 훨씬 원만한가 보다.
다시 네피도로 돌아오는 길. 이틀의 여행을 끝내고 집으로(?) 간다. 초광각 카메라로 장난을 쳐본다.
285 마일 휴게소다. 네피도까지는 80마일, 130킬로미터가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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