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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타 깨기

by 리치샘 2013. 9. 17.

골프에 입문한 지 8개월이 지났다.

방학이 되면서 필드에 대한 갈명이 적지 않았다.
준비없이 퍼브릭홀(가야) 오후 시간 대에 불려나갔다가 연습장에서의 스윙 수련에 절반 정도의 만족감을 얻고, 연이어 지인의 홈페이지 제작에 대한 보답성 라운딩(부곡CC)에 나갔다가 어처구니없이 무너졌다. 자신했던 90타는 커녕 100타를 훌쩍 넘어가는 스코어에 낙망하지 않을 수 없었다.
연습장과 필드는 달랐다. 스윙은 연습장에서의 것을 아무리 상기해보려고 해도 도무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클럽은 매번 공을 비켜가거나 뒷땅 아니면 머리를 쳐서 원하는 방향과 거리와는 전혀 무관한 곳으로 가버렸다.
골프는 섬세한 운동임을 다시 한번 실감했다. 그 섬세함은 스윙 뿐만 아니라 정신적인 면도 큰 작용을 해서 '내공쌓기'의 필요성을 절감했다.
8월 11일 같이 근무했던 사람들과 억지로 조를 이루어 방학 들어 세번 째 라운딩을 했다. 부킹에 대한 여유 시간이 부족했던 터라 비교적 먼길을 갔다(경주 보문 CC). 오전 10시 티업이라 더위에 대한 다소의 걱정스러움이 없지 않았다. 땡볕에 긍정적인 결과를 기대하는 것은 무리일 뿐만 아니라 자칫 아프리카 체험과 같은 흔적을 남길 수도 있을 거라는 염려도 있었다. 하지만 그럭저럭 견딜만 했다. 그늘없는 페어웨이를 걸어서 걸어서 땀으로 범벅이 된 몸이었지만 간간이 불어오는 바람이 있어 입에서 거품을 낼 정도는 아니었다.
전반 IN코스에서 자신있어 했던 드라이브샷이 연거푸 네 번이나 OB 지역으로 날아가고 말았다. 훅성이었다. 딴은 연습장에서도 훅 때문에 고민하면서 어떻게 해야 교정을 할 지 별의 별 방법을 다 써보았다. 최근에야 히프를 들이밀고 스윙의 앞면(팔로우)을 많이 확보하라는 지적을 받고 교정이 어느 정도 된터였다. 그런데 이게 왠일! 교정 연습은 온데간데없고 활시위처럼 멋지게도 굽어져 달아났다. 롱 아이언도 마찬가지.
낙망! 낙망!
필드에 상대적으로 덜 익숙한 두 명의 동반자를 위로해줄 처지를 상실한 것이다. 슬그머니 화가 나기 시작했다. 그렇게 전반 홀은 철저하게 무너졌다. 52개를 쳤으니...
더위를 많이 타는 두 명의 동반자는 전반 홀을 마치고 쉬었다가 가거나 후반 홀을 포기할 자세였다. 계약은 계약이고, 캐디의 독촉도 있고 해서 곧바로 후반 홀로 들어섰다.
타수 줄이기에 대한 희망은 접고 그냥 필드따라 걷기라도 할 심정으로 티샷.
드라이버 훅이 없어졌다! 여기 마음을 비우니까 되는구나 싶었다.
파, 파, 보기!
보기 후에 생각이 달라졌다. 속에서 파에 대한 미련이 기어나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다음 홀의 결과는 더블보기.
이어진 홀에서는 버디 찬스, 거리는 2.5m 정도. 그러나 빗나갔다. 다음 홀에서는 트리플보기.... 산등성이와 계곡을 오르내리는 기분이었다. 그렇게 어홉 개의 홀을 돌고 싱글을 한 박 사장이 캐디에게 자신의 스코어보드를 보자고 할 때 내 스코어도 같이 훑어봤다. 46개를 쳤다.
합계 98개 ~ ^.^
100개와 98개의 차이가 수치상으로는 그리 큰 의미는 없지만 10단위와 100단위의 차이만큼이나 큰 진전으로 느껴졌다. 필드 나가기 여덟 번만에 100타를 깬 것이다.
내심 기분이 좋았다. 연습장 락커룸에 백을 되가져가다가 그래도 미련이 남아 롱아이언과 드라이버를 점검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연습장에는 나의 골프 입문을 도와주었던 백 사부가 와 있었다.
자랑했다. 내가 시원한 생맥이라도 사겠다고 했다. 사부는 축하한다고 몇 번이나 기를 돋우어주었다.
그 생맥값은 사부가 계산했다.

- 2006년 8월 1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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