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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습장과 필드

by 리치샘 2013. 9. 17.

어제는 밀양의 지우이기도 하고, 과거 먼 나라에서 1개월간 동고동락하며 연수를 같이 받았던 친구 내외와 우리 내외가 의기투합해서 진영에 있는 PAR3 연습장에 갔다.

가서 보니 무슨 이유에서인지 9홀이 6홀로 줄어 있었고, 라운딩 3번해서 18홀로 체계가 수정되어 있었다.
두 번째 방문이어서 이전의 경험과 홀공략법을 그리면서 갔더랬는데 적이 실망이었다.
게임을 하자고 간 건 아니고 그냥 잔디 위로 구르는 공을 확인해보고 싶었기 때문에, 그리고 말로만 골프 골프했지 실제로 라운딩을 해보지 않은 친구라서 정규홀에서 만날 수 없는 그와 나의 스케줄 차이를 겨우 붙여볼 요량이었기 때문에 기회의 오설정을 탓하고 싶은 생각은 없었다. 그 친구의 집사람은 듣기로는 실내 연습장에서 몇 번 공을 맞혀보았다고 했다. 내 아내는 큰 프로젝트 건으로 거의 방학없이 출근 중이어서 제대로 연습할 기회가 없었다. 그래서 둘이 채를 잡고 아내들은 갤러리로 모실려고 했는데, 출발 직전에 갑자기 내 아내가 변심(!)을 해서 자기도 스윙을 해보겠다는 거다.

선수 3명에 갤러리 1명, 참 초라한 게임이었지만 헛스윙 몇 번하고 출발!
6개의 짧은 홀을 세 바퀴 도는데 소나기가 지나가고 난 직후라 그런지 그린 맛이 영 신통찮다. 아내는 아직 자신의 타구 방향에 대하여 전혀 자신이 없다.
고개를 들지 말라, 어깨가 먼저나가지 말고, 히프를 튕기면서 팔을 뻗어 그냥 채 가는대로 따라가다가 공이 제풀에 맞아 달아나도록 해라 등등 많은 주문을 했다. 아내는 며칠 전 갑자기 깨달은 바가 있어 주문의 60% 정도를 이해한 것 같다. 나도 이제 잔디에 좀 익숙해졌다는 느낌을 갖고 있는데 아내마저 볼품없던 스윙이 제법 세련되어 가는 것 같아 기분이 좋았다.

두 번 돌고 세 번째는 갤러리 노릇을 하던 친구의 아내 거취 문제가 발생.
친구 아내왈 : 당신들만 도시우, 난 그냥 음료수나 마시면서 쉴래.
친구왈 : 나도 마누라하고 쉴란다. 너그들만 돌고와.
나와 아내 : 야 그러지 말고 넷이 함께 돌자. 채 잡아봤다면서....
앞에도 뒤에도 없는 대통령골프(!)라, 결론은 우리의 제안으로 낙착이 되었다.
3번을 여섯 번으로 잘라서 가고 조명등 아래에서 풀섶에 들어간 공 찾기에 애를 먹었지만...

어쨋든 돌아오는 길은 즐거웠다.
후덥지근했던 날씨 탓으로, 오랫만에 부부끼리의 외유에 대한 진한 감동으로 못이 말랐던지 맥주와 사이다를 섞은 4명이 공평한 양으로 나눌 수 있는 일명 골프주를 한 잔 할때는 더위도 깡그리 잊고 있었다.


- 2006년 8월 1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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