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에 매달린 10년 넘는 세월 동안 운동이라고는 '숨쉬기 운동' 밖에 하지 못했다.
그런 사이 배는 임신 12개월이라는 소리를 들을만큼 부풀어올랐고,
조금이라도 바쁘게 움직일라치면 그야말로 '허걱'댔다.
테니스에 재미를 붙여 날마다 라켓들고 쫓아다닌 때가 있었다.
5년전에 미국 연수를 갔다온 후 삶에 대한 많은 생각들이 재정리되면서
한동안 내가 사는 근교의 산이란 산은 죄다 오른 적도 있었다.
배드민턴을 해볼 요량으로 거금을 주고 라켓을 사서는 그대로 썩힌 적도 있었다.
넉 달 전 우연히 지인을 따라 나서 시작한 운동이
너무 재밌다.
귀족 운동이라고들 해서 서민들은 넘어다볼 엄두를 내지 못하는,
좁은 땅덩어리에 돈꽤나 있는 사람들이 산천경계 파헤쳐 놀이터로 만든...
이쯤하면 짐작이 될 것이다.
세상에는 사람들이 만든 운동이 상당히 많다.
나름대로 묘미가 있고, 나름대로 규율이 있어 그걸 토대로 몸을 움직이는
것이 운동이라는 것이지만 공이란 물건을 정지시켜놓고 시작하되,
처절하게 자신과 승부하는 운동은 이것밖에 없다는 점을 체감하고 있다.
넉달 여의 시간을 거의 매일 연습장에서 얄미운 그 조그만 공을 후리쳐댔더랬는데
결과적으로 내 배는 많이 들어갔을 뿐 아니라 비계덩어리로 출렁거리던 살도
많이 정비되었다.
이른바 '머리올리기'도 2월 17일 가야CC에 가서 뭐가뭔지도 모른채 했다.
파(Par)를 두 개나 걷어올려서 동행한 사람들의 부러움을 사기도 했다.
도를 닦아야 할 즉, 정신수양없이는 만족할만한 결과를 결코 얻어낼 수 없는
이 골프라는 이 운동이 컴퓨터와 혼자서 씨름하는 일에 익숙해진 나를
모니터 바깥으로 꺼집어내준 구세주다.
- 2006년 2월 2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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