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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여행

2024 가을 여행 16 - 단양 기행(6) 사인암, 시루섬의 기적

by 리치샘 2024. 11. 13.

사인암은 단양팔경 중 하나로 단양읍의 남쪽에 위치하고 있다.
이곳을 찾아가는 길은 뭔가 어수선한 느낌. 단양 읍내에서도 많이 볼 수 있었던 '담양댐 건설 결사 반대' 현수막의 대상 지역이 바로 이 곳인 모양이다. 뉴스를 검색해보니 확정된 것은 아니라고 하는데, 주민들은 단양팔경 중 무려 3경(상,중,하선암) 혹은 4경(사인암)까지 포함될 수도 있다는 우려를 하고 있는 모양이다. 인근의 충주댐으로 인해 4만 명이나 되는 주민이 터전을 옮긴 적이 있는데 또 수몰과 이사의 아픔과 고통을 받게 하는 일은 주민들 입장에서는 수용하기 어려운 일임이 분명하다. 

사인암은 강가에 우뚝 솟은 암벽이다. 이 암벽이 특별한 것은 고려 후기의 시조 시인으로 교과서에도 나오는 우탁이란 분 때문이다. 우탁의 벼슬이 사인이었다고 하며 그에 연유해서 암벽 이름이 후대에 붙여졌다고 한다.

알려진 우탁의 시조 2수를 옮겨본다. 두 시조 모두 늙음을 한탄하는 내용이다.

한 손에 막대 잡고 또 한 손에 가시 쥐고
늙는 길 가시로 막고 오는 백발 막대로 치려터니,
백발이 제 먼저 알고 지름길로 오더라.

춘산(春山)에 눈 녹인 바람 건듯 불고 간 듸 업다.
져근 덧 비러다가 마리 우희 불니고져(잠깐 저 바람을 빌어다가 머리 위에 불게하고 싶다)
귀 밋테 해묵은 셔리를 녹여 볼가 하노라.(귀 밑의 해 묵은 서리(흰수염)를 녹여볼까 하노라)

사인암 입구 동네는 대강이다. 지번 주소로 말하면 '충청북도 단양군 대강면'. 어째 어감이 좀 거시기하다. 이곳 사람들은 어찌 살든 대강 살고 있는 셈이다.
이곳에 특산품이 있으니, 청와대 만찬주로 올랐다는 대강막걸리다. 한 병만 달랑 사온 것이 못내 아쉬운, 지금껏 마셔본 막걸리 중에서 가장 뒷맛이 풍부하고 구수한 술이었다. 집에 돌아온 후 아껴 아껴 한 모금씩 먹다가
인터넷 쇼핑몰을 뒤져보니 사먹을 수 있다. 판매 포장 단위가 커서 문제지 구입 가능하다는 안도감에 바로 홀랑당 비웠다. 


사인암에서 돌아나와 수양개 빛 터널로 향한다.
해가 서산으로 넘어가고 있다.
호숫가 언덕 위에 마을이 형성되어 있다. 아마도 수몰민들이 새 보금자리를 마련한 곳일 거다. 마을 이름은 '옛단양 뉴타운'.

적성대교를 건너 우회전해서 얼마 안 가면 수양개 빛 터널이 나온다. 

수양개는 선사시대 유적이 발견된 곳으로 유물전시관이 있고, 그 근처에 폐선이 된 철로와 터널이 있다. 그 터널을 활용해서 내부에 화려한 디지털 조명을 설치해서 많은 방문객이 찾는다고 한다. 

마침 화요일, 아쉽게도 휴관하는 날이었다. 
수양개라는 지명이 특이해서 검색을 해보다보니 한국의 선사유적 중의 백미라 할 만큼 많은 유물들이 발굴되었다고 한다. 이를 두고 연구자 및 관계자들의 세미나 소식을 전하고 있는데 꽤 흥미롭다. [뉴스 보기
[민족문화대백과 수양개 유적]

수양개 빛 터널 바로 지척에 있는 이끼터널은 이끼가 없었다. 인공적으로 물안개를 뿌리고 있었지만 이끼는 극히 일부분만 명맥을 유지하고 있었다.

이끼 터널을 지나 만천하 스카이워크 쪽으로 가다보면 '시루섬의 기적'이라는 조형물이 나온다. 1972년 당시는 충주댐이 생기기 전이고 단양강에는 시루섬이 꽤 넓게 자리한 모양이다. 갑작스런 범람으로 섬 주민 250여 명이 고립되었다. 이들은 섬에서 가장 높은 물탱크 위로 올라가 버티었다. 지름 4미터에 200명이 넘는 주민이 올라섰으니 자칫하면 숨이 막히거나 물로 떨어질 위태로운 상황, 그렇게 밤을 지샜다고 한다. 하지만 돌 지난 아기를 안은 새댁은 품은 아이가 질식사한 사실을 내색하지 않았다고 한다. 동요를 막기 위한 말 그대로 살신성인이었던 셈.

가슴 뭉클한 사연을 안고 이틀 째 단양의 밤을 맞았다.

구경시장 입구에 얻은 호텔은 시설이 낡고 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아 시장통의 사람들 소리, 복도와 옆방에서 들리는 소리, 화장실의 팬 돌아가는 소리 등 온갖 소음으로 잠을 제대로 이루지 못했다.
방이 다 차자 안내 데스크의 사람도 사라져 온수 문제 등 서비스를 제 때에 받을 수 없었다. 유명 관광지의 숙박시설과 음식점들의 횡포는 결국 그 관광지의 쇠락을 가져온다는 사례가 전국적으로 나타나고 있음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할 듯. 

날씨가 흉흉해지면서 바람이 불고 기온이 떨어진다. 내일은 단양을 떠나 집으로 가는 길에 회룡포와 대구수목원에 들릴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