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초에는 내려오는 길에 충주호 유람선을 타고 구담봉, 옥순봉을 둘러볼 생각이었는데 갑자기 아침 기온이 영하로 내려가는 바람에 그 계획을 접었다. 칼 바람 쐬면서 경치 구경이란 생각만으로 몸이 얼어붙는 느낌. 해서 전날 지인이 전화 통화 중에서 알려준 회룡포를 들리기로 했다.
회룡포는 내세울 관광지가 몇 안 되는 경북 예천에 있다.
회룡포를 보는 탐방하는 방법은 두 가지다.
하나는 회룡대에 올라 회룡포 전체를 조망하는 방법이고, 다른 하나는 뿅뿅다리를 건너 마을 안으로 들어가 둘러보는 방법이다.
회룡대는 차를 몰고 장안사 주차장으로 가서 걸어서 몇 분이면 닿을 수 있다. 이곳을 오르는 길가에는 유난히도 많이 나무판에 새긴 시화가 많다. 이 시화들을 보는 것도 하나의 재미다. 회룡포 마을 안에도 군데군데 있다.
그 중 한 편이다.
모르며 살기로 했다
시린 눈빛 하나로
흘러만 가는 가을 강처럼
사랑은 무엇이며
삶은
왜 사는 건지
-- 중략 --
가을 하늘빛 같은
시린 눈빛 하나로
무작정
무작정 살기로 했다.
'작정'이라는 유안진 시인의 시이다. 반어적 사유가 담긴 기막힌 시다.
회룡대는 제법 많은 사람들이 찾는 곳인 것 같다. 전망을 할 수 있는 데크가 있고, 정자도 있다. 올라서서 내려다볼 때는 몰랐는데 내려와서 마을에서 올려다보니 아찔한 지형에 세워져 있었다.
내성천 강이 오다가 못내 아쉬워 발걸음을 되돌려가는 듯한 모습이다. 회룡포 마을 전체를 고운 모래로 감싸놓은 것은 그런 아쉬움에 대한 열렬한 표현인 듯.
두 개의 작은 봉우리가 겹치면서 하트 모양을 만들고 있다. 여기서 장난 아닌 장난에 빠져 보기도 한다.
내성천 강물이 무척이나 깨끗하다. 그 물에서 송사리들이 천진난만하게 놀고 있다.
뿅뿅다리라 함은 둥근 구멍이 뿅뿅 난 철판을 이어붙여서 만들었다고 해서 이름 붙였다고 한다.
아래에서 올려다본 회룡대. 보이는가, 저 아찔한 모습이?
회룡도에는 거주하고 있는 분들이 많지 않다. 대충 여남은 가구 정도로 보인다. 분수공원, 꽃밭, 미로공원 등이 만들어져 있고 찻집도 있다.
눈이 시리도록 맑은 초록의 밭이 있어 가봤더니 열무밭이었다. 맛있는 채소가 풍광 맛집을 만들어내다니!!
마늘밭을 가꾸고 있는 저 분은 바로 옆의 황홀한 단풍을 즐기면서 일을 하고 계실까?
그냥 판자 그대로 두었다면 허스럼한 이 집은 얼마나 더 쇠락해 보였을까, 작은 정성이 따뜻한 집으로 바꾸어 놓았다.
모래밭과 둑 사이에 미류나무가 몇 그루 있다. 미류나무는 시끄럽다. 미풍에도 잎들이 손뼉 치는 소리를 낸다. 그 소리가 곁에 있는 사람을 심심하지 않게 해준다.
여행을 하나보면 집 만큼 편하지는 않다. 그것이 여행의 묘미이기도 하지만 이 날은 밥 먹는 운이 지독히도 없는 날이었다. 인터넷 정보도 도움이 되기는 커녕 아침부터 헛걸음만 계속 하게 만들었다.
아침 일곱 시부터 문을 연다는 정보에 따라 갔던 국밥집은 문이 굳게 잠겨 있었고, 점심 무렵 상주의 맛집이라고 찾아간 두 군데는 재료가 떨어졌단다. 저녁에 함안 칠원에 있는 꼭 먹고 싶었던 보쌈집은 마침 쉬는 날이었다. ㅠㅠ. 고픈 배를 움켜쥐고 집 근처에 간 쭈꾸미집은 주차장이 만원이라서 돌아나와야 했다. 먹을 복이 없는 이런 날은 먹지 말라는 계시가 내린 것일 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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