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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여행

2024 가을 여행 14 - 단양 기행(4) 구인사

by 리치샘 2024. 11. 11.

구인사는 불교의 종파 중 천태종의 본산이다. 이 절은 내 기억으로는 소위 기도발이 잘 듣는 절로 널리 알려진 것으로 알고 있다.
실제로 가보면 천태종을 재창건한 상월 스님의 흔적이 아주 진하게 남아 있는 조계종 계통의 절과는 다른 특이한 절이다.

방문자에게 이색적인 첫 인상은 수리봉 좁은 골짜기를 따라서 줄지어 서 있는 콘크리트 건물들이다. 이 건물들은 거의 대부분 연결되어 있다는 점이다. 

구인사 전경 / 사진 출처 : 대한민국 구석구석

[참조] 구인사 가람 배치도 : https://m.blog.naver.com/eagleshim1/223477008067

큰 규모의 구인사 박물관 앞에 차를 대고, 절 입구 시외버스 터미널까지 셔틀 버스(주차비 포함 3,000원)을 타고 이동한다. 걸어서 가도 되긴 하지만 길이 가파르다.
길이 가파른 것은 시외버스 터미널에서 내려 첫 건물인 천왕문을 들어서면서도 계속된다. 나 같은 관광객은 이와 같은 경로를 따라서 절로 진입할 수 있지만 신도님들은 차로 바로 경내까지 들어올 수 있는 모양이다.

맨 위의 대조사전까지 콘크리트로 쌓아올린 3층 이상의 건물들이 좌우로 빼곡하게 이어져 있다. 군데군데 법당 표시가 되어 있긴 하지만 대부분은 신도들의 거처로 보인다. 스님들의 수행처로 표시된 곳은 별로 눈에 띄지 않는다.

구인사 가람 중 가장 위쪽에 있는 대조사전 바로 아래에는 광명전이 있다. 이곳 역시 설법하는 용도로 주로 사용되는 것 같다. 계단을 올라 1층 로비에 들어서면 엘리베이터가 있다. 7층을 누르면 대조사전 마당으로 데려다준다. 


광명전 앞에서 보기 드문 스님을 한 분이 눈에 들어왔다. 상념에 잠긴 모습이 인상적이다.

돌조각을 촘촘히 어슷하게 쌓아올린 석축(광명전 앞)

 

절 건물은 대체로 나무로 지어지지만 구인사는 그렇지 않다. 콘크리트에 나무를 덧대거나 나무 질감을 흉내내었다. 문틀도 나무가 아닌 알루미늄 샷시로 보인다.
이런 점이 비판의 대상이 된 모양, 가장 공들여 지었다는 대조사전은 재료가 나무와 전통기와, 즉 전통기법으로 지었다고 한다.

 

대조사전이다. 가람 배치상 가장 가운데 위쪽에는 대체로 대웅전이 있기 마련이고, 대웅전 안에는 부처님을 모시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구인사는 가장 가운데 맨 위쪽에 대조사전이 있다. 대조사라 함은 흔히 큰스님이라는 부르는 , 해당 절을 처음 이루거나 큰 행적을 남긴 스님을 지칭하는 말이다.
구인사의 대조사는 상월 스님이다.
[참조]  상월원각대조사

 

건물의 외관이 매우 섬세, 화려하다.
열린 문으로 내부를 들여다보다 소스라치게 놀랐다. 불꺼진 내부에는 부처님 대신
황금빛으로 빛나는 상월 대조사 상이 안치되어 있었다.

 

상월대조사 교시문이 거대한 바위에 새겨져 있다. 열심히 읽어보긴 했으나 문맥이 복잡해서 머리 속에 깔끔하게 정리되지는 않았다.

 

대조사전 마당 끝에는 상월 대조사의 법문이 새겨진 원구가 회전을 하고 있다. 법문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실상(實相)은 무상(無相)이고
묘법(妙法)은 무생(無生)이며
연화(蓮華)는 무염(無染)이다.

무상(無相)으로 체(體)를 삼고
무생(無生)에 안주(安住)하여
무염(無染)으로 생활하면
그것이 곧 무상보리(無上菩提)요
무애해탈(無碍解脫)이며
무한생명(無限生命)의 자체구현(自體具現)이다.

일심(一心)이 상(常) 청정(淸淨)하면
처처(處處)에 연화(蓮華) 개(開)니라.

운동 중인 보살님

수십 년 전에 방문했을 때와는 전혀 다른 인상을 가지고 구인사를 떠난다. 다시 올 일이 없을 듯한 그런 인상으로 말이다.
듣자하니 요즘은 기도발이 많이 떨어졌단다. 그만큼 세속화되었다는 뜻일 것이다. 큰 인물 한 사람을 지나치게 우상화해놓은 측면도 썩 좋은 인상은 아니었다.

실상(實相)은 무상(無相)이라. 


다음 행선지는 단양의 새로운 핫플레이스 중 하나인 두산 패러글라이딩 활공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