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방문을 마치고 다시 비포장 황톳길을 1시간 여 달려 만달레이-양곤 고속도로에 올라섰다. 이 도로는 미얀마 유일의 고속도로로 양곤에서 만달레이까지 연결되며 총 길이 600km 정도 된다. 이 도로가 우리와 다른 점이 몇 가지 있다.
첫째, 길 가에 가드레일이 아예 없다는 점이다. 그래서 길 주변의 사람들이 고속도로에 거의 자유롭게 들락거릴 수 있다. 가끔은 강아지와 소도 들어온다. 오토바이를 타는 사람도 종종 볼 수 있으며, 갓길로 달구지를 몰고 가는 사람도 볼 수 있다.
둘째, 이정표는 거의 찾아볼 수 없고 대신 사진에서 보는 것처럼 시멘트 구조물에 흰 바탕색을 칠하고 그 위에 307/3 등의 숫자가 적혀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작년에는 보이지 않던 파란색 구조물도 생겼다. 이것은 양곤을 기점으로 한 거리 표시이다. 단위는 마일, 307/3은 양곤까지 307마일하고 3/8마일 남았다는 뜻이다. 파란 색은 단위가 km. 왜 1마일을 8등분을 했는지는 모르겠다.
셋째, 화물자동차가 보이지 않는다. 도로 파손을 염려해서 화물자동차는 아예 출입을 금지한다고 한다.(그럴 것 같으면 엄청난 돈을 들여 왜 이 도로를 만들었을까?) 도로는 사람의 이동 뿐만 아니라 물류의 이동에도 큰 역할을 하는데 말이다. 이해할 수가 없다.
만달레이와 네피도 중간 쯤에 휴게소가 하나 있다. 메이크틸라 근처인데, 양곤-만달레이 고속도로 전체 구간에 있는 휴게소 둘 중 하나이다. 다른 하나는 네피도와 양곤 중간 지점에 있다. 이곳에는 필 익스프레스(Feel Express), 페이머스(Famous) 등 프렌차이즈 식당이 있고, 주로 과일을 파는 난전이 줄지어 있다.
늦은 점심을 먹기 위해 필 익스프레스 식당에 들어갔다. 이 식당은 진열되어 있는 음식을 보고 이것 저것 시키면 종업원이 가져다 준다.
식당 귀퉁이에 불상이 모셔져 있는 게 이채롭다. 이 나라 사람들의 불심이 얼마나 깊은 지 짐작할 수 있겠다.
네피도는 미얀마의 수도이다. 정확히 말하면 우리나라의 세종시와 같은 행정수도이다. 외국 대사관들은 아직도 양곤에 있다. 경제 중심지 역시 양곤이며, 근대에서 현대로 넘어오는 과정에서 중심역할을 했던 도시는 만달레이다. 그러면 네피도는 뭔가? 흔히들 그들만의 성채라고 불리우는 이 도시는 2006년 11월 갑자기 군부에 의해 천도가 강행되었다.[미얀마 수도 이전과 관련한 당시 뉴스(오마이 뉴스) 보기]
자는 곳에 대해서 크게 신경을 써지 않았는데, 이번 여행은 그렇지 않았다.
이전 여행에서 한 번 쯤씩 가봤던 산정의 마운트 플레전트 호텔 타워 레스토랑이 기억에 남아 이번에는 아예 호텔을 이곳으로 정했다. 숙박료도 이전에 비해 많이 내려 산 아래의 이전 호텔과 비슷해졌다.
이 호텔은 마치 이 호텔을 위한 전용 도로인 듯한 잘 닦여진 도로를 따라 가다보면 문득 양쪽으로 축대가 드러나고 그 양쪽으로 호텔 건물들이 띄엄띄엄 서 있는 형상이다.
이곳은 북부 호텔 지구, 많은 호텔들이 각기 넓은 땅을 차지하고 있다. 짓다 만 호텔들도 더러 있다.
나는 작년과 지난 1월 이 지역에 있는 호텔에서 머물렀었다.
마운트 플레전트 호텔의 특징 중 하나가 아침마다 끼는 안개다. 이 안개는 오전 9시가 넘어야 걷힌다.
아침에 식당에 밥을 먹으러 오갈 때 이 안개 속을 걷거나 전동차를 불러 타고 다녔다.
부대 시설도 있을 건 대충 다 있다. 레스토랑, 수영장, 테니스장, 포켓볼 대 등등.
사람의 내왕이 빈번하지 않은 탓인지 바닥은 물때와 이끼가 끼여 있다.
이렇게 나란히 배치된 단층 객실 8개를 가진 건물이 우리들이 머문 곳이다. 우리 일행 외는 사람이 거의 없어 밤이면 박 선생님의 멋드러진 섹소폰 연주도 마음껏 감상할 수 있었다.
떠나기 전전날 밤, 타워레스토랑에 쪼묘왕과 에뚜조 가족을 불렀다. 이 둘은 알게 모르게 항상 우리에게 도움을 준다.
아이들도 못보던 사이에 많이 컸다.
네피도에서 할 수 있는 일은 별로 없다. 관광 인프라가 거의 없다. 그렇다고 사람들이 복작거리는 다운타운이 있는 것도 아니다. 이 도시는 공무원과 군인들을 위한 도시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그래도 우리 일행에게는 유일한 즐길거리 골프가 있다. 우리는 이곳에 머무는 동안 하루도 빠짐없이 골프를 했다.
이 골프장은 핀우린 만큼은 아니지만 가성비가 좋다. 그린피 28불, 캐디피 1만짯, 트레일러 2천 짯 해서 약 4만원이면 18홀을 즐길 수 있다. 페어웨이와 그린의 관리 상태는 최상이다. 캐디는 1인 1캐디, 볼을 봐주는 캐디가 따로 있다.
지난 해에 없던 로컬 룰이 하나 생겼다. 5인 이상 플레이를 하면 추가 비용을 더 내야 한다는 것, 출발점에서 인원을 체크하고 1인당 1천 짯을 요구했다. 2명 3명으로 나누어 출발하면 안 내어도 되는데 다음 코스에서 들통이 나는 짓이어서 5천 짯씩 내고 라운드했다. 손님에게 초점이 맞추어져 있는 룰은 아닌 듯, 골프장 잔디를 한꺼번 더 밟아 손상시킬 테니 관리비를 더 내라는 식인 것 같다. 어쨋든 이 룰도 이해가 안되는 '미얀마식'이다.
식사는 주로 따베공 시장 근처에 있는 모우칸농(Maw Khan Nong) 샨 레스토랑에서 해결했다. 이 식당의 음식은 미얀마 샨 주의 음식이 주 메뉴인데 우리 입맛에 잘 맞았다. 샨 주는 메주를 담고 두부를 만들어 먹는 등 우리 음식 문화와 닮은 점이 많은 지방이다.
꽃잎으로 '밍글라바'를 써놓았다. 이 밍글라바 꽃글씨는 며칠 후에 사라졌겠지?
라오스의 국화인 참파 앞에서.
참파는 꽃잎이 참 이쁘게 생겼고 향도 진하다.
9개 홀을 거의 다돌고 동반자가 자기 캐디 신발이 다 떨어졌다는 소리를 듣고 보니 신발이 완전 두더기였다. 밑창과 발등 부분이 분리되어 끈으로 동여매 신고 있었다. 불현듯 내 캐디백에 여분의 신발이 있음을 떠올렸고 내가 신고 있던 신발을 그에게 신겨보았다. 신기하게 딱 맞았다. 기부 아닌 기부를 즉석에서 했다.
녀석, 키 작은 놈이 발만 커가지고. ㅋㅋ. 어쨋든 대단히 흡족해 하는 모습을 보니 기분이 좋았다.
모처럼 문 베이커리도 가봤다. 빵으로 시작해서 김밥, 떡볶이 등 한 류 바람을 타고 급성장한 문베이커리, 그러나 지금은 거의 현지화되어 메뉴의 한 귀퉁이에서 김밥, 비빕밥, 김치찌개, 떡볶이 등을 찾아낼 수 있었으나 맛은 한국맛과는 거리가 많이 멀어져 있었다.
산정에 있는 호텔에서 내려와 거의 평지에 다다를 즈음에 보이는 풍경이다. 맞은 편 파란 색 건물이 우리 일행이 자주 들린 오션 슈퍼센터. 오션 슈퍼센터는 미얀마의 대표적 대형 할인점으로 우리의 대형 할인점과 닮았다. 그 안에는 음식점도 있으며 허즈(Her's)라는 한식점도 있다.
미얀마 국회의사당 정문. 내가 갈 때는 언제나 문이 닫혀 있었다.
앞에 보이는 다리를 건너면 우리 국회의사당 규모의 10배나 됨직한 미얀마 국회의사당이 자리잡고 있다.
국회의사당과 대통령궁 옆에 있는 20차선 도로. 퍼레이드용으로 만든 것 같다. 어떤 이는 전시에 비행장으로 쓸려고 했다고도 한다.
어쨋든 현재는 지나다니는 차보다는 놀고 있는 강아지 숫자가 분명히 많다.
네피도의 랜드마크라고 할 수 있는 우빠타산티(Uppatasanti) 파고다를 다시 가본다. [스트리트 뷰로 보기]
네피도에 가면 반드시 한번은 가봐야 할 곳이다. 시가지 중앙 언덕에 있어 네피도에서는 어디서나 보이는 거대한 불탑으로, 양곤에 있는 쉐다곤 파고다를 그대로 복제해서 이곳으로 수도를 옮긴 군부의 실세였던 딴쉐 장군이 세웠다고 한다.
높이는 95미터로 쉐다곤보다 3미터 낮다.
내부의 벽면은 옥(玉)으로 만든 부처님 일대기 부조가 있다. 각 부조의 아래 쪽에는 미얀마어와 영어로 내용을 설명하고 있다.
야산 위에 높은 축대를 쌓아올리고 그 위에 파고다를 지었기 때문에 네피도 시내를 내려다볼 수 있다.
보리수인가 보다.
파고다에 입장하는 방법은 사방으로 나 있는 계단을 이용하거나 귀퉁이에 있는 엘리베이터를 이용하면 된다.
별도 입장료는 없으며, 맨발로 들어가야 한다. 신발 보관함을 이용해 신발을 맡겨야 하는데 1~2백원의 기부를 하는 것이 모양새가 좋다. 허벅지나 어깨가 드러나는 옷은 안된다. 허벅지나 어깨는 론지나 소울를 빌려 착용할 수 있는데 1천 짯을 주어야 한다.
큰 규모의 부속 사원
영물로 여겨지고 있는 흰 코끼리
다음 편에서는 네피도 근교의 핀나마와 예진 이야기를 다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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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얀마 골프+여행+봉사(기부)활동 밴드
https://band.us/@lovemyanma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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