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피도에서는 사람 사는 맛을 거의 느낄 수 없다. 시가지가 너무나 계획적으로 조성되어 있어 사람들이 복작거리는 곳은 시장이나 할인점 뿐이다. 그래서 나는 네피도에 머물 때는 따베공 시장이나 묘마 시장에 반드시 가본다. 사람 냄새가 나기 때문이다.
이곳 핀마나는 네피도가 생기기 이전부터 있었던 도시이다. 여기는 마치 양곤이나 만달레이 같이 언제나 사람들이 복작거린다. 더구나 시장에 들어서면 거의 사람들을 헤치고 다녀야 한다.
과일 행상에서 파인애플을 주문한다. 저 쪽에 있는 아가씨 둘은 우리에게 무척 관심이 많다. 눈요기거리라도 되는 모양이다.
두 개를 주문하자 즉시 협업에 들어간다.
이미 깎아놓은 파인애플은 벌들의 차지다.
능숙한 솜씨로 심이 있는 부분을 발라내고 씻어서 비닐봉지에 싸 건네준다.
핀마나에서 동쪽으로 들판을 가로질러 가면 군사, 대학의 도시 예진이 나온다.
군사 지역은 일반인들이 쉽게 접근하지 못하는 곳이어서 그냥 창밖으로만 보고 지나친다. 큰 연병장이 있고, 위엄이 있어보이는 건물들이 띄엄띄엄 눈에 들어온다.
여기는 예진농대, 예진임업대, 예진수의대 등 세 개의 대학이 붙어 있는 곳이다. 길거리를 걸어다니는 젊은이들의 차림새부터가 상큼하다.
예진에서의 목적지이다. 무슨 잡초밭 같지 않은가? 논인가 싶기도 하고... 어쨋든 여기는 골프장이다. 페어웨이는 헤비 러프가 되어 있었다. 입장료가 3,000짯에서 2,000짯으로 내린 이유가 바로 이런 사정 때문이렸다.
세 홀 쯤 치다가 돌아나왔다. 당췌 공을 치면 그 공은 다시 찾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이게 뭐냐고? 이걸 골프장이라고 돈받고 치게 하느냐? 총무는 골이 났다.
이 동네에 사는 사람들은 부수입원이 이 골프장이었는데 이제 더 이상 부수입을 기대하기는 힘들 것 같다. 여러운 마음이 들었든지 안마를 해준다. 1,000짯이라도 벌어야 하는 절박한 심정 때문이었을까?
가운데 모자 쓴 아지매가 이 골프장 매니저인 듯 했다. 골프장을 왜 이 모양으로 만들었냐고 하니까 기계가 없단다. 즉 잔디 깎는 기계가 없다는 말인데 실상은 예초기가 없다는 뜻일게다. 왜냐면 지난 번에 왔을 때 예초기로 페어웨이 풀을 깎고 있었으니까.
내가 긴급 제안을 했다. 지금 당장 시내에 가자. 기계 사러!
이 여인은 무슨 이유에선지 거절했다.
거절하면 할 수 없지뭐, 우리도 안오면 그뿐인 걸.
그래도 안타까웠다. 예초기 한 대 얼마 한다고 골프장을 폐허가 되도록 방치한단 말인가? 예초기 한 대 기증받고 기증한 이에게는 입장료 안받으면 무지무지하게 남는 장사인데 그걸 왜 거절하는 건지, 도대체 이해가 안되는 사고다.
이해 안되는 면은 여기도 있다. 대학 담장 너머 동네이다. 이른바 대학촌. 가게도 아닌 소위 전방들만 더문더문 있다. 여기 학생들은 기숙사에서 제공하는 것 외는 일체 아무런 여흥을 즐기지 않는 모양이다. 정말 공부만 열심히 하는 모범 학생들만 다니는 학교인가 보다.
과거 일본인들이 이 나라의 식물 종자를 채집해가기 위해 세운 씨드 뱅크(씨앗 은행) 건물이다. 지금은 어떤 용도로 사용되고 있을까?
예진은 농대와 농업연구소, 종자은행 등이 있어 농업 및 임업, 수의 과학의 본거지이다. 이 나라 사람의 80% 이상이 농업에 종사하고 있는 현황을 감안하면 이곳은 최고의 엘리트들이 모이는 곳임에 분명하다. 이곳에 내 조카 쪼묘왕이 있다. 그가 더 깊고 많은 연구를 해서 미얀마의 농업 발전에 크게 기여했으면 좋겠다.
다음 편에서는 자칫 못 돌아올 뻔 했던 귀국 이야기를 풀어놓겠다.
♡♡♡♡♡♡♡♡♡♡♡♡♡♡♡♡♡♡♡♡♡
미얀마 골프+여행+봉사(기부)활동 밴드
https://band.us/@lovemyanmar
'여행 > 미얀마' 카테고리의 다른 글
미얀마 여행 정보(2018년 8월 기준) (0) | 2018.09.13 |
---|---|
2018 여름 미얀마 기행(7) - 험난했던 귀국길 (0) | 2018.08.23 |
2018 여름 미얀마 기행(5) - 네피도 (0) | 2018.08.23 |
2018 여름 미얀미 기행(4) - 민원하이스쿨 학용품 기부 (0) | 2018.08.21 |
2018 여름 미얀마 기행(3) - 핀우린 (0) | 2018.08.2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