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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미얀마

2018 여름 미얀마 기행(3) - 핀우린

by 리치샘 2018. 8. 21.

올 여름 미얀마 여행의 두 번째 도시는 휴양도시 핀우린(Pyin Oo Lwin)이다.

핀우린에는 사관학교가 있고, 국립 깐도지 정원이 있다. 여름이라도 최고 기온이 30도를 잘 넘지 않는다. 여름에 미얀마에서 지내기에 이보다 좋은 도시는 없을 것 같다.

식민지 시절 영국인들도 이곳의 좋은 기후를 알았던 모양이다. 그들은 여름이면 뜨거운 만달레이를 떠나 이곳에 정부를 옮기고 업무를 봤다. 당시의 경비사령관이던 제이 메이의 성을 따고 도시란 의미의 묘를 붙여 메이 묘(May Myo)라고 불렀다. 그후 미얀마 군부는 핀우린으로 개칭했다.

해발 1,070미터(3,510ft) 고지이며, 만달레이에서 동북쪽으로 67km 떨어져 있다.

핀우린으로 가는 길은 해발 70미터인 만달레이에서 거의 1,000미터를 지그재그로 수직 상승한다. 길은 당연히 험하다. 


사진 출처 : https://mapio.net/o/5584401/

 

작년 1월 차선없는 왕복 2차선 도로를 3시간 넘게 곡예하듯이 오르내린 경험이 있는지라 만달레이 시내를 벗어나 거대한 장독 뚜껑같은 산으로 다가갈 수록 가슴이 조여옴을 어찌할 수 없었다. 
운전기사 몽몽은 타이어 수리점 앞에 차를 세운다. 펑크가 났는가 했더니 공기 필터를 꺼집어내어 에어건으로 푹푹 뿜어서 뽀얀 먼지를 대강 털어내어서는 다시 끼운다. '저 건 털어야 할 게 아니고 갈아야 하는데...' 일행 중 차 전문가가 한마디한다.

 

매표소다. 하이웨이라고? 그냥 회사 이름이겠지 했다.   

그런데 채석장을 지나 매표소를 거쳐 산으로 오르는 길이 의외로 넓다. 왕복 2차선이 편도 2차선으로, 그것도 오는 길과 가는 길이 분리되어 있다. 1년 반 만에 길이 확 달라졌다. 군데군데 공사 중이긴 해도 훨씬 안전해졌다.
부분적으로는 예전 흔적이 남아 있었다.

 

3시간 넘게 걸리는 시간은 2시간이면 족했다. 만달레이에서 9시에 출발하여 12시 넘어 도착할 거라고 예상했는데 1시간 이상 단축되었다. 호텔에 체크인할 시간도 안된 시각에 도착하는 바람에 시간을 메꾸기 위해 깐도레이 호수 가장자리에 있는 필 레스토랑으로 갔다. 거기서 점심을 먹은 후 호텔에 갈 요량으로.

깐도레이 호수는 남쪽의 깐도지 호수보다는 규모가 작지만 아담하다.
주변에 별장 풍의 건물들이 보이고, 낚시를 하는 사람도 있다.

 

한 커플은 사진 찍기에 여념이 없다.

 

우리도 그 커플의 방훼꾼이 될 작정을 한 것처럼 주변에서 서성거리면서 사진을 찍었다.

 

필(Feel) 레스토랑은 미얀마의 큰 도시와 고속도로 휴게소에 체인을 갖고 있는 음식점으로 YKKO와 더불어 미얀마의 대표적인 프렌차이즈 음식점이다. 인테리어가 깜끔하고 메뉴가 다양하다. 음식맛은 정갈하다. 이곳 핀우린에는 없지만 타도시에는 한식 메뉴도 있다. 주로 미얀마식, 중국식, 일본식, 태국식으로 크게 구분되어 있다.

미얀마식으로 볶음밥을 중심으로 5명이 다섯 접시를 시켜 미얀마 비어와 더불어 배불리 먹었다. 나오는 길에 계산대에서 주인으로 보이는 여인에게 환전을 해줄 수 있냐고 물었더니 흔쾌히 Yes! 한다. 1달러에 1,350짯 주겠다고 했다. 지난 1월의 환율이 1,300짯이었음을 기억하고 있는 나에게는 반가운 말씀이었다. 500달러를 환전하려다 500불을 더 보태 모두 1천 달러나 환전했다. 1백35만 짯이나 되는 거금이 금고에 숨어 있다가 우리 손에 쥐어졌다. 달러당 50짯을 더 주는 사설 환전, 이게 웬 횡재냐 했는데 그런데 그게 아니었다. 뒤에 네피도에 가서 은행에서 환전할 때는 달러당 1,450짯! 그 여 사장은 앉은자리에서 10만 짯을 꿀꺽했던 것이다. 오호, 통재라!!

 

식사 후 핀우린 시내에서 가까운 띠하 발라(Thiha Bala) 호텔에 체크인했다. 작지만 깨끗했다.
카운터의 아가씨에게 트윈베드를 요구했더니 오늘은 예약이 다되어 어렵고 내일은 반드시 트윈으로 바꿔주겠다고 약속해주었다. 특유의 천사 미소를 띤 얼굴로. (그리고 다음날 약속대로 해주었다.)

 

체크인 후 짐을 풀고 서둘러 골프장으로 향했다. 핀우린에는 2개의 골프장이 있는데 하나는 군인들 몫인 모양이다. 정보를 찾아봐도 당췌 나오질 않는다. 사관학교가 있으니 당연히 사관학교에 속하는 골프장이 있을 터. 
핀우린 골프클럽은 작년에 한번 들렀다 그냥 나왔던 기억이 있다. 당시는 아침에다 안개가 끼여 있었고, 잔디가 열대지방 특유의 잎이 아주 크고 질진 소위 떡잔디가 보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에는 통과할 상황이 아니다.

요금 계산대에 갔더니 난감한 상황이 발생했다. 담당 아가씨가 영어를 할 줄 모른다. 말이 안통하니 우리 일행은 못본 척하고 미얀마인들만 계산 처리하는 데 열중하고 있었다. 다행히 잘 생기고 젊은 한 미얀마인이 우리를 동시 통역으로 도와주었다.

그린피, 캐디피, 트레일러, 볼 캐디 피 등 몽땅 다 합쳐 믿을 수 없는 가격을 제시했다. 1인당 20,000짯 즉, 2만원도 안되는 금액이었다. 오호! 통쾌! 상쾌!

골프장은 전장이 아주 길었다. 좌우로 정글같은 숲이 있어서 그곳으로 들어가면 OB 설정이 안되어 있어도 그냥 언플레이어블 선언하고 벌타 받고 나오는 것이 현명했다. 잔디도 보통 잔디에 간간이 떡잔디가 섞여있는 정도로 경기하기에는 큰 무리가 없었다.
결론적으로 가성비가 아주 우수한 골프장이었다. 

이튿날도 그 골프장에 가서 한 나절을 신나게 보냈다.

 

 

핀우린에는 명소가 있다. 그 곳은 바로 국립 깐도지 정원! 엄청나게 넓은 정원이다. 호수가 있고, 숲이 있고 나비, 화석 박물관이 있다. 산책로가 잘 만들어져 있으며, 가지각색의 꽃들이 잘 가꾸어져 있고 호수에는 백조가 노닐고 있다. 이 정원 역시 영국인들의 쉼터로 조성된 것이다.

 

드넓게 조성된 잔디밭에서 대학생들로 보이는 젊은이들이 놀고 있다. 이 젊은이들은 대부분 바지에 스커트 차림이다.

 

그런데 이 친구들 중 몇은 론지를 입고 축구를 하고 있다. 론지는 미얀마인 남녀노소가 즐겨 입는 치마이다.

 

누구든 사진을 같이 찍자하면 흔쾌히 응해준다. 

핀우린에 거주하는 사람들은 대략 10만 명 가량이라고 하는데, 그 중에는 인도인, 방글라데시인, 중국인이 아주 많다. 인도인, 방글라데시인은 영국 식민지 시절 영국인들이 차출해왔던 사람들이고, 중국인은 최근에 유입되어 들어온 사람들이라고 한다. 

 

핀우린에 있는 또 하나의 명소, 닷토 짜잇 폭포다.
핀우린 쪽에서 흘러온 물이 갑자기 푹 파인 협곡을 만나 막무가내로 떨어지는 폭포다. 한 번도 아니고 대략 여섯 번 쯤 내동댕이쳐지는 물줄기다. 

 

이 폭포를 즐기는 길은 두 갈레다. 하나는 사진의 폭포 오른쪽으로 난 길을 따라 내려가서 폭포의 아랫쪽에서 치켜올려보고 물보라를 맞으면서 즐기는 것이고, 또 하나는 이곳 더 뷰(The View) 카페에 입장료를 내고 들어와서 전망대에서 조감하면서 즐기는 것이다.

 

 

아래 사진의 왼쪽에 있는 집은 개인 소유로 입구에 '니르바나(Nirvana)'라는 문패가 새겨져 있다. 저 집에 들어가기만 하면, 저 우람한 폭포와 자연을 늘 접하고 있으면 해탈의 경지 즉 열반에 드는 것은 무리가 없을 듯.

 

입장료를 받는 닉네임 핀핀(Pwint Pwint)라는 아가씨는 '밍글라바, 안녕하세요?'라고 인사를 했더니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라고 응대를 했다. 깜짝 놀라 한국말을 어디서 배웠냐니까 한국 드라마 보고 배웠단다. 참 기특하다. 우리가 전망대에서 올라와 카페에 들러 커피를 마시자고 앉으니 어느새 이 아가씨가 서빙을 하고 있었다. 그러면서 제법 많은 어휘를 동원해서 한국어로 대화했다. 페이스북 친구 맺기를 하고 저녁에 호텔에서 메신저를 켜서 대화를 신청했더니 안타깝게도 말은 할 줄 아는데 한글을 모른다고 했다. 한글이 더 배우기 쉬운데 말이다. 

핀우린의 시장 탐방은 두 번의 시도를 했지만 결과는 만족스럽지 못했다. 첫날은 너무 늦은 시간에 찾아가 철시를 한 상황이었고, 이튿날은 비가 내려 차창으로만 보고 과일 사먹는 걸로 만족해야 했다.

 

8월 6일 월요일, 호텔에서 이른 아침을 먹고 만달레이를 거쳐서 가져간 학용품을 전달하기 위해 마이이타라는 소도시를 찾아갔다. 가는 길에 제법 눈치가 빨라진 기사 몽몽이 만달레이가 보이는 꼬불길에 차를 세우고 사진을 찍어란다. 너도 와서 같이 찍혀 손짓을 했더니 담배를 들고 연기를 뿜으면서 포즈를 취했다!
건방진 녀석같으니라고(ㅎㅎ), 어디 할아버지들 앞에서 스무 살 밖에 안된 애숭이가 담배를 꼬나물고! 땍!! 했지만 그는 내가 얼굴을 붉히는 이유를 알지 못하는 듯. 이런 걸 두고 틀렸다는 것이 아니라 다르다고 봐야겠지. 

 

아래 사진은 만달레이 쪽을 보고 찍은 사진이다.


누런 절벽처럼 드러나 있는 곳은 만달레이 입구에 있는 거대한 채석장.

 

방석도 없이 바닥에 앉아서 트럭을 타고 가는 사람들. 미얀마에서는 흔하게 볼 수 있는 풍경이다.

 

다음 이야기는 민원학교 편. 처음으로 학용품 기부를 해본 소중한 경험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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