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낭 대신 캐디백을 메고 떠나는 여행, 줄여서 캐디백 여행이 이제 6~7년 된 것 같다.
올해의 행선지는 미얀마 네피도이다. 바간과 만달레이, 핀우린도 가볼 예정이다.
3개월 전쯤인 9월부터 본격적으로 비행기표를 예매하고, 인터넷과 책을 통해 정보를 수집해나갔다. 이미 5년 전 겨울과 여름 연거푸 두 번을 갔다온 곳이지만 그 당시에는 우리 농업진흥청에서 해외 농업기술 발전을 돕기 위한 목적으로 파견되어 그곳에 머물고 있었던 김정태 박사의 관사에 머물면서, 차는 김 박사의 차를 이용하고, 음식은 시장을 봐와서 집에서 해먹었고, 김 박사가 안내하는 대로 움직였었다. 따라서 골프장 몇 군데와 우파타산티 파고다, 미얀마 랜드마크 등을 제외하고는 네피도에 대해 아는 바가 없다.
이번에는 다르다. 김 박사도 이미 네피도를 떠난 지 5년이 되었고, 관사도 차도 없는 상태. 이번 여행의 모든 기획은 내가 맡아서 진행하기 시작했다. 김 박사는 이번에는 동행자로 참여하는 모양새가 되었다.
내가 잘 알고 지내던, 대학 후배이면서 해외봉사활동을 같이 했던 조 선생님이 그 후배인 오 선생님과 함께 처음부터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처음으로 여성 캐디백 멤버가 합류한 것이다. 그리고 두 사람의 지인이던 한 분의 남 선생님과 두 분의 여 선생님 등 세 사람이 석연찮은 이유로 중도 포기해 잠시 혼란을 겪었다. 그들은 해외 자유여행에 대한 부담이 컸던 모양이었다.
결과적으로 예전에 함께 방문했던 세 사람(김 박사, 하 사장, 변 팀장)과 하 사장의 지인인 신 사장(이 분은 예의 세 사람이 빠지고 뒤에 합류했다), 그리고 지난 해 라오스에 같이 갔던 동갑내기 임 한량 등 모두 8명이 동반자가 되었다.
목적지 네피도는 일반인들에게는 잘 알려지지 않은 미얀마(버마)의 새 행정수도로 내 개인적으로는 3번째 방문인 셈이다.
노선을 탐색한 끝에 비행기값을 줄이고, 시간을 절약하기 위해 방콕 경유 네피도 행으로 결정했다. 방콕-네피도 구간이 예상보다 비싸게 나왔는데 다른 지역을 거쳐가는 것보다는 시간상, 거리상으로 유리할 것 같아서 그렇게 결정하고 진행했다.
인터넷에서 정보를 세세하게 훑고, 특히 구글 지도를 이용하여 여행 예정지인 네피도, 바간, 만달레이, 핀우린 등을 샅샅이 뒤졌다. 두 번의 방문 때 만났고, 이후 페북을 통해 오랫동안 메시지를 주고 받고 있던 사업하는 에뚜조와 성실한 공무원 쪼묘왕을 통해 차량 임대를 했고, 정보를 추가, 확인해 나갔다.
한편 동행자들은 두 번의 사전 미팅을 통해 서로 모르는 사람간 안면을 익히고 진행 상황을 점검하였다. 비자는 인터넷을 통해 e-Visa를 발급받았다.
밴드(Band)를 통해 수시로 연락을 주고 받았으며, 새로 얻은 정보를 그곳에 업데이트하였다.
[참고] 미얀마에 대한 사전 공부 결과들
동남아 불교 국가 사람들의 사고와 생활 방식
미얀마에서 해야 할 것과 하지 말아야 할 것
네피도 시내 탐색
네피도 지리 공부
미얀마 도착 비자(e-Visa), 온라인으로 신청하기
네피도 골프장
바간 미리 가보기
만달레이 미리 가보기
핀우린 미리 가보기
<여기에 실린 사진들은 내가 찍은 사진과 동행한 일행이 찍은 사진이 섞여 있다. 사진을 제공해주신 동반자들에게 감사를 드린다.>
2017년 1월 5일, 네피도 가는 직항이 없어 3개월 전 쯤에 예약해두었던 부산발 방콕행 제주에어를 타고 우선 방콕으로 간다. 도착 시간 비행기편들이 모두 심야라 방콕에서 하룻밤을 자고 이튿날 방콕발 네피도 행 비행기를 타는 여정이었다. 그런데 항공사 측으로부터 갑작스럽게 방콕-네피도편이 취소되었다는 연락이 왔다. 이유는 명확하게 밝히지 않았다. 대신 추가 비용없이 방콕-양곤-네피도편을 제안했다. 이미 정해놓은 계획이라 수용할 수밖에 없었다. 돌아오는 편은 변함없이 네피도에서 방콕으로 직행하는 것이라 그나마 다행이었다.
가는 여정이 좀더 복잡하게 되었다. 방콕에서 양곤으로 넘어가 다시 국내선으로 갈아타고 네피도를 가는 만만찮은 여정이 된 것이다. 거기다가 노선별 비행기 편이 연동이 전혀되지 않아 입국, 출국을 반복해야 한다. 심지어 미얀마 내에서도 짐을 찾아 다시 티켓팅을 하고 짐을 부치고 탑승해야 한다. 싼 비행기를 이용하는 서러움이요, 남들이 가지 않은 길을 가는 데 대한 자업자득이다.
부산발 방콕행 제주항공, 만석이다.
방콕 수안나폼 공항 도착 현지 시간이 밤 12시를 넘었다. 입국 수속을 밟아주는 저 앞의 가려진 친구는 우리가 한국 시간으로 새벽 2시가 넘은 시간에 도착해서 피로도가 상당하다는 사실을 전혀 모르는 것 같다. 일하는 속도가 속에 천불이 날 정도로 느려서 찍지 말라는 사진을 무리하게 찍었다.
하룻밤 잠만 자고 가는 호텔이라 가장 싼 곳을 고른다고 고른 곳이 여기다. 여긴 공항 픽업 서비스가 확실하다. 조식이 없고 엘리베이터도 없다. 4층까지 캐리어 들고 올라간다고 진을 뺐다. 대신 인근에 작은 시장이 있어 거기서 새벽녘까지 리오(Leo) 맥주와 치킨으로 치맥을 했고 아침도 거기서 해결했다.
애초에는 오후에 네피도로 바로 가는 비행기였는데 양곤을 거쳐 네피도로 가는 비행편으로 대체되는 바람에 방콕에서의 한 나절 쯤의 여유 시간이 2-3시간으로 줄어버렸다. 왕궁을 가보니 어쩌니 하는 스케줄은 공항 근처에서 맴돌아야 하는 것으로 바뀌었다.
태국인 지인에게 페북 메신저로 공항 근처에 가볼 만한 곳을 추천해달라고 했더니 이곳 파세오 몰(Paseo Mall)을 가르쳐주었다.
아침을 해결할 요량으로 호텔에서 걸어서 10분 쯤 걸려 도착했다.
아침 8시 반 경이었는데 아직 이곳은 문을 열 기미를 전혀 보이지 않고 있었다.
몇 년 전 빙설 디저트가 유행을 하자 열대 지방인 이곳 태국이나 미얀마 등지에서 빙설집을 열면 잘 되겠다라고 생각했었는데 그게 나만의 생각이 아니었다. 이곳 방콕에만 수십 개의 빙설집이 들어섰다고 한다. 이곳도 그 중의 한 곳.
아무 것도 할 수 있는 것이 없어 발걸음을 되돌려 호텔 근처로 와서 작은 시장에서 쌀국수로 아침을 해결하고 다시 호텔로 와서는 픽업서비스를 이용 10시 경 수안나폼 공항으로 향했다.
수안나폼 공항은 천정의 철골 구조만큼이나 복잡하다. 사람들이 많아 복잡하고, 동선도 아래 위층을 오르내리도록 해서 신경을 쓰지 않으면 길을 잃기 십상이다. 저 앞에 보이는 태국의 마스코트상이 있는 열에서 양곤행 보딩패스 수속을 한다.
수속 중에 잠시 둘러보니 이런 가방을 가진 커플이 보인다. 우레탄 재질로 보이는 아주 튼튼한 캐디백인 것 같다. 국내에는 왜 저런 물건이 없지?
혼자 서 있다가 여덟 개의 여권을 내밀자 보딩패스 처리하는 여직원이 일행이 어디 있냐고 묻는다. 저기 수화물과 같이 있다고 하니까 여덟 명이 모두 줄을 서서 들어와야한다면서, 다시 맨 꼬리에 가서 모두 줄을 서 들어오라고 앙탈을 부린다. 1시간 가량이나 줄을 서 있었는데 무슨 소리냐, 다시 1시간 더 줄을 서라는 얘기냐고 큰 소리로 따지니까 똑같은 말을 반복한다. 나도 똑같은 나의 말을 반복했다. 몇 번을 되돌림하다가 이길 공산이 없다고 판단을 했던지 우리 일행을 데리고 옆의 옆 창구로 안내한다. 거기는 그룹 여행자 창구였다. 애초에 내가 섰던 줄은 개인여행자 창구였고.
진작에 그렇게 안내할 일이지, 역시 이곳 애들은 융통성이라고는 별로 없다는 확신을 다시금 하게 했다.
수안나폼 공항을 찾을 때마다 느끼는 점이지만 이곳에서의 동선은 거의 미로와 다를 바 없다. 위에서 내려다 보면 마치 나무 줄기와 가지처럼 되어 있고, 층수가 많아서 평면 미로가 아니라 입체 미로다.
반면에 1시간 만에 도착한 양곤 공항은 심플하다. 손님에 대한 배려로 카팻까지 쫙 깔아놨다. 그런데 캐리어나 카트를 끌고 가보면 여간 힘들지 않다. 배려가 아니라 오히려 불편함을 제공하고 있다는 것을 그들은 알까? 합리성이 부족해보인다.
거기다가 국제선과 국내선 청사가 너무 떨어져 있어, 짐을 카트에 싣고 이동하는데 진땀을 흘려야 했다. 국제선 청사에서 나와서 국내선 청사까지 제대로 된 이동 경로없이 그냥 차량이 다니는 도로를 따라 오르락 내리락하면서 이동해야만 했다.
미얀마 입국에는 비자가 필요하다. 관광 비자는 최장 28일까지 체류할 수 있는데 예전에는 미얀마 대사관에 여권을 보내 발급 받았으나 최근 미얀마 출입국 사무소 홈페이지를 통해 온라인으로 발급 받을 수 있게 되었다. 출력물을 들고 입국하면서 공항 내 입국 비자 처리하는 창구에서 처리하면 된다고 알고 있었는데, 실제로는 입국 심사대에서 입국 심사와 함께 처리되었다.
입국 수속에 걸린 시간과 다시 탑승 수속에 걸릴 시간을 예상해봤을 때 여유 시간이 별로 없을거라고 종종걸음으로 국내선 청사로 와서 티켓팅을 하고 비행기 탑승을 기다리는데 이게 왠일? 계류장에 있는 비행기에 짐을 실었다 도로 내린다. 다른 비행기가 한 대가 오더니 옆에 붙어선다. 그 비행기로 짐을 옮기는가 싶더니 다시 꺼낸다. 비행기에 문제가 생긴 것이다. 그리고 안내 방송이 나온다. 1시간 지연된다고 한다. 해가 넘어가고 있다. 네피도 공항에는 이미 에뚜조와 쪼묘왕이 와서 기다리고 있을 터인데...
드디어 비행기를 타러 간다. 보시다시피 프로펠러 비행기다. 이런 비행기 처음 타본다. 기대 반 걱정 반이다.
비행기 정보를 찾아보니 이 비행기는 프랑스의 ATR사에서 제작한 것으로 72인승 쌍발 프로펠러 엔진을 달았다. 제트기에 비해 속도는 최대 2배 느리다. 기상 조건에 영향을 많이 받는다고 하고 제트기에 비해 상대적으로 짧은 활주로면 이착륙이 가능해 주로 국내용 단거리 여객기로 사용된다고 한다.
내부는 다행스럽게도 낡아보이지 않았다.
그런데 이 비행기 이륙할 때의 폭발적인 소리는 정말 압권이었다. 이륙 후에는 언제 그랬냐는 듯 순항을 했다.
이 비행기는 우리 일행의 전세기나 다름 없었다. 우리 일행 외 2명이 더 탔을 뿐이었다.
양곤에서 네피도로 가는 국내선은 하루 5편 정도 있다. 비행 시간 35분짜리 제트기와 1시간 짜리 프로펠러 두 종류의 비행기가 뜨는 것으로 보인다. 최저가는 편도 12만원대이다.
참고로 양곤-낭우(바간)은 하루 15편, 최저가 3만원대(이하 편도 가격), 양곤-만달레이는 하루 8편, 최저가 3만원대, 양곤-호헤(일레 호수) 역시 하루 8편, 최저가 3만원대로 검색된다. 양곤-네피도 노선보다는 거리가 더 먼 곳인데도 손님이 많아 여러 항공사들이 경쟁을 벌이고 있고, 네피도행은 두 개의 항공사가 상대적으로 비싼 요금을 받고도 적자 운항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어쨋든 네피도는 여행자들에게는 여전히 인기없는 지역인가 보다.
이륙 1시간 만에 네피도에 도착했다. 이렇게 우리는 소위 그들만의 성채인 네피도에 입성을 했다. 한 나라의 수도라는 이 도시에 기착하는 비행기는 정원 100명도 안되는 고전적 프로펠러 비행기, 그 나마 정작 탑승한 사람은 10명, 그들만의 성 안으로 우리는 과감하게 발을 들여놓은 셈이다.
쪼묘왕(Kyaw Myo Aung)이 공항에 나왔고, 에뚜조(Ye Thu Zaw)는 중간에 합류를 했다. 쪼묘왕과 에뚜조의 협업 안내에 따라 호텔로 들어가기 앞서 인근의 오션슈퍼센터 근처에 있는 중국식당에서 저녁을 했다.
쪼묘왕은 농촌진흥원에 근무하는 공무원이고, 에뚜조는 아내가 화장품 사업을 하고, 그 자신은 군 고위 영관급인 아버지의 후광을 입고 있는 듯한 한량(?)이다. 두 사람 다 선량하기 짝이 없는 미얀마인다.
저녁을 에뚜조가 사겠다고 했다. 그는 비지니스맨적인 면모가 강하다.(아래 사진 정면 메뉴를 보고 있는 이가 쪼묘왕, 그 오른쪽은 우리가 에뚜조의 알선으로 렌트해서 타고다닌 승합차의 운전기사 투 나잉 민(Thu Naing Myint), 그리고 그 오른쪽 검은 티를 입은 이가 에뚜조)
14일 일정 중 10일을 머물게 될 호텔이다. 네피도 북쪽 호텔 지구에 위치하고 있으며, 외관을 깔끔했고 테니스장과 풀장까지 갖추고 있다.
그런데 머무는 사람이 없다. 이 호텔 뿐만 아니라 인근의 다른 호텔도 마찬가지, 호텔을 드나드는 차량을 구경한 적이 없었으니...
이 건물은 별관이다. 손님이 없으니 덩치 큰 본관을 비워두고 우리를 이 별관에 배정했다. 방은 모두 24개. 1층만 썼다.
라오스 국화 참파 꽃이 피어 있는 배경으로 보이는 본관.
[참고] 미얀마 알아보기(위키백과)
'여행 > 미얀마' 카테고리의 다른 글
2017 미얀마 기행 #03 엡야 골프클럽 라운드 (0) | 2017.01.22 |
---|---|
2017 미얀마 기행 #02 시티 골프 클럽 라운드 (0) | 2017.01.22 |
미얀마에서 찍은 360도 파노라마 사진 (0) | 2017.01.21 |
미얀마 삔우린 미리 가보기 (0) | 2016.12.26 |
미얀마 만달레이 미리 가보기 (0) | 2016.12.2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