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주 쉬고 오늘은 집 앞 산에 오른다.
금병산이다.
금병산!
원래 비단이 병풍처럼 둘러쳐진 형상이라는 錦屛이라는 무척이나 아름답게 작명된 산인데 언제부턴지 金屛으로 바뀌어 표기되고 있다.
진영이 군대의 진영을 닮았다 해서 진영(陣營)이라 이름 했다가 진영(進永)이라는 다소 추상적인 뜻을 가진 동음이의어로 바뀐 것도 아쉽다. 지명에 관한 고찰이 정확한 것인지 아닌 지는 모르지만....
<네이버 지도>
대흥초등학교를 지나 산복도로 변에 주차하고 산쪽으로 난 동네길을 들어선다. 그런데 아내가 생소한 길이라고 한다. 몇 년 만에 오다보니 생소할 수도 있다고 내가 우겼다. 그 때는 이 길을 내려왔다고 하면서.
금산사 언저리에서 과수원을 끼고 산허리로 오른다.
뒤로 돌아보며 내려다본 진영 시가지의 모습.
진영의 앞산은 온통 단감나무 밭이다.
금산사를 지나 얼마 안올라가면 오른쪽 산허리로 길이 꺾인다.
산나물 같기도 하고, 약초 같기도 하고...
산허리를 오르니 이전에 봤던 기억이 있는 체육 시설이 나온다. 맞다 저 길로 갔다.
과수원 경계에는 가시가 험악한 탱자나무가 울타리를 대신하고 있다. 때마침 탱자꽃이 만개해 있다.
등산로는 포근하고 푹신하다. 경사가 심한 곳에는 계단을 만들어 두었는데 그 계단이 자연 친화적이다.
나무가 찢어지고 쓰러지고...
엊그제 있었던 진도 앞바다 여객선 침몰 참사로 바닷물 속에 잠겨있을 학생들의 모습이 언뜻 떠오른다.
아음 아프다. 안타깝다. 어른으로서 부끄럽다. 미안하다.
탱자꽃 만발한 탱자나무 울타리.
새 순, 새 싹. 어린 것들은 무엇이든 아름답고 예쁘다. 꽃도 그렇다.
망개꽃이다.
옻나무.
망개열매와 꽃이 공존하고 있다. 1년 만에 아비와 아들이 함께하고 있는 셈.
참나무.
탱자꽃
정상에 거의 다다를 무렵, 돌무덤이 나타났다.
돌무더기 아래쪽이 표지석이 들어 있다. 무슨 소린가 하고 한참을 해독했다.
'6.26시, 도-지카터' ; 6.25사변 때 토치카 터 였다는 소리네. 토치카는 러시아로 움푹 파놓은 방어용 진지를 말한다. 독일말에서 온 벙커도 같은 뜻이다.
삼엽송의 이파리 세력이 엄청나다.
금병산 정상 앞에 돌무덤이 즐비하다.
정상에도 역시 돌무덤이...
산불예방요원 아저씨가 한 컷 해주었다.
아저씨는 나무들이 초록을 입으면서 감시의 눈초리를 누그려뜨려도 될 시기라서 그런지 한결 여유 있어 보였다.
금병산에서 내려다본 생림, 삼랑진 방향의 낙동강. 앞의 낙동강과 저 멀리 맨 뒤쪽 산자락 왼쪽에서 내려오는 밀양강이 합류하는 곳이 삼랑진이다.
봉하마을 방면.
금병정.
그러고보니 이전에 왔을 때는 이곳 정상까지는 오지 않았다. 헬기장에서 보면 길이 내리막으로 보여 하산하는 길인 줄 알고 더 진행하지 않고 되돌아 내려갔던 것 같다.
기축년이면 2009년인 것 같다.
김해시장이라 쓰지 말고 차라리 자신의 이름 혹은 호를 쓰고 낙관을 찍었으면 좋았을 걸. 글씨도 좋은데...
금병정기라고 적힌 글을 읽다가 진영과 금병산에 대해 알게 되었다.
주남저수지가 지척에 보인다.
이 산은 정병산. 아래로 남해고속도로가 뻗어 있다. 고속도로 왼쪽 끝이 진영휴게소다.
남해고속도로 동창원 인터체인지 부근.
조개나물(http://user.chollian.net/~k95092/doc/s-jogaena.html)
정상을 지나 남서 쪽으로 난 능선을 따라 가다보니 통나무 공원이 나온다. 통나무가 어디 있지?
여기 있네.
명을 다한 동백꽃. 목련과 같이 저토록 처절하게 목을 꺾는다.
자주 오르는 동네 분의 흔적인 듯, 휴대용 방석도 걸려 있고, 대나무로 빨래널이 같은 것도 만들어 두었다. 목침도 있고.
이 흔적은 아마도 한 때 유행했던 나무 마사지의 결과인 듯. 나무도 불쌍하거니와 이 나무에 비벼댓을 사람들의 모습도 상상해보면 안스럽다.
내 배가 가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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