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라는 초강대국을 이끄는 사람은 불과 수천 명이라는 이야기를 들은 적 있다.
사람은 공동체를 이루어 산다. 하지만 공동체의 조직원 전부가 리더가 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우리는 최근 10여년 사이에 다른 나라의 모범이 될만한 일을 한 가지 해놓았다.
그것은 다름아닌 'IT강국'이라는 사실.
하지만 최근 한 지역에서 발생한 불미스러운 사건 하나가 인터넷을 타고 급속히 퍼져나가면서
아무 상관이 없는 개인이나 집단이 매도당하고 사회적으로 매장되는 일을 보면서 어두운 IT강국의 이면을 본다.
사회는 기본 질서 유지를 위해 법을 만든다.
법에 의하면 범죄를 저질렀다는 혐의가 있는 사람도 그 범죄 행위가 명백히 드러나기 전에는 실명을 거론하지 않는다. 대체 사람이 하는 일이라는 것은 그 일이 분명한 사실과 정연한 논리를 바탕으로 설명이 될 수 있을 때까지는 아무도 그 행위 자체를 두고 추측을 하거나 상상을 해서 퍼뜨려서는 안되는다는 점에 바탕을 둔 법일 것이다.
그러나 최근의 불미스러운 사건과 관련해서는 이러한 기본 상식이 네티즌에 의해 깡그리 무너져버렸다. 마치 한마디라도 거들지 않으면 자신이 공범이나 될 듯이 말이다.
'관련글'에서도 그 진위를 밝히고 있긴 하지만, 패러디 흉내를 낸 듯한, 문맥만 봐도 논리성이 전혀 없는 웃자고 해본 듯한(원문을 쓴 사람은 그랬을 거라고 짐작한다) 글이 '틀림없는 사실'이 되어 그것을 바탕으로 유추하고 덧씌워진 선량자를 가장한 네티즌의 폭언들이 무자비하게 '유포'되어 심지어는 '지식in'이라는 데도 버젓이 올라와 있는 것을 보고 아연실색하지 않을 수 없다.
사실로 오인한 발단은 글의 첫머리에 있는 실명이었을 것이다. 사실을 찾는 사람의 속성은 A라는 이름보다는 'A아무개'를 더 미더워하고, 그보다는 이름이 드러난 실명에 더 확신을 주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이런 면에서 실명을 내세운 허위는 당연히 범법행위가 된다는 점을 간과하고 있는 사람이 너무나 많은 것을 본다.
아무나 맞으라고 던진 돌에 맞으면 봉변이다. 억울하기 짝이 없는 일이다. 던진 자는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을 거라는 정도로 이해할 수도 있다.
반면 누구를 겨냥(실명을 사용해서)해서 돌을 던진다면, 더더구나 그 대상이 나와는 전혀 이해관계가 없는 대상이라면 그 자는 분명 정신적 문제 차원이 아니라 사회적인 악이다.
우리는 나를 존중하듯이 남도 존중하며 살고 있다. 그마저 사라진다면 존재할 공간이 사라지는 것이고. 거대한 공동체를 유지하는 데 있어 이번의 불미스런 사건을 대하는 네티즌의 상당수는 모두가 리더가 되고 싶어하는 모습이 역력하다. 이해할 수 있는 일이다.
하지만 익명성을 바탕에 깔고 특정인이나 단체를 표적으로 해서 마구잡이식으로 돌을 던진다면 우리 네티즌 사회는 결코 정상적인 집단이 아니다.
제대로 된 양식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IT 강국 속에서 위축될까 걱정이 된다.
소수의 리더마져 의욕을 잃게 되면 우리 모두는 걷잡을 수 없는 나락으로 추락하는 것이다.
소수의 리더마져 의욕을 잃게 되면 우리 모두는 걷잡을 수 없는 나락으로 추락하는 것이다.
- 2004년 12월 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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