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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승의 날

by 리치샘 2013. 9. 13.

경제 논리가 지배하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더 이상의 인간적인 정은 기대하지 말아야 할까보다.
받는 만큼 가르치고, 더 이상의 정을 주지도 받지도 말아야 마음 편히 살 수 있는 세상이다.

교사 생활 25년만에 스승의 날이랍시고 오늘 하루 쉰다.
이 무슨 변고란 말인가?
스승의 날에 제자없이 우두커니 집에 앉았다. 바깥에는 때맞춰 비가 청승스럽게 내리고 있다.

돌가루 봉지에 풋고추 몇 개 담아 자기 가르친 선생에게 못내 부끄러워하면서 내밀 때
선생 왈 "이기 뭐꼬?"
제자 왈 "서성에 날이라서 예..."
그런 제자의 모습을 보고 싶다. 그런 제자들을 키우려고 애를 써왔다.

그러나 오늘은 그런 제자를 만나는 학교의 자리를 비웠다.
촌지 왈가왈부하면서 공문이 들이닥치고 몇몇 학부형들은 매스컴을 등에 업고 고발을 하느니 어쩌니 해대는 꼴들을 피하기 위해서다.

꽃이라도 한송이 들고 오는 제자는 주위의 눈총을 의식하고,
받는 선생도 마음이 편치 않은
지금의 세태가 암울하다.

- 2004년 5월 1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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