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해 장천은 옛 것과 현대의 것이 여럿 공존하는 동네다. 진해에서 가장 돋보이는 봉우리 시루봉 아래로 뻗어내린 산줄기와 골짜기가 광석골을 거쳐 진해 부두 앞 바다로 이어지는 그곳에 장천동이 있다.
시루봉 아래쪽으로 천자암, 진해만 생태숲, 장천 파크골프장이 있다. 광석골이라 불리는 그곳은 봄이면 온 골짜기가 순백의 벚꽃으로 뒤덮힌다. 진해하면 벚꽃이고, 벚꽃하면 나는 광석골을 제일로 꼽는다.
더 아래로 바닷가 쪽으로 내려가면 옛 것과는 거리가 멀어진다. 대단위 아파트 촌이 있고, 아파트를 지으려고 큰 공장을 허물어버린 드넓은 공터가 있다. 진해화학 자리는 이미 오래 전에 아파트를 지을거라고 가림막을 해놓고서는 그 가림막이 허물어져 가고 있다. 그 옆에는 최근에 한화L&C라는 공장이 이사를 가버리고 높은 가림막이 새로 쳐졌다. 바닷가는 진해항 부두이다.
이번에 살펴보는 동네는 장천동 대단위 아파트촌과 진해부두 사이에 있는 몇 가구 남지 않은 옛 동네이다. 근처에 천원 가게가 있어서 들렀다가 밥을 먹고 소화도 시킬 겸 걷다가 가 본 동네다.
담벼락이 예사롭지 않다. 시멘트 블록 담이지만 넝클 식물들이 거의 가려버렸다. 블록의 회색은 이미 식물들의 뿌리 배설물(?)로 시꺼멓게 변했다.
진해 장천의 옛 모습은 아래 사진의 뒷쪽 아파트촌 오른쪽과 벚꽃공원 사이에 일부 남아 있고, 여기 아파트촌과 진해만 사이에 여남 가구 동네로 남아 있다.
여기는 유난히 새가 많다. 까마귀들이 대세다.
재개발을 위한 거대한 가림막 뒤로는 어떤 모습인 지 알길이 없다. 그 높은 벽 바로 앞에 오래된 기와집이 상대적으로 초라해보였다. 집주인 아주머니는 텃밭의 철망문을 박차고 들어가 싱싱하게 자란 배추 한 소쿠리를 담고 있었다.
외관상 보이는 집들은 깔끔하게 정리되어 있었으나 인적이 드물어 보였고, 한두 분 만난 주민들은 모두 노쇠한 모습이었다.
마을 남쪽 바닷가 쪽으로 큰 요양병원이 있어 바다 전망을 온전히 가려 버렸다.
완전한 적막함이 동네를 에워싸고 있었지만 삶의 흔적은 곳곳에서 찾을 수 있다.
낡은 나무 창문을 덜어내고 새로 달았을 법한 알류미늄 창문도 이제는 많이 낡아보인다.
철 대문은 세월의 흔적으로 고스란히 담아서 빨간 페인트칠이 벗고 훨씬 더 검붉은 녹이 꿈틀대며 일어나고 있다.
저 넝쿨은 전붓대를 넘어 하늘로 올라갈 기세다.
담벼락마다 넝쿨식물들이 더러는 아장걸음으로, 더러는 기세등등한 걸음으로 수직 상승을 하고 있다.
인적이 많지 않으니 거미는 먹거리가 풍부한 모양이다. 살이 제법 포동포동 쪘다.
장천동을 지나 진해부두길 끝자락에는 수많은 낚시꾼들이 붐비는 행암이다. 이곳에서는 배를 타고 먼 바다로 나가 낚시를 하는 사람들이 몰고온 차들이 행암문예마루 앞 주차장을 빼곡히 채운다. 부둣가 방파제에도 낚시꾼들이 낚시대를 부딪힐 정도로 많다.
진해항에 노을이 물들고 있다. 11월은 구름이 있어 노을이 더 예쁘다.
진해에서 가장 큰 아파트 단지다. 장천동과 풍호동에 걸치는 지역인데, 내가 진해로 이사를 결심한 뒤 이곳에 집을 구할까 궁리하기도 했다. 그런데 몇 집을 둘러보니 바다 조망은 거의 없고, 다른 아파트 뷰(Anorther APT view)였다. 4년이 지난 지금 선택하지 않은 것을 천만다행으로 생각하는 또 하나는 인근 군부대에서 시도 때도 없이 이착륙하는 헬리콥터 소음에 시달리지 않는다는 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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