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마지막 토요일, 날씨가 청명해서 가을 여행길에 관성이 생겼다. 이번 여행은 사천 - 삼천포 - 남해 창선 - 물건리 방조어부림 - 보물섬 전망대 - 상주해수욕장(상주은모래비치)으로 해서 다랭이마을이 종착점이다.
집을 나서 양곡 나들목에 다다르자 마창대교 쪽 고가도로에 차들이 줄을 서 있다. 평소에 없던 현상이라 당황, 급히 경로를 바꾸어 직진했으나 몇 km 못 가서 봉암다리 앞에서 막힌다. NC파크 앞에서 또 기어가다시피한다. 네비게이션도 헷갈리는 지 마산 쪽으로 우회하라고 했다가 내서로 가는 국도로 가라 했다 한다. 그렇게 막히고 겨우 뚫린 길을 쉬엄쉬엄 가서 함안을 넘어서야 소통이 되는 듯했다.
진주나들목을 지나자마자 또 네비게이션의 행로가 빨간 색으로 바뀐다. 이번에는 사천나들목 부근이 정체다. 사천으로 들어가야 빠른 길인데, 그대로 직진했다. 옆 좌석의 조수가 인터넷 검색을 해보더니 오늘이 천천공항에서 에어쇼를 하는 날이란다. 곧장 직진했다. 곤양 나들목에서 벗어나 사천대교를 탈 생각으로 말이다.
아침 10시에 집에서 출발했는데, 평소에는 한 시간 남짓이면 도착할 토끼섬 입구의 서포 마을에 3시간 걸려 닿았다. 점심 먹을 시간이라 서포에 있는 석쇠 불고기 정식 식당으로 갔다. 가격은 좀 비싸지만 음식이 정갈해서 나름 맛집으로 점찍어 두고 있는 집이다. 기대에 어긋나지 않은 식사를 하고 길을 재촉했다.
사천대교를 지나면서 남해 쪽을 보니 바다 쪽으로 LA나 샌프란시스코에 있는 피어 같은 시설이 있었다. 그곳이 궁금해 우회했다. 동네 이름은 대포항. 마침 밀물 때라 물이 많이 들어와 있었다. 이곳은 남해안에서는 보기 드물게 썰물이 되면 제법 긴 갯벌이 생기는 곳이다.
시간에 쫓겨 방파제 끝에 있는 '그리움이 물들면' 조각상을 보지 못한 것이 못내 아쉽다.
삼천포대교와 창선교를 건너서 독일마을이 있는 물건리로 갔다. 독일마을은 독일 파견 광부와 간호사들의 귀국 보금자리였는데, 최근에 카페와 호텔로 변모한 집이 많다고 한다.
우리가 가보고자 한 곳은 방조어부림.
설명은 사진으로 대체한다.
방조어부림 앞으로 펼쳐지는 바다. 예전에 없던 리조트와 큰 방파제가 생겼다. 그러고보니 한 20년 만에 다시 이곳에 온 것 같다.
숲 속에 데크길이 잘 만들어져 있다. 이를 일군 사람들의 노고가 담긴 흙과 바위로 돋운 방조제, 그 위에서 자라고 있는 아람드리 나무를 보고 자연의 횡포에 맛서는 인간의 지혜를 느낀다.
상주로 가는 해안길에 특이하게 생긴 전망대가 있어 들렀다. 일명 보물섬 전망대다. 보물섬이 보여서 그런 이름이 붙었나 했는데, 그 안에 전시 판매되고 있는 물건들이 보물들이었다(남해를 일명 보물섬이라고 한단다). 인근의 독일마을과 관련이 있는지 아니면 주인장이 광부 혹은 간호사 출신인지는 알 수 없으되 쉽게 접할 수 없는 독일산 제품들(쿠키, 와인, 맥주, 장식품 등)이 많았다. 위층에는 모험을 즐길 수 있도록 시설되어 있었다. 그 모두가 상업용이었다.
아내와 연애 시절 처음 가 본 상주해수욕장, 그 때 진주에서 이곳까지 시외버스를 타고 와서 수영복을 입고 물놀이도 했었다. 가난한 학생 형편에 먼곳까지 와서 꿈같은(!) 한나절을 보내고 진주에 되돌아갔을 때 호주머니에 남은 돈이 10원이었다. 그 동전은 지금도 보관되어 있다. ㅋ
이번 여행의 최종 목적지 다랭이마을. 바삐 온다고 왔지만 야속한 산이 햇빛을 가려놓아 반 이상은 그늘이 된 상태, 거기다가 벼는 대부분 베어져 누워 있다. 다랭이 논이 층층이 많이 있을 줄 기대했는데 논보다는 집이 더 많다. 그리고 그 집들은 두 집 건너 한 집이 농사와는 관련없는 식당이나 카페다.
대! 실! 망!
돌아오는 길에 죽방으로 유명한 지족에서 멸치쌈밥을 먹을까 하다가 아내가 이미 맛집으로 마음에 새겨놓은 창원 진동의 '맛자랑'으로 가서 먹자길래 패쓰. 그러나 막상 도착해보니 저녁 식재료가 동이 난 상태. ㅠㅠ. 대충 허기를 채우고 피곤한 몸을 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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