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오고 춥기도 하고 바람도 불고, 최근 일 주일 동안 날씨가 변덕스러웠다. 미세먼지가 자욱해서 바깥 활동하기도 썩 내키지 않았는데 오늘 모처럼 풍광이 청명해졌다.
움추려 있었던 몸을 펴자고 집을 나섰다. 목적지는 가덕도 연대봉. 검색해본 블로그에는 등산초보자를 위한 코스라고 소개되어 있었다.
해발 500미터가 안되는 산이니 가볍게 오를 수 있으리라고 자신했다. 하지만 몸이 예전 같지가 않은 게 문제였다. 가파른 경삿길을 세 번 정도 올라서 연대봉 꼭대기에 도달할 수 있었다. 오르는 길은 앞만 보고 가면 되는데, 내려오는 길은 앞만 봐도 아찔할 것 같았다. 무릎도 신통찮아 걱정이 앞섰다.
안내판에는 올라가는데 25분이면 된다는 표시가 있었지만 법정 노인이 된 우리 부부의 체력으로는 1시간 정도 걸렸다.

정상에 오르자 이런저런 몸 걱정은 일순간에 사려져버렸다. 일망무제! 이 말이 가장 잘 어울리는 풍광이 사방으로 펼쳐졌다. 높이에 비해 조망권이 아주 훌륭한 봉우리다.




가덕도 연대봉은 높지 않은 해발고도를 가졌지만 부산항신항을 출발해서 광활한 태평양으로 나가는 큰 배들을 조망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북쪽으로는 명지 신도시, 동쪽으로는 부산의 사상, 하단, 다대포를, 서쪽으로는 거제도, 북서쪽으로는 부산항신항과 진해를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다.
정상에는 임진왜란 때 왜군의 침입을 최초로 감지해서 알렸다는 봉화대가 있다. 연대봉 산허리에는 여러 가지 희귀 자생식물이 살고 있다고도 한다. 지금쯤 피었을 얼음새꽃(일본 유래명 복수초福壽草)도 자생하고 있다고 하는데 직접 보지는 못했다.
하산하는 길은 올라간 길의 반대쪽을 택했다. 산불 감시원께서 북쪽 경로가 내려가기에는 더 수월하다는 조언을 주셨다. 가파른 길을 200미터 이상 내려오니 또다른 산불 감시 초소가 나오고 거기서부터는 평탄하고 넓은 임도가 나 있었다. 1.6km 정도 걸어서 원래 출발지였던 지양곡주차장으로 와서 산행을 마무리 지었다. 오후 2시에 출발해서 하산하고 보니 해질 무렵이 되었다.
석양도 보고 요기도 할 겸해서 가덕휴게소로 차를 몰았다. 아뿔싸 휴게소 바로 직전에 톨게이트가 있었고 통행료 1만 원이 결제되었다.
휴게소에서 다시 부산 쪽으로 돌아나올 계획을 하고 들렀는데 유턴하는 길이 없었다.

휴게소의 테라스는 때마침 공사 중이어서 석양을 카메라에 담기는 원하는 각도가 나오지 않아 안타까웠다. 단지 차들이 바다 밑으로 사라지는 침매터널의 입구를 가까이서 볼 수 있었다는 점을 위안으로 삼았다.

본의 아니게 거제 장목까지 갈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간 김에 매미성에도 가봤지만 해가 이미 저물어 싸늘한 바람 뿐이었다. 덤성덤성 쌓은 축대같은 성은 그다지 예쁘지도 정교하지고 않았다. 그 매미성 주변에 상당히 많은 음식점, 카페, 셀카방 등이 있었고, 그 사람들을 매미성이 먹여살리고 있었다. 그러나 한 번 와본 사람은 다시 또 찾을까 하는 의구심이 강하게 들었다. 더 많은 콘텐츠가 필요해보였다.

5천 원짜리 치즈 구이 한 개로 허기를 달래고 거가대교 쪽에 4차선 도로에 차를 올려 또 한 번 통행료 1만원 결제!
마음이 시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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