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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

바닷가 햇볕 쪼이기

by 리치샘 2021. 6. 24.

근 일 주일 동안 비가 오락가락하더니 모처험 맑은 날이 사흘째 지속되고 있다. 오늘이 하지. 낮이 제일 긴 날, 햇볕도 무지무지하게 따갑다. 팔뚝 내어놓고 삼십 분도 안 걸었는데 잘 익은 밤고구마 색이 되어버렸다.

행암으로 수치로 해풍 맞으러 사흘을 다녔다. 아내는 코로나 예방 접종 후윳증에서 겨우 탈출을 했고,  쇠잔한 몸에 비타민 D를 흡압하기 위하여, 나는 저기압 날씨에 겪는 콧물-재채기-코막힘의 악순환에서 벗어나고파서 바다바람 사녕에 나섰던 것이다. 낚시 의자를 펼쳐놓고 마냥 바다만 바라보는 소위 멍때리기를 몇 시간 하다 왔다. 
 

은퇴는 이런 점이 좋다. 시간에 쫓길 일도 없고, 사람에 부대낄 일 없는 것, 이것이 지정한 여유가 아니던가. 이 여유를 위해 청춘을 다바쳐서 그렇게 열심히 살지 않았던가?

나와 아내는 은퇴의 여유로움을 만끽하려고 한다. 내일부터 또 비가 온다고 한다. 날씨가 조금은 야속하지만 비가 오면 또 어떠랴, 비를 즐기면 될 일이다. 파라솔이며 두러누울 수 있는 해변용 의자, 펼치면 제법 넓직한 탁자도 구입했다. 비가 오면 파라솔은 우산으로 쓰면 된다.


이순신 장군의 합포해전이 있었던 합계 마을 바닷가 데크길을 따라가다 보면 지금은 폐쇄된 군인들이 지키던 해안 초소가 나오고, 네댓명이 담요 한 장씩 덮고 잤을 법한 시멘트 침대를 지나 낚시꾼들이 남기고 간 비닐이며 패트병, 깡통이 수북히 쌓인 웅덩이를 피해 엉덩이를 붙이면 낮 동안 달구어진 바위의 온기가 느껴진다. 거기서 해풍을 맞으며 맞은편 태양광 빌딩과 바다를 줄에 매달려 건너는 놀이기구를 무심히 바라본다.


버스는 합계가 아닌 학개라는 종점 표시를 달고 빈차로 부지런히 오가는 동네에서 오후를 소모한다. 야구 할 시간이 되어 집으로 서둘러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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