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고질병 중 하나가 비염이다. 증세를 느낀 건 벌써 한 십 년 쯤 된 것 같다. 초기에는 가끔 코가 살짝 막히는 정도였고, 숨쉬기에도 큰 지장이 없었다. 하지만 이 증상은 점점점점 더 심해져 지금은 처치 없이 서너 시간을 지나면 코가 완전히 막혀 코로는 도저히 숨을 쉴 수가 없다. 어떤 날은 콧물이 주체를 하지 못할 정도로 줄줄 나서 계속 코를 풀어야 한다. 그러다가 재채기 몇 번 하고 나면 이내 코가 막혀 혈관수축용 스프레이를 코에 뿜어 넣는 처치를 하지 않으면 안되는 상황이 되고 만다. 옥시졸 나잘이라는 약을 사용한 지 오륙 년을 되었다. 이 약이 호주머니에 없으면 웬지 불안하다.
그나마 은퇴를 하고 스트레스에 벗어나면서 약간 호전되는 기미가 있었다. 하지만 하늘이 우중충 하니 비라도 내릴 것 같은 저기압의 날씨가 되면 다시금 코가 말썽을 부리기 시작한다. 병원에 몇 번 가봤지만 의사는 체질을 바꾸지 않으면 계속 안고 살아야 하는 고질병이라면서, 응급으로 코에 뭘 좀 뿌려넣고, 약 며칠 분 처방해주는 것으로 끝나버린다.
진해로 이사를 온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이 비염 치료다. 진해의 편백숲과 바다바람이 치료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막연한 믿음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사 온 지 한 달 쯤 지나니까 정말 호전되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편백숲과 바닷가를 부지런히 다닌 덕분이라는 생각도 했다.
오늘은 날씨가 맑다. 단지 하늘이 좀 뿌옇다. 미세 먼지인지, 연무인지는 모르겠다. 창문을 열어놓으면 춥고, 닫으면 덥다. 그런데 아침부터 코가 말썽이다. 계속 재채기가 나온다. 그리고 코가 막힌다. 코를 떼어버렸으면 싶을 정도다.
일전에 처남이 송림의원이란 곳을 소개해줬다. 처 조카가 비염으로 고생하다가 그 병원에 가서 주사 몇 대 맞고 지금은 괜찮다고 했다. 인터넷에 보니 주사 한 대 맞고 6개월은 비염 걱정 안했다는 이야기도 있다. 그런데 그 의원이 의사 한 명이 내과, 외과부터 해서 대여섯 가지 과목을 진료한단다. 솔직히 믿음이 좀 안갔다. 혹시 극단적인 처방(?)을 하는 건 아닌지 하는 의구심도 생기고.
그러나 오늘은 안되겠다. 이 의원에 가봐야겠다. 이래가지고서는 살 수가 없다. 6개월이 아니라 3개월 만이라도 코막힘-재채기-콧물의 악순환에서 벗어나고 싶다.
6월 25일 오후, 송림의원에 가서 간단한 문진 후 알레르기성 비염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의사는 이 병원만의 비방이라면서 의료보험이 안된다는 안내와 함께 어깨에 주사를 한 대 놓는다. 좀 무시무시한 부작용도 함께 이야기해 주었지만 나와는 상관없는 일이라 생각했다. 그리고 알레르기 반응 검사를 위해 피를 뽑았다. 이렇게 해서 나온 치료비가 약 6만원. 좀 비싸다는 생각이 들긴 했지만 낫기만 하면 나잘 스프레이 몇 병 값인데 뭘 하는 생각을 했다. 이틀 후부터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고도 했다. 알레르기 검사 결과에 대한 것은 휴대폰 문자로 안내해 주겠다고 했고, 먹는 약 1주일 치를 처방해주었다. 차도가 없으면 1~2주 후에 다시 오라고도 했다.
6월 27일, 코 상태는 이틀 전보다는 호전이 되었으나 그동안 겪어왔던 일상적인 증상은 사라지지 않았다. 코막힘은 여전하다. 그러나 정도는 심하지 않다. 재채기도 자주 나오지 않는다. 채재기를 하면서도 그로 인한 코막힘이 바로 동반되리라는 나쁜 느낌도 없다. 그저 재채기하면 코가 약간 풀리는 일반적인 현상 정도다. 이것이 호전의 기미였으면 좋겠다.
7월 7일, 장마비가 세차게 내린다. 비가 오고 습도가 높은 데다가 기온이 약간 싸늘한 이런 날씨가 겁이 났었는데 별 다른 증상없이 지나간다. 재채기를 두어 번 했지만 코막힘, 콧물하고는 상관없었다. 서너 시간 지나면 코막힘이 반복되던 증상도 네댓 시간으로 늘어난 것 같다.
며칠 전에 알레르기 반응 검사 결과가 휴대폰 문자로 통보되어 왔었다. 결과는 참 억울했다. 음식물은 쌀, 옥수수, 밀가루부터 거의 모든 곡물이 알레르기 유발 식품이었고, 과일도 사과를 비롯해서 많은 과일들이 해당되었다. 그나마 나무는 흔히 접하는 것이 별로 없어서 다행이었다. 반응 검사 결과로는 나는 굶어 죽을 수밖에 없을 정도라고 할까. 수긍할 수 없었다. 마지막 부분에 적힌 기온차. 이건 내가 수긍하는 요인이다. 비염이 심할 때는 코끝에 약간의 기온 차가 감지가 되면 바로 재채기가 여남 번 연거푸해야 했다.
어쨋든 2주 정도 지난 지금은 비염으로 인해 떨어질대로 떨어진 내 삶의 질이 많이 회복된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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