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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

마음을 두드리고 다스리는 길

by 리치샘 2021. 6. 6.

장복산 편백나무 숲을 다녀왔다. 나흘 째 비슷한 경로다. 치유센터 뒤로 해서 비스듬히 좌우로 비틀면서 오르다보면 '장복산 하늘마루길'라 이름 붙여진 임도가 나온다. 그 길을 건너서 '두드림길', '다스림길'이라는 이정표를 보고 오른다.

파랑색 길이 다스림길이다.

이 길은 말 그대로 마음을 두드리고 다스리는 길이다. 수백 자국을 옮아가면 겨우 한 번 햇빛을 볼 수 있을까? 편백이 오가는 길의 하늘을 거의 모두를 가리고 있다. 하여 편백이 내품는 신선한 공기를 마음껏 들이쉴 수 있다.

워낙 많은 사람들이 나들어서 바닥은 평평하고 빤질하다. 군데군데 가마니를 깔아서 미끌어짐도 없다. 가파른 길에는 난간도 설치되어 있다. 마음을 두드리고 다스리는 데 이만한 길을 본 적이 없다.

 

진해 이사와서 이전부터 좋아했던 진해루 해변길을 언제든지 걸을 수 있다는 생각만으로 즐거웠다. 청룡사 가파른 길에 차를 대고 거닐었던 '천자봉 해오름길'이 예전에는 참 좋았다. 그런데 안민 데크로드를 접하고는 그 길을 뒷전으로 밀렸다.

 

오늘은 다스림길에 있는 앙증맞은 나무 다리에 이름을 붙였다. '댓걸음 출렁다리'라고. 내 걸음으로 대여섯 걸음 되고, 편백나무 대여섯 그루를 가로질러 놓고 그 위에 가마니를 덮었는데 제법 출렁거리기도 한다. 좀 사실적인 이름이지만 출렁다리라고 이름 붙인 데에 방점을 두어본다.

아내는 자기가 좋아하는 나무를 가는 곳마다 한 그루씩 지정해 두곤하는데, 이 길에는 '댓걸음 출렁다리' 못미쳐에 있는 든실한 느티나무를 낙점해두고 오갈 때마다 안아주는 것을 잊지 않는다. 기실은 안아주기보다는 기대어야 할 정도로 큰 나무다.

아내의 나무

예전의 마진터널 머리에는 정자와 편상, 그리고 벤치들이 줄지어 있다. 거기까지 왔다가 한 나절 쉬다가는 어르신들이 많아서 항상 붐빈다.  그 바로 아래에는 골마람이 십만 말탄 군대처럼 치고 올라오는 곳이 있다. 시설하는 사람도 그걸 알았던지 벤치를 대여섯 개나 마련해두었다. 20도를 넘기고 30도에 가까운 기온에도 5분 정도 앉아 있으면 한기를 느낄 정도다.

오전 11시 쯤에 집을 나서면 대개 두드림-다스림길로 해서 마진터널 정점까지 갔다가 되돌아나와 다스림길로 올라서 삼밀사 쪽에서 올라오는 365계단이 끝나는 지점을 반환점으로 삼는다. 내려오는 길에 적당한 편상이나 벤치가 있으면 간단한 요기를 하면서 점심을 대신한다. 그리고 길에서 한 20미터 떨어져 있는, 그래서 사람들이 비워두는 편상에 가서 눕는다. 여기서 산람욕을 한다.

비 온 후 개인 맑은 하늘에 흘러가는 구름을 편백 숲 사이로 본다.  음악을 듣기도 하고, 오수를 즐기기도 한다. 이건 최고의 호사다.

https://youtu.be/WBqfblPtGnw

고질병(痼疾病)이란 말이 있다. 자연을 사랑해서 그 속에 묻혀 살지 않을 수 없는 병이다.
나도 그렇고 아내도 그렇고 고질병이 들어버린 것 같다면서 마주 보고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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