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를 한 지 한 달이 되어간다. 그동안 이삿짐 정리하느라고 요통이 생기도록 부지런을 떨었다. 이젠 어느 정도 물건들이 제자리를 찾은 것 같다. 아직도 못찾은 물건이 몇 있지만 살아가는 데 불편할 정도의 것은 아니라서 내버려두면 언젠가는 나타나겠지 한다.
아침 저녁으로 만나는 풍경들이다. 거실에서 혹은 내 방에서 내다보이는 풍경이 참 소중스럽다. 이전에 겪어보지 못했던, 중간 훼방꾼이 없는 확트인 전경에 아침부터 흠뻑 취한다.
아침 풍경오후 풍경
진해만 너머로 거제도가 보인다. 거제가 뚜렷이 보이는 날이면 산으로 혹은 바닷가로 가본다. 가운데 보이는 진해루는 거의 매일 간다. 해풍을 맞으며 만 보 정도 걷는다. 덕분에 비염이 많이 좋아진 듯하다.
아침, 저녁으로 장복산으로 해서 창원 쪽으로 출퇴근을 하는 차들이 저 고가도로 위로 줄지어간다. 그 풍경을 보고 있으면 사람들의 삶이 그려진다. 나도 한때 시간에 쫓기면서 사람들에 부대끼면서 도로를 질주하던 때가 있었음을 회상하곤 한다.
아침 출근시간대 경화고가차도
진해는 그 어느 도시보다도 숲과 공원이 많다. 군사도시라 개발을 제한한 덕분에 숲이 잘 살아있고, 그 숲은 공원화되어 있다. 그래서 한나절 편안하게 쉬거나 가볍게 운동할 수 있는 공간이 군데군데에 있다.
이삿짐 정리가 어느 정도 되면서 그런 곳으로 눈과 발걸음을 돌리기 시작한다. 그제는 구 진해 시가지 중심점에 있는 제황산과 진해탑을 다녀왔다. 숲길을 휘돌아서 탑 전망대에 올라 진해 시가지를 조망하고, 소담스런 시립박물관을 둘러보았다.(렘블러 보기) 일제 강점 초창기부터 일제의 전초기지로 조성되어 대륙참략의 선봉에 있었던 진해였다. 이후 오랫동안 군사 도시로 자리매김을 해왔고 지금도 해군기지와 사관학교 등 해군 관련 시설들이 다수 있다. 최근에는 나와 같은 은퇴자들이 맑은 공기와 수려한 산림을 즐기면서 노후 생활을 하려고 모이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아래 사진의 왼쪽 공터는 육군대학이 있었던 곳인데, 이곳은 연구소 및 지식산업센터가 들어선다고 한다. 그 뒤로 위 사진에 있는 진해대로와 이어지는 도로가 만들어지고 있다.
어제는 뒷산에 올랐다. 안민고갯길에 올라서서 데크로드를 따라 고개 정상 부근의 찻집까지 갔다가 내려왔다. 중간에 자은동에서 귀곡으로 이어지는 새 도로 개설 공사가 한창인 현장을 통과했다. 기실은 이 도로 공사 때문에 등산로가 흐트러져 올라갈 때 좀 헤매기도 했다.
그리고 오늘은 차를 몰고 안민고갯길 중간 지점까지 가서는 데크로드를 따라 얼마간 오르다가 하늘마루 쪽으로 난 임도(장복하늘마루길)를 따라 하늘마루까지 갔다왔다.
다양한 품종의 단풍이며 산딸기나무, 튤립나무가 임도 양쪽으로 호위병처럼 줄지어 서있고, 그 너머로는 아카시아 향과 편백나무 향이 어우러져 코에 살짝 걸쳐놓은 마스크를 밀치고 가슴 속으로 밀려든다.
장복하늘마루길에서 내려다보이는 예사롭지 않은 도로! 다리와 터널이 연속되는 이 구간에 나들목도 만들어지고 있다. 짐직컨대 이 나들목은 경화동 쪽 진해대로로 이어질 것 같다. 내가 살고 있는 아파트 앞길로 해서 말이다. 그렇게 된다면 이 나들목으로 해서 마창대교나 소사터널 혹은 제2안민터널로 쉽게 접근할 수 있을 것이다.
하늘마루 부근, 덕주봉 등산로 표지드림로드드림로드 장복하늘마루길에서 본 진해 전경(그림을 누르면 큰 그림이 나와요)산딸기나무광나무튤립나무(백합나무)
찔레꽃 향기가 아카시아 향과 함께 정신을 아늑하게 한다. 아내가 이 분위기에 어울리는 노래를 찾는다. 휴대폰을 꺼내 검색하다보니 여러 가수가 부른 한 노래가 걸려나온다. '가요무대'란 오래된 TV프로그램에서 역대 가장 많이 불리워진 노래 2위에 오른 노래다. 덕분에 트로트에 문외한인 아내는 하산하는 동안 노래 한 곡을 익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