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 이후 주위에서 가장 많이 듣는 이야기가 '어디 안갔어요?' 라는 질문이었다. 그것은 내가 해외 여행을 비교적 자주하는 편이라 퇴직 후에는 필히 해외 여행에 몰두하고 있을 거라는 짐작 때문이리라.
그러나 해외 여행이라는 것이 가방만 싸면 갈 수 있는 것은 아니지 않은가? 특히 팩키지 여행에 대해 거부감을 가지고 있는 나로서는 행선지에 대한 사전 정보와 공부를 필요하다고 보는데 3월 이후 봄을 지나 여름을 맞을 때까지 몇 개월 간은 흔히들 그러듯이 하는 일 없이 바빴다.
반드시 해보고 싶었던 일 중에 하나가 우리나라보다 경제적 사정이 안좋은 나라의 아이들에게 학용품을 가져다 주는 일. 행선지는 미얀마로 결정했다. 거기에는 지인들이 제법 있고, 그간 몇 번의 방문으로 지리도 어느 정도 익숙해져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학교를 선정하는 과정에서 페이스북 친구들과 현지 지인들의 조언을 구한 결과 내가 원하는 시골의 형편이 어려운 학교를 선정해주어 첫 시도치고는 순조롭게 일이 진행될 것같은 예감이 들었다.
한 달 전 쯤에 지인이나 온라인 커뮤니티 밴드(Band)를 통해 학용품 수집 광고를 했다. 그 결과는 기대 이상이었다. 몇 군데는 내가 직접 가서 물건을 받아오고 몇몇은 택배로 보내왔다.
나의 의도는 볼펜이나 연필 등 필기구 위주로 한 박스 정도 마련해 가는 것이었는데, 어떤 이는 옷을 열 박스 넘게 모아주었고, 신발, 가방 등 생필품도 많이 답지해 주었다.
이들을 골라 분류하는 일이 예삿일이 아니었다. 유달리 더운 날이 계속되는 2018년 여름! 아래 사진은 땀범벅이 되면서 분류한 결과다.
한 가지 명심할 일은 축구공, 배구공 등 공은 바람을 2/3 이상 빼고 가져가야 한다는 사실. 출국시 짐 검사에서 적발이 되며, 정성들여 쌌던 짐을 다시 풀어야 하는 난감한 상황을 맞을 수 있다. 다행히 빙빙 둘러싼 포장용 테이프를 교묘하게 비켜서 개봉한 후 짐 검사장에 마련되어 있는 공기 주입 핀을 이용하여 바람을 뺄 수 있었다. 재포장은 근무하는 젊은이가 단단하게 다시 해주겠다고 했다. 친절함에 감격!!
안타까운 일이긴 하지만 내가 이번에 가져갈 수 있는 물건의 무게는 일단 15kg+알파로 제한되어 있다. 같이 가는 일행이 있긴 하지만 이번 여행 역시 골프가 주목적이라 그들은 개인 짐이 벌써 저가항공이 공짜로 실어주는 15kg을 거의 채워 출발할 것이고, 나는 골프백이 미얀마 지인의 집에 보관되어 있는 상태이므로 내 옷가지 몇 벌 넣어갈 손가방만 가져가면 되는 형편, 그래서 학용품을 내가 감당할 수 있는 기본 무게인 15kg을 종이박스 큰 것으로 채웠다. 5kg짜리 작은 박스도 하나 만들었다. 나를 뺀 4명의 일행 중에 누군가 짐 무게가 적은 이에게 맡길 요량이었다. 여의치 않으면 기내에 들고 들어갈 생각이었다. 그리고 내 캐리어와 등짐 가방에도 빽빽하게 학용품을 다져 넣었다.
출발 며칠 전에 라오스에 학용품 기부 경험이 있는 친구가 귀띔을 하기를 세관 검사에서 장사로 오인받을 수 있으니 세세하게 나누어 여러 명이 가져가라고 했다. 그러나 골프백이 개인 짐의 거의 전부를 차지하는 일행에게 짐을 나누어 맡길 형편이 못되었다.
그래서 미얀마의 방문할 학교 교장선생님에게 학용품들이 기부할 물건이라는 글을 써달라고 부탁을 했다. 킨 마 라 툰(Khin Mar Hla Htun) 교장선생님은 아마도 비행기를 타고 해외 여행을 해본 경험이 없는 듯, 내 부탁의 말뜻을 이해하지 못했다. Customs Inspection 즉 '세관 검사'를 '고객을 살펴보는' 걸로 해석을 해서 결국 오랜 지인인 쬬모왕에게 부탁해서 전화를 걸어 내 의도를 설명을 해줄 것을 요청했다.
다음은 그 결과 받은 서신이다.
8월 1일 오후 7시 20분 부산발 방콕행 비행기를 타고 방콕에서 1박을 한 후 다음 날 11시 55분 방콕발 만달레이행 비행기로 미얀마에 입국할 예정이었다.
김해 공항은 휴가철인 탓인지 많은 사람들이 붐비고 있었다.
이전에 인천에서 양곤으로 직항을 타고 가서 양곤에서 다시 수도인 네피도로 가본 적도 있고, 하노이를 거쳐서 양곤으로 가서 육로로 네피도로 가본 적도 있다. 작년부터는 부산에서 방콕-1박-네피도를 들어갔었는데 올해는 방콕-네피도 간을 오가는 비행기가 소형 프로펠러 비행기라 왠지 믿음이 가질 않아 비행기 편이 많은 방콕-만달레이 경로를 선택하게 되었다.
방콕에서의 숙박은 공항 셔틀 무료인 호텔을 정했고, 식사는 인근의 시장에서 해결했다.
출발 게이트에서 만달레이 행 비행기를 보는 순간, 나의 선택이 옳았음을 알고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제트 비행기였고, 내가 나름 신뢰를 갖고 있는 에어버스 기종이었다. 그런데 이 비행기가 귀국하는 우리의 발목을 온전히 하룻동안 꽉 붙잡을 줄 어찌 알았으랴! 인생은 새옹지마라고 했던가!!
우려했던 일이 벌어졌다. 짐 검사에서 걸렸다. 학용품이 든 제일 큰 박스를 열어보라고 한다.
재빨리 내 등짐 가방을 내밀면서 '같은 물건이 들었으니 이걸로 확인하면 안되겠냐, 기부를 위한 학용품이다'라고 했더니 가방만 확인하고 통과시켜주었다. 일이 꼬이면 교장 선생님의 서신을 들이밀 생각이었는데 그렇게까지는 할 필요가 없었다.
하루에 대여섯 편의 비행기가 뜨는 만달레이 국제공항. 규모는 우리의 김해공항이나 제주공항보다도 훨씬 작았지만 네피도공항보다는 덜 썰렁했다.
참고로 만달레이는 미얀마 제2의 도시이자 버마 왕조의 마지막 도읍지였던 곳으로 수많은 유적들이 있어 국내외 관광객이 끊이지 않는 곳이다.
우리의 일정은 만달레이에서 이틀(8월 2일~4일) 지내고 더위를 피해 좀더 시원한 1,000미터 고산지대인 핀우린으로 가서 거기서 금(8월 4일)~월요일까지 머문 후, 월요일(8월 6일) 학용품 기증을 위해 만달레이를 거쳐 마이이타라는 시골 도시로 갈 예정이다. 기증 후에는 미얀마 수도인 네피도로 가서 나머지 일정을 소화한 후 8월 12일 귀국하는 것으로 스케줄을 짜여져 있다.
[다음 편에 계속 - 아래의 목록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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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얀마 골프+여행+봉사(기부)활동 밴드
https://band.us/@lovemyanma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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