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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과 동영상

(하늘에서 본 밀양) 명례리 백산리 수산제 단상

by 리치샘 2017. 7. 24.

드론으로 밀양의 모습을 담으면서 만난 사람들의 이야기와 단상을 엮어봅니다.



영상에는 자세히 잡혀있지 않지만, 명례 자동차 캠핑장 있는 곳을 중심으로 남북으로 길게 이어지는 낙동강 둔치는 4대강 사업 이전에는 감자밭이었다. 그 넓이가 하도 넓어서 대한민국의 감자는 여기서 모두다 생산되는 걸로 착각할 정도였다.
그 넓디넓은 감자밭이 지금은 일부분은 오토캠핑장으로 일부분은 수변공원으로 그리고 대부분은 그냥 버려진 땅이 되어 있다.

드론 이륙 지점 옆에서 밭일을 하고 계시던 할머니가 내게 오시더니 '뭐하는교?' 한다.
'마을의 모습을 공중에서 찍고 있습니다. 후대에 사람들이 추억거리로 삼을 수 있게 말이죠.'
이렇게 시작된 대화는 짧게 끝나고 이내 할머니의 넋두리로 넘어갔다.

"감자밭 해먹을 때가 짭잘했지.
멀쩡한 감자밭을 밀어뿌고 쑥대밭을 맨들어놨다 아이가? 쳐다볼 때마다 가슴이 아린데이.
우리야 무신 힘이 있노. 군인들까지 와서 밀어붙이는데 말이제.
공항 들어온다카더마는 그것도 맹탕 거짓말! 저기 뺄간 깃발 보이제? 도로 낸다고 몇 년 동안 꽂아놨더마는 지금은 흰 깃발이 되었뿟다 아이가?
세상에 믿을 놈 없제?"


수산에 있는 수산제는 삼한시대의 수리 시설로 유물 중의 유물이다. 지금은 그 때 있었다는 저수지는 온데간데 없고 그저 넓은 벌판이 되어 있다. 네이버 지도에는 수산제가 다음 그림과 같이 엉뚱한 곳에 표기되어 있다. 나는 이전에 이 표기를 믿고 온 들판을 헤맸던 경험이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수산교차로에서 초동쪽으로 들어서자 마자 이정표가 하나 나오는데(수산제 이정표는 이것이 유일함) '수산제 수문 ← 150m'라고 표기되어 있고, 150미터 앞에는  수산 '동촌'으로 들어가는 좌회전 교차로가 나온다. 안내는 그 뿐이다.  동촌 쪽으로 좌회전하여 150미터 쯤 전진하면 다시 귀명리와 동촌으로 나누어지는 삼거리가 나오는데 여기는 아무런 이정표가 없다.

삼한시대의 것이라 하니 대단히 귀한 역사적 유물임에 틀림이 없다.그 먼 옛날부터 물을 다룰 줄 알았던 우리 조상들의 지혜와 앞선 기술을 알 수 있는 곳이라서 더 소중하다. 그래서 수산제 주변은 나름대로 갈끔하게 정리를 해서 공원처럼 꾸며놓았다.

그런데 정작 그곳을 찾아가는데 이정표라는 것이 사적인 시설 안내 맨 아래쪽에 눈에 잘 띄지 않는 자리에 그것도 아주 무성의하게 교차로를 가리키는 정도로 표기를 해놓았다. 밀양 사람인 내가 수산제를 못찾아서 넓디넓은 귀명앞들을 헤매었는데 하물며 외지에서 오는 방문객들이야 오죽하겠나? 아이들이라도 데리고 이 소중한 유산을 보여줄 요량으로 수산제를 찾아와서 결국 나처럼 못찾은 아비, 어미가 있다면 그 체면이 말이 아닐 것이다. 

이런 사실을 밀양시청 홈페이지 '시민의 소리'에서 지적하는 글을 올린 적이 있는데 답변인 즉 아주 관료적인(무책임성이 다분한) '계획을 세워 조치하겠다' 정도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