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들어 밀양시민들은 삼문동을 두 구역으로 나누어 이야기한다. 하나는 신삼문동이고, 그렇다면 나머지는 당연히 구삼문동이 된다. 신삼문동은 1990년대만 해도 비닐하우스가 즐비한 벌판이었는데, 제일훼미리 아파트를 필두로 고층 아파트들이 들어서기 시작하더니 어느새 밀양에서 가장 인구밀도가 높은 지역이 되었다. 지금은 밀양의 중심 상권조차 이곳으로 옮겨온 듯하다.
반면에 구삼문동은 청구아파트와 대우아파트가 들어설 즈음에는 주목받는 지역이었고 그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더라도 공설운동장이 있고 체육관이 있었으며, 한때 밀양군청, 밀양시청, 법원, 검찰청이 자리한 곳이기도 했다. 밀양의 오래된 학교에 속하는 밀양초등학교, 밀양중학교, 밀양여중은 아직도 이곳에 건재하고 있다.
나는 1987년 9월 진주에서의 사회 초년생 생활을 접고 이곳 삼문동으로 이사를 왔다. 아내가 밀양여중에 발령을 받았고, 나도 사학이지만 운좋게 밀양 시내의 학교로 전근을 할 수 있게 되었던 것이다. 당시 먼저 발령을 받은 아내는 삼광약방 맞은편 골목 안에 셋방을 얻어 살고 있었는데 내가 옮겨오면서 유성모직 정문 앞에 있던 2층집의 2층 단독 전세를 얻어 몇 달을 살았다. 아는 사람은 다 아는 사실이지만 이후 유성모직은 공장터를 아파트 터로 팔아 그곳에 유성청구아파트가 들어선 것이다.
벽에 구멍이 뚫려 찬바람이 들어오고, 욕실은 욕조가 파손된 채 방치된 집에서 혹독한 겨울을 보내고 내이동으로 이사를 했는데, 이후 다시 삼문동 제일훼미리 아파트를 얻어 복귀해서는 그 아파트에서 20년 가까이 살았다. 30대 초반부터 50대에 이르기까지 삼문동은 나의 삶의 터전이었던 셈이다.
시골마을에 연고가 없는 사람이 들어가 살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 소위 텃세라는 것 때문이란다. 기실 나는 밀양에서 태어났지만 초등학교 6학년 이후 줄곧 밀양 이외의 땅에서 살다가 다시 30대가 되어서야 밀양으로 복귀한 경우이다. 따라서 중학교, 고등학교 학연은 밀양과 상관없다. 또한 고향도 밀양이라지만 면부의 시골마을로 밀양시내가 아니라서 밀양시내 토박이들의 텃세에 밀리는 형국이다. 그래서인지 밀양은 아직도 낯선 면이 없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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