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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여행

편백나무 숲에서의 참 힐링

by 리치샘 2017. 5. 23.

진해는 장복산, 웅산이 시내를 병풍처럼 둘러싸고 있다. 남쪽으로 바다와 맞닿아 있어 언제나 쾌적한 기분이 드는 곳이다.

장복산과 웅산 자락에는 20년은 족히 넘어보이는 편백나무가 숲을 이루어 산자락에 빽빽하니 군락을 이루고 있다.

편백나무는 알려진대로 휘톤치드가 가장 많이 뿜어져 나오는 나무다.

나는 주말에 시간이 나면 이곳 편백나무 숲길을 걷는 것을 즐긴다. 이번에 가봤던 곳은 이전에 한 번도 가보지 않았던 코스다.

자은동 택지개발지구 뒷편으로 가파르게 난 콘크리트 길을 따라서 올라가면 진해 드림로드를 만난다. 차들이 제법 많이 올라와 운이 좋아야 주차 공간을 확보할 수 있다. 드림로드는 언제나 많은 사람들로 붐빈다. 걷는 사람도 많고, 자전거 타는 사람도 제법 있다.

드림로드에 차를 대고 청룡사 쪽으로 난 각도가 예리한 길을 걸어서 오르다가 작은 다리를 하나 건너고 곧이어 콘크리트길과 헤어져 오른쪽 숲길로 들어서면 바로 편백나무 숲이 펼쳐진다. 아래쪽에 있는 드림로드가 신작로라면 이 길은 말 그대로 오솔길이다. 


파노라마 사진 보기 : 청룡사 인근 편백나무 숲에서


그길을 따라서 혹은 편평하게, 혹은 오르막, 내리막 길을 걷다보면 몸이 절로 상쾌해진다. 편백나무 향이 폐 가득히 쌓이기 때문일 것이다.

준비성이 있었다면 누울 수 있는 돗자리라도 준비해갈 걸 하는 생각이 절로 든다. 인적이 하도 드물어 편백나무 향과 바람만이 벗이 된다.

물이 흐르는 계곡을 지나 오르고 내리기를 몇 번 하다보면 편백은 사라지고 잡목 숲이 나타난다. 길은 옆으로 흐느는 길이 사라지고 등성이의 오르막길로 이어지게 된다. 여기쯤에서 반환점을 삼아도 괜찮을 것 같다. 더 나아가 산 아래쪽으로 길을 잡으면 드림로드로 통하게 된다. 그러나 이 오솔길에 비하면 드림로드는 운치가 한 줌도 없는 길이어서 되돌아오는 것이 더 발걸음이 가볍다.

진해 웅산과 장백산의 편백나무 숲은 인공조림의 결과이긴 하지만 세월이 지남에 따라 가장 건강한 기운을 주는 고마운 숲이 되었다. 트랙킹보다는 등산을 선호하는 사람은 웅산에 오르는 코스를 석동주민센터 쪽으로 진입해서 동백산장을 지나는 코스로 잡으면 산자락을 모로 따라 길게 올라가게 되는데 이 코스의 대부분은 편백나무 숲을 통과하게 된다.

청룡사 입구 드림로드 주변에 있는 쉼터는 벤치와 탁자, S자 모양의 눕는 의자 등이 설치되어 있어 쉬기에는 더 없이 좋은 장소이다. 

여기서 한 시간 남짓 벤치에 드러누워 편백나무에 덮혀 한 시간 남짓을 보냈다. 

아무 생각도 하기 싫다. 그냥 깊은 숨을 들이 쉬고 내쉬며 편백 바람을 마신다. 그러다 가끔 혼절하듯 잠에 빠지기도 하고.   


머리는 한없이 청량해진다. 속세의 먼지에 곪을대로 곪은 내 코도 막힘없이 뻥 뚫린다.

정작 영어권에서는 사용하지 않는다는 콩글리쉬 단어 중 하나인 '힐링'을 떠올린다.

어쨋거나 최고의 힐링을 하고 다음을 기약하며 아쉬운 발걸음을 떼놓는다. 자은동에는 싸고 많이 주는, 거기다가 초장 맛까지 좋은 동부회센타라는 횟집이 있다. 보통은 주차장에 차를 대기도 쉽지 않고, 겨우 차를 대고 가게 입구에 가서는 전화번호로 예약을 하고 호출을 할 때까지 한참을 기다려야 하는 집이다. 분명한 것은 기다리는 보람이 있다는 것. 맛있는 회비빔밥으로 저녁을 해결하니 사는 맛이 절로 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