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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여행

전국 반 일주(1) - 대전 현충원, 장성 편백숲

by 리치샘 2017. 6. 8.

올해 현충일은 화요일이다. 징검다리 휴일인 경우 경기 부양을 위해 사이에 낀 날을 휴업일로 해서 연휴가 될 수 있도록 배려하고 있다. 그래서 올해는 6월 3일 토요일, 4일 일요일, 5일 월요일 임시 휴업일, 6일 화요일 현충일 등 모두 4일 간의 쉬는 날을 갖게 되었다.

나는 현충일을 전후해서 대전을 간다. 국립 대전현충원에 장인 어른이 계시기 때문이다. 장인은 6.25 한국전쟁 당시 학도병으로 참전해서 낙동강 전투에서 총상을 입었다. 전후 상이 군인에 대한 사회의 비뚤어진 눈으로 인해 그 사실을 숨기고 거의 평생을 산업역군으로 일하시다가 퇴임 후 당시의 증거자료를 다시 모아 국가유공자로 선정을 받았다. 불과 10년 남짓 보훈의 대상이 되셨다가 지병으로 돌아가셔서 유훈대로 현충원에 모시게 되었다.

대전현충원을 당신이 영면한 자리로 정하시면서 장인어른은 놀기삼아, 여행 겸해서 찾아오라는 유훈도 같이 남기셨다. 그래서 처남댁과 딸네는 때론 같이, 때로는 사정대로 따로 현충원을 다녀온다.

올해의 여정은 6월 3일 부산에 사는 처제가 진영으로 와서 우리와 합류한 후 곧장 대전으로 가서 참배한 후 전남 장성을 거쳐 담양에서 1박을 하고, 하동을 거쳐서 귀가하는 것으로 정했다.

대전현충원은 산세가 참 온화하다. 가장 좋은 자리를 고르는 안목이 있는 분이 선정한 곳이겠지만 갈 때마다 마치 어머니 품안에 안기는 느낌을 받는다.

그러나 지금은 계시지 않는 그 아비를 찾는 딸네의 마음은 회한으로 떨린다.


지난 겨울에 현충원에 왔다가 장인 어른 뵙고, 인근의 동학사로 해서 전주 한옥 마을, 고창 읍성(1박), 담양 죽림원, 메타쉐콰이어길 등을 둘러보고 간 적이 있다. 그 때가 즐거운 기억으로 남아 있고, 이번에는 힐링을 주제로 삼아 많이 걸어볼 요량으로 여정을 짰다.

먼저 들린 곳이 장성에 있는 축령산 편백나무숲 일명 '장성 치유의 숲'이다.  [지도 보기]

조림에 신명을 다하신 임종국이란 분이 수백만 그루의 나무로 산 전체를 덮었다. 대단한 분이다. 이 분의 노고 덕분으로 수많은 사람들이 휘톤치드를 향유하면서 지친 몸과 마음을 치유하고 있다.

우리가 도착한 시간은 오후 5시 경, 모암저수지 쪽으로 접근해서 주차장을 찾았으나 주차장은 공사 중, 속속들이 들여다보고 느끼기에는 너무 늦은 시간, 하지만 이시간에도 많은 사람들이 숲을 즐기고 있었다.

숲 입구에 들어서 있는 펜션들이 눈에 거슬렸다. 게다가 고기 굽는 냄새까지 풍기고 있어서 숲 향을 오염시키고 있었다.

초입은 콘크리트 포장길이다. 나는 이런 길이 달갑지 않다.


숲 속으로 난 길이 많아서 약간은 헷갈리지만 걱정을 크게 하지 않아도 되는 길이다. 길은 길로 통하기 때문에, 게다가 안내도와 이정표가 바교적 잘 설치되어 있고 산이 높지도 않다.


치유센터 가는 길 중간 쯤에 이르면 소담스런 정자와 이정표를 만난다. 오른쪽은 가파른 길, 왼쪽은 쉬운 코스라고 안내되어 있다. 여기서는 쉬운 코스로 가는 것이 답이다.


임도를 만나기 직전 지점에 편상이 놓여 있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모두들 신발을 벗고 편상에 드러눕는다. 편백 숲 사이로 보이는 하늘이 상큼하다. 편백 나무는 더없이 싱그럽고.


산새가 조르르 나무를 타고 내려오더니 땅바닥을 훑는다. 녀석은 우리를 전혀 의식하지 않는다.
그렇다. 네가 주인이고 우리가 손님이지. 주인인 네가 네 맘대로 하는데 내가 왜 참견을 하지??


임도를 따라 임종국 선생 수목장 묘소가 있는 쪽으로 방향을 돌려 가다가 귀여운 안내문을 만난다. 뱀을 만나면 장난이라도 칠까 보다. 


홀로 핀 꽃이 도도하다.


임종국 선생 묘소. 앞을 내다볼 줄 아는 참 멋진 인생을 사신 분이다.


고인이 평생 동안 심었던 편백나무와 삼나무를 수목장 나무로 삼지 않았을까?


장모를 사랑하는 사위의 마음도 표현되어 있다.


우물. 정겨워 한 모금 하려했더니 음용 불가란다.


필시 어떤 사람의 손이 어렸을 적 이 나무에게 생채기를 냈을 것이다. 그리고 다른 누군가가 상처난 허리를 바로 세워주었을 듯. 어려움을 이겨내고 바로 선 이 나무에게 박수를!!


이곳의 편백과 삼나무는 다른 곳에 비해 유난히 잎이 무성하다. 입지 조건에 딱맞는 수종이라는 반증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