쏭강 카약킹
이번에는 카약킹이다.
쏭강을 따라 2km 가량 내려오는 코스다. 서양 아이들은 튜빙을, 한국 사람은 카약킹을 선호한다고 한다. 튜브는 혼자서 타고, 카약은 안내인 포함 3명 혹은 안내인 없이 2인이 탄다.
짚라인과 마찬가지로 카약을 타보는 것도 내 생에 처음이다. 나이 60 가까이에 이르도록 여기와서 처음 경험해보는 일이 참 여러가지다. 짚라인이 그렇고, 동굴에 튜브를 타고 들어가본 것도 그렇고, 그리고 이 카약킹도 그렇다.
방비엥은 이런 놀이의 천국이다.
자연이 완벽하게 뒷받침을 해준다. 험준한 산이 있고 맑고 물살이 제법 있는 깊지 않은 강이 있으며, 기온도 이런 놀이를 하도록 적당히 덥다.
강 어귀에는 편상들이 구비되어 있다. 전 편상에서 먹을 것 갖다 놓고 하루 종일 먹고 물에서 놀고 그러다 노곤하면 자고...
내 뒤에 탄 이 젊은 친구는 이것이 직업인지라 아주 노숙했다. 내가 죽어라고 노를 젖고 있으면 그는 그냥 놀고 있음이 분명했다.
우리는 카약을 저어면서 튜빙을 하고 있는 외국인 친구들에게 '하이~', '헬로우~' 인사를 건네고 곧이어 물세례를 퍼붓는 등 진한 인사를 건네면서 즐겼다.
카약을 타다가 쉬고 싶으면 이렇게 강 어귀에 대 놓고 위쪽의 바(Bar)로 가서 한 모금하고 놀다가 다시 간다.
이 아가씨는 강변에서 선탠을 할 작정인가 보다.
비엔티안으로 복귀, 혀끝소리 발음이 안되는 뽀삐
카약킹을 마치고 블루라곤으로 이동하여 다이빙까지 하려다, 주책 바가지란 이야기를 들어까봐 염려되어 다시 비엔티안으로 복귀하기로 결정했다.
복귀는 육로를 이용했다. 몇 년 전 라오스에 베낭여행을 왔다가 열악한 도로 사정에 인해 많은 고생을 했던 일행 중 한 분은 '도로가 달라졌다, 믿을 수가 없다'를 연발했다. 방비엥에서 비엔티안까지의 거의 대부분의 구간이 제법 직선화되고 포장이 되어 있었다. 그때의 고생이 너무 깊은 의식으로 남아있나 보다.
방비엥에서 비엔티안까지 거리는 160km, 차량 소요시간은 4시간 30분 정도. 국내의 최근 고속도로나 국도 공사를 여기에 적용한다면 1시간 반 정도면 충분할 거리다.
각국의 원조를 받아 사회간접자본 확충을 하고 있는 모습이 더러 눈에 띄긴 하지만 현대 문명화하는 데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듯하다.
지루한 차 안에서 시간을 잡아먹는 방법으로 즐거운 대화 이상이 없다. 일행은 경상도 방언 모으기를 시작한다.
정지, 살강, 개뚜배이, 맥(백)지로, 전라이, 마실, 종내기, 얼라, 걸배이, 철비, 조포, 국시, 밀가리, 봉다리, 궁디, 빼마리, 주디, 삽작, 방구, 모티....
이런 말의 서울 방언(?)을 안다면 당신은 식자다!!(ㅎㅎㅎ)
아버지 옆에 앉은 뽀삐가 꼬박꼬박 졸아대더니 비엔티안이 가까워지자 갑자기 생기가 돈다. 엄마가 보고 싶었을까? 뽀삐를 상대로 뒤에 앉은 3인이 한국어 강습을 시작한다.
능 빠뎃 카올리(빠뎃 까올리=한국어) 일, (Say again) 일! (뽀삐)이~ㄹ (Say again) 일! (뽀삐)이~ㄹ (쉽지 않다)
썽 빠뎃 까올리 이 (Say again)이!, (뽀삐 Said)이 (Say again)이! (뽀삐)이 (Ok, ok, Good job!!)
쌈 빠뎃 까올리 삼 (Say again)삼!, (뽀삐 Said) 쌈, (no, no)삼! (뽀삐)쌈. (또 쉽지 않다)
사, 오, 육은 잘 통과한다.
짿 빠뎃 까올리 칠 (Say again)칠! (뽀삐 Said)지~ㄴ, (no, no)칠! (뽀삐)지~ㄴ. (no, no)칠! (뽀삐)지~ㄴ.(이건 영 어렵다)
뺃 빠뎃 까올리 팔 (Say again)팔!, (뽀삐 Said) 파~ㄴ, (no, no)팔! (뽀삐)파~ㄴ. (no, no)팔!! (뽀삐)파~ㄴ.(이것도 안된다.)
혀끝소리 ㄹ발음이 이 아이에겐 난공불락의 소리다.
다음 날 아침 아버지 '역'은 우리에게 오자마자 딸내미가 한국어 공부를 저녁 내내 했다고 자랑한다. 그 내용인 즉 '이~ㄹ, 이, 쌈, 사, 오, 육, 지~ㄴ, 파~ㄴ, 구, 씹'일 것임은 자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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