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 15년 가까이 잘 썼던 천리안의 홈페이지 공간이 2015년 10월부터 폐쇄된단다. 물론 회사 쪽에서는 수익이 없는 사업이기에 접는 수순을 밟는 것이지만 긴 세월 동안 안주해 있던 나같은 사용자는 서럽기도 하고 걱정도 이만저만이 아니다. 마치 살던 오래 살던 셋방에서 쫓겨나는 것과 같은 상황이다.
초창기 전화선을 컴퓨터에 물려 모뎀이라는 장치로 전화를 걸어서 데이터 통신을 하던 시절이 있었다. 천리안의 경우 아래와 같은 초기 화면이 나타났었다.
이 화면은 상당히 버전업이 된 화면이다.
나는 1998년 홈페이지를 최초로 만들고 이후 몇 번 이사를 거듭하다가 2000년대 초반에 겨우 안주한 곳이 천리안이다. 당시 천리안은 하이텔, 유니텔, 나우누리 등과 함께 PC통신을 선도하고 있었고 PC통신에서 웹으로 넘어가는 과정에서도 무난하게 안착을 하여 웹사이트 분야에서도 선도적인 역할을 했다.
천리안은 개인에게 무료로 홈페이지를 개설할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하기도 했다. 인터넷 초창기의 선도적인 역할을 했던 몇몇 회사 중에서는 가장 믿음직한 곳이 천리안이었다. 그런 천리안에 나는 열혈팬이 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하지만 이후 다음, 네이버 등 웹 포털 사이트가 득세하고, 블로그와 카페가 등장하면서 개인 홈페이지는 자리를 잃어가게 되었다. 회사 홈페이지는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것이니 돈을 들여서라도 웹 사이트 구축에서 부터 호스팅 서비스까지 받아야 하는 것이지만 개인 홈페이지는 비영리적인 성격이니까 이런 자리를 제공하는 회사 쪽에서 보면 말그대로 무료 서비스인 셈이다.
천리안을 운영했던 통신회사 데이콤은 이후 LG로 인수합병이 되어 현재 LG U+의 한 계열 회사가 되어 있다. 그리고 chol.com이라는 도메인을 가지고 현재도 운영되고 있지만 인지도는 점점 낮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천리안 웹페이지 초기화면. 2015년 7월 15일 현재>
다음이 한메일이란 메일 서비스로 시작해서 사세를 확장했듯이 웹 초창기에는 메일 서비스로 사용자들을 끌어들인 후 사업을 확장하거나 다변화한 예가 상당히 많다. 그 과정에서 제대로 변신을 하지 못한 회사는 결국 세상에서 모습을 감추어야 했다. 오르지오, 엠팔 등이 대표적인 예라고 할 수 있다.
명확안 정체성을 확보하지 못한 천리안은 이메일, 홈페이지 공간 제공 등 차별화되지 못한 서비스를 제공하다가 더 이상 버티지를 못하고 결국 무료에 해당되던 상당수의 서비스를 접는다는 선언을 하기에 이른 것으로 보인다. 그 덕에 나는 내 웹페이지를 다시 이사하는 작업을 해야 한다.
학교에 서버가 있고 학교 홈페이지를 개별 학교별로 운영하던 시절에는 데이터 저장 공간에 별 제약을 받지 않고 수많은 사이버 강좌를 만들었고, 용량이 큰 동영상 강좌도 업로드하곤 했는데, 어느날 갑자기 학교 홈페이지가 도교육청으로 옮겨가게 되고 학교의 공인IP도 회수당해버려 내 웹페이지는 풍지박산이 났다. 일부 활용도가 높고 정보로서의 가치가 크다고 여겨지는 자료만 추려서 천리안에 올려놓았는데 이제는 천리안 홈타운마저도 없어진단다.
이제 어디로 이사를 가야하나?
몇 군데 홈페이지 서비스를 하는 웹호스팅 회사를 살펴봤으나 나같은 개인 홈페이지 구축자를 위한 배려는 없었다. 지금으로서는 이곳 티스토리로 옮길 생각을 하고 있다. 아직까진 파우블로거가 가장 많이 모여 있는 곳이 이곳이라고 생각되고 그러한 힘을 의지하건대 쉽사리 사라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판단되기 때문이다.
그것도 당분간이겠지만...
블로그나 카페는 홈페이지 구축 및 관리에서 필수적인 서비스인 FTP가 지원되지 않으므로 기존의 자료를 일일이 복사해서 붙이고 그림과 사진, 동영상은 다운로드 후 다시 업로드해야 한다. 그런 작업을 할 생각을 하니 앞이 캄캄하다.
왜 이 일을 다시 하는거지??
옮기는 과정을 동영상으로 캡쳐해봤다.
'사는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6.5km 구간에 신호등이 20개 (0) | 2015.07.27 |
---|---|
복분자 따기 (0) | 2015.07.17 |
자전거, 방 치우기 (0) | 2015.07.13 |
오랫만에 찾은 부산 송도 (0) | 2015.07.06 |
표충사 계곡 고깃집 (0) | 2015.07.0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