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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

자전거, 방 치우기

by 리치샘 2015. 7. 13.

태픙 찬흠이 서해 바다를 따라 올라와서 북한으로 갔다. 토요일 오후부터 내리기 시작한 비는 일요일 종일 거센 바람과 함께 뿌려댔다.

아내가 바퀴 작은  저전거로 주남저수지를 갔다오다 넘어져 안면에 큰 상처를 입은 이후 3주 가까이 쳐다보지도 않았던 자전거를 다시 바라본다. 자전거 타기의 매력을 잊을 수 없다는 아내의 말도 있고 해서 아내용으로 26인치 바퀴의 산악용 자전거를 인터넷으로 주문했다.

자전거가 금요일 핸들과 페달만 빼고 거의 조립이 완료된 상태로 배송되어 왔다. 같이 주문한 자동차용 적재용 프레임, 가방 등도 함께 왔다.

자전거를 마무리 조립하고 차에 싣는 연습도 했다. 

아내의 자전거를 마무리하고 내 자전거를 살펴보니 브레이크 패드가 뚝 떨어져 나온다. 토요일 아침, 하나밖에 없는 진영의 자전거점으로 가져갔더니 고칠 곳이 더 있다. 앞 바퀴 포크가 덜렁덜렁하고, 앞 바퀴 브레이크도 느슨하다. 나이 지긋한 주인 양반이 꼼꼼하게 봐주는데 시간이 꽤 걸렸다.

'자전거 타는 사람들이 많아져서 좋겠습니다.'하고 덕담을 건넸더니 주인 양반은 더욱더 세심하게 자전거를 살펴준다.

수리를 끝내고 집으로 향하는데 뒷바퀴의 바람이 없다. 또 펑크가 난 모양이다. 다시 자전거방으로 가서 튜브를 아예 갈았다. 이래저래 들어간 돈이 4만원 정도. 이럴 바에야 새 자전거를 사는 것이 더 나을 뻔 했다.


오후가 되자 태풍 영향으로 하늘이 잔뜩 흐려졌다. 서둘러 자전거 두 대를 내 차에 싣고 유등리로 갔다. 차창에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새 자전거를 타보고 싶은 생각에 비를 아랑곳하지 않고 유등 버스 종점에서 자전거를 내려 낙동강 둔치 쪽으로 향했다. 아내는 걱정했던 것보다 금방 새 자전거에 익숙해졌다. 

한림 쪽으로 향하다가 시산동산이라 명명한 정자에 올랐다. 평평한 둔치에 야트막한 언덕배기가 있는데 그 위에 정자를 올렸다. 그러고 보니 시산(匙山)은 순 우리말로 술뫼다. 뜻풀이를 하자면 숟가락 산인 셈이다. 이 근처를 솔뫼생태공원이라 이름한 이유를 알 만하다. 시산이란 동네는 이 근처 낙동강 언저리에서는 가장 높은 지대에 위치하고 있다. 예전에는 강물이 불어 사방이 물바다가 되면 숟가락 엎어놓은 형상의 이곳을 피난처로 삼았다고 한다.


아내가 시산동산 정자 앞에서 새로 마련한 자전거 앞에서 포즈를 취했다. 
사고 경험 탓에 사후약방문격이지만 헬맷과 무릎, 팔목 보호대까지 갖췄다. 


일요일, 바람이 거세다. 찬흠이 제주도 남쪽에서 중국 해안선을 따라 온종일 행진을 한 탓에 바람과 비가 거셌다. 야외활동이 어려운 상황이라 방 치우기를 시작했다. 아내의 잔소리도 켜켜이 쌓여왔던 것도 작용했다.

오래된 CD를 속아내고, 벽장 사물들도 정리했다. 라면박스 4개분을 쓰레기로 처리했다. 오랫만에 뒤져본 물건들은 챙겨야할 것과 버려야할 것이 과거 정리할 때보다 많이 달라졌음을 실감했다. 이제는 사용하기가 어려워진 ZIP드라이브와 디스크, 8mm, 6mm 비디오 테이프를 다른 매체로 옮겨야한다는 숙제를 남겼다. 디스켓과 CD, DVD도 마찬가지다.

수많은 데이터 저장 매체 중 메체의 종류를 떠나서 결국 남겨진 것은 내 삶의 궤적과 관련되는 데이터임을 확인한 시간이었다.  

그 작업에 엉덩이와 허리가 아플 정도로 하루 종일 매달렸다.


7월 13일 월요일 아침. 비가 그쳐간다. 곧이어 무더위가 닥쳐올 것이다. 


밀양 강물이 많이 불고, 탁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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