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차 치고는 비교적 이른 아침인 8시 경에 집을 나섰다. 우리 내외가 산으로 들로 다니면서 이렇게 일찍 나서본 적이 별로 없다. 일요일인데도 불구하고 늦잠을 자지 못하는 아내, 더불어 아침에 눈을 뜨면 다시 잠들지 못하는 나. 너 탓 내 탓 할 것 없이 그냥 나이 탓이리라.
어제 월례 라운딩을 하면서 의도적으로 많이 걸은 결과로 아침에 다리가 묵직하다. 그래도 어제 저녁에 배송받은 워킹화를 신어볼 생각을 하니 철없이 즐겁다.
일전에 가본 적이 있는 봉화산 정토원 쪽으로 진입 방향을 잡았다. 정토원 8부 도착점에 차를 대고 과수원 길을 따라서 빤히 올려다 보이는 '호미 든 관세음보살상'을 향해 오르막길을 오르기 시작했다.
우리가 올라온 차를 몰고 올라온 길을 내려다보고 사진을 찍어봤다. 아래에 파노라마로 이어지는 3장의 사진 중 맨 왼쪽 첫 번째이다.
화면을 가로지르는 낙동강 그 너머로 밀양 명례 들이 보인다. 저 들에 동남권 공항이 들어오네 마네 하고 있다.
김해 한림면 쪽, 낙동강 물길이 보이고 강 건너는 밀양 땅 삼랑진이다.
감나무 과수원 언저리를 따라 심어놓은 매실나무에 열매가 탐스럽게 열렸다.
알지 못하고 봉화산 사자바위 갈 요량으로 오른 길인데 '대통령의 길'이란 이정표를 만난다.
고 노무현 대통령이 은퇴한 후 고향인 이곳 봉하마을로 낙향해서 걷던 길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호기심이 작동을 해서 약 1.6km 길을 왕복해보기로 작정하고 걷기 시작한다. '편백나무숲길'이라는 안내문도 즐거운 기대감을 보태준다.
오르락 내리락 크게 가파르지 않은 숲길을 걸어서 운동시설이 되어 있는 곳까지 왔다. '장방 부락', '등산길 입구'라는 이정표는 더 이상 대통령의 길은 없다는 뜻이다.
그런데 편백나무숲은 1.6km를 걷는 동안 보지 못했다. 소나무 숲만 봤을 뿐이다. 옆 벤치에 앉은 분에게 물어봤더니 푯말이 잘못되었단다. 그러니까 편백나무숲은 없다는 거다. 소나무를 편백으로 혼동했을까 아니면 편백숲을 만들거라고 계획하고 표지판을 미리 만들었을까? 어쨋든 바로 고쳐야 할 것 같다.
왔던 길을 되돌아서 봉화산 정상을 향한다.
셀카봉을 꺼내어서 본격적으로 써보기로 작정을 한다. 지난 1월에 마련한 것인데 잊어버리고 있던 물건이다.
아카시아 향기를 맡으며 한 컷. 구도 잡기가 쉽지 않다.
호미를 든 관세음보살상이 정상에 서 있는 봉화산이다.
봉화산 정상에서 밀양 쪽을 배경으로...
봉화산 정상에서 봉하마을 쪽을 배경으로...
가까이 보이는 절이 정토원이다. 고 노무현 대통령이 생전에 이 절의 원장 스님하고 자주 만났던 모양이다.
'건설'이라는 상징적 의미를 가지고 있는 호미를 든 보살상을 배경으로 한 장.
사자바위에 다달았다. 봉하마을이 가장 잘 보이는 곳이다. 내가 살고 있는 진영의 아파트 밀집 지역도 한눈에 들어온다.
봉하마을
고 노무현 대통령 묘역
내려오는 길에 정토원에 들렀다.
절은 분명한데 정토사가 아닌 정토원이라는 이름이 유별나다. 기와집 법당은 한 채 뿐이고 호미든 관음상을 비롯해서 학생연수원 건물, 불사 중인 최신형의 건축물 거기다가 실명이 적힌 공적비 등 분위기가 여타의 절하고는 사뭇 다르다.
법당 오른쪽에는 고인이 된 두 분 김대중, 노무현 대통령의 영정이 모셔져 있다. 이 분들께는 절을 두 번 해야하나 세 번 해야 하나?
정토원 원장님이 쓴 글이라고 한다. 고 노무현대통령 서거 이후의 소회를 담은 듯하다.
정토원 왼쪽 등성이길을 따라 내려오다가 부엉이 바위를 본다. 저 바위에서 고 노무현 대통령이 투신했다고 한다. 한 나라의 최고 책임자였던 분이 자신의 목숨을 스스로 던졌다는 데 대해서는 나로서는 아직도 이해를 못한다.
이순신 장군이 모함을 받았다고 백의종군 대신에 스스로 목숨을 던져버렸다면 이 나라의 역사는 어떻게 되었을까?
오동나무 꽃이 이렇게 예쁜 줄 몰랐다. 새삼스럽다.
아카시아 꽃이 흐드러지게 피었다. 나무 밑을 지날 때 벌들의 웅웅 거리는 소리가 굉장했다. 때마침 양봉하시는 분이 벌통들을 절 못미쳐 공터에 가져다놓고 있었다.
2015년 5월 10일 하이킹 코스
약 5km, 소요 시간 약 3시간(정토원에서의 공양 시간 포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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