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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르치면서

2월이면

by 리치샘 2012. 2. 15.

2월이면 다른 기관과 달리 학교는 한해를 마무리하는 시기이다.

3년 동안 가르친 아이들을 내보내는 졸업식을 하고, 1년 동안 가르친 학생들은 종업식을 하고 진급시키는 달이다.

아울러 교사들에게는 새 학년도에 해야할 일을 받게 되고, 자리를 이동하는 등 상당히 분주하다. 분주함 속에는 긴장과 기쁨, 아쉬움, 낙담 등 여러 가지가 교차하기도 한다.

오늘 내가 근무하는 학교에서는 졸업식에 이어 종업식이 바로 이어졌고, 새 학기에 담당할 보직도 발표되었다. 말 그대로 일사천리로 이어진 굵직한 일들의 연속이었다.

졸업식장의 모습은 예전과 사뭇 다르다. 자기와는 상관없는 일에는 내놓고 떠들어대는 아이들 때문에 엄숙한 졸업식장 분위기는 사라진 지 오래되었다. 뜻밖에 조용해진 시간이 잠시 있었는데 그건 재학생이 부른 송가 시간이었고, 곡은 최신곡이었다. 또 예년과 달리 아주 눈에 잘 띄는 제복을 입은 경찰관들이 운동장에 서 있어서 밀가루, 계란 투척 등의 볼상 사나운 일은 없었고, 학교 주변도 조용했다. 날씨도 추웠다.


마무리하면 새로 이어지는 일들이 바로 이어지는 것이 교직 생활이다. 

종업식 후 30분도 안되어 발표된 새로운 보직. 

나에게는 2012학년도에 아주아주 획기적인 일이 주어졌다. 대부분의 선생님들에게는 일반화되어 있는 일이지만 내 교직 생활은 그러하지 못했다. 그래서 획기적이다. 그것은 담임이라는 보직!! 실로 1991년 이후 담임을 해보지 않았으므로 햇수로는 22년 만이다.

교사에게는 제자가 보람이라고 한다. 제자는 아무나 둘 수 있는 것이 아니고 담임이라야 가질 수 있다는 속설 아닌 속설이 있다. 이 부분은 나도 일부 시인하는 점이기도 하다.

그런데 22년 만에 담임이라니... 솔직히 감이 잘 잡히지 않는다. 부랴부랴 교실 운영에 관한 원격연수가 있어서 신청을 했다. 내 반 아이들이 될 아이들에 대한 정보도 나름 알아봤다. 

솔직히 걱정이 없지 않다. 과연 내가 아이들과 얼마만큼 근접해서 지낼 수 있을까? 한 세대를 넘어버린 시간의 간극을 어떻게 최대한 가까이 할 수 있을까 등등.

그러나 이런 다짐도 해본다. 특별한 제자를 키워보자는. 그렇게 하기 위해선 이젠 닫을 것이 없는 그래서 감출 것도 없는 나를 그대로 아이들에게 보여주는 것부터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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