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이면 다른 기관과 달리 학교는 한해를 마무리하는 시기이다.
3년 동안 가르친 아이들을 내보내는 졸업식을 하고, 1년 동안 가르친 학생들은 종업식을 하고 진급시키는 달이다.
아울러 교사들에게는 새 학년도에 해야할 일을 받게 되고, 자리를 이동하는 등 상당히 분주하다. 분주함 속에는 긴장과 기쁨, 아쉬움, 낙담 등 여러 가지가 교차하기도 한다.
오늘 내가 근무하는 학교에서는 졸업식에 이어 종업식이 바로 이어졌고, 새 학기에 담당할 보직도 발표되었다. 말 그대로 일사천리로 이어진 굵직한 일들의 연속이었다.
졸업식장의 모습은 예전과 사뭇 다르다. 자기와는 상관없는 일에는 내놓고 떠들어대는 아이들 때문에 엄숙한 졸업식장 분위기는 사라진 지 오래되었다. 뜻밖에 조용해진 시간이 잠시 있었는데 그건 재학생이 부른 송가 시간이었고, 곡은 최신곡이었다. 또 예년과 달리 아주 눈에 잘 띄는 제복을 입은 경찰관들이 운동장에 서 있어서 밀가루, 계란 투척 등의 볼상 사나운 일은 없었고, 학교 주변도 조용했다. 날씨도 추웠다.
마무리하면 새로 이어지는 일들이 바로 이어지는 것이 교직 생활이다.
종업식 후 30분도 안되어 발표된 새로운 보직.
나에게는 2012학년도에 아주아주 획기적인 일이 주어졌다. 대부분의 선생님들에게는 일반화되어 있는 일이지만 내 교직 생활은 그러하지 못했다. 그래서 획기적이다. 그것은 담임이라는 보직!! 실로 1991년 이후 담임을 해보지 않았으므로 햇수로는 22년 만이다.
교사에게는 제자가 보람이라고 한다. 제자는 아무나 둘 수 있는 것이 아니고 담임이라야 가질 수 있다는 속설 아닌 속설이 있다. 이 부분은 나도 일부 시인하는 점이기도 하다.
그런데 22년 만에 담임이라니... 솔직히 감이 잘 잡히지 않는다. 부랴부랴 교실 운영에 관한 원격연수가 있어서 신청을 했다. 내 반 아이들이 될 아이들에 대한 정보도 나름 알아봤다.
솔직히 걱정이 없지 않다. 과연 내가 아이들과 얼마만큼 근접해서 지낼 수 있을까? 한 세대를 넘어버린 시간의 간극을 어떻게 최대한 가까이 할 수 있을까 등등.
그러나 이런 다짐도 해본다. 특별한 제자를 키워보자는. 그렇게 하기 위해선 이젠 닫을 것이 없는 그래서 감출 것도 없는 나를 그대로 아이들에게 보여주는 것부터 해야겠다.
'가르치면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정기 웹 서핑 이벤트(안) (0) | 2012.07.04 |
---|---|
청소년을 위한 스마트폰 활용법 (0) | 2012.07.03 |
교육 소신 (0) | 2012.07.02 |
학교 발전을 위한 제언 (0) | 2012.02.17 |
이름표 (0) | 2012.02.1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