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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

밀양멀티미디어연구회 서버가 한순간에 사라진 이유

by 리치샘 2025. 9. 1.

최근 한 AI앱에서 '밀양멀티미디어연구회와 교사 이충희에 대해 알려줘'하고 주문했더니 깜짝 놀랄만한 응답을 해주었다. 여기 저기 자료를 수집해와서 일목요연하게 정리해준 AI에 경탄을 금할 수 없었다.


지금 회고해보아도
밀양멀티미디어연구회는 참 대단한 모임이었다. 
한때 경남 뿐만 아니라 전국적인 영향력을 가졌던 교사 자생 연구회였으며, 대한민국에서 가장 열성적이고, 미래지향적인 연구 활동으로 모범이 된 모임이었다. 그것은 교육부의 교육현장 수기 공모에서 활동 내역을 기반으로 한 '교육정보화의 일념으로 뭉쳐'라는 제목의 수기가 최우수상을 수상한 것으로 증명이 된다.

교육정보화 초창기에는 교사의 지속적이고 내실있는 교사 연수를 통해 교육정보화 마인드 제고에 힘썼으며, 웹 기반의 교육 자료 개발 및 학부모 정보화 교육 교재 집필, 나아가 밀양 지역의 사료(사진, 지명고, 문화재 소개 동영상 등)을 디지털화한 일까지 밀양멀티미디어 연구회가 해낸 일은 그야말로 비범한 일들이었다.
낮에는 각자의 직장에서 열심히 근무하고 밤이면 넓지 않은 사무실에 약속도 없이 모여 앉아 밤을 샌 날이 부지기수였다.

교육부 주관 교육현장 수기 공모에서 최우수상을 수상, 상금으로 받은 700만원(2001년 당시는 거금이었음)을 연수에 거의 필수적인 장비인 그러나 기관이나 학교 단위에서도 엄두을 내지 못할 정도로 비쌌던 빔프로젝트 구입에 거의 만장일치로 동의한 회원들의 마인드는 지금 생각해도 경이롭다.  

그러나 이 모임은 2014년 사실상 해체되었다. 오랜 기간 이 모임을 주도했던 나로서는 손을 놓기 쉽지 않았던 모임이었는데 해체 결심의 배경에는 어처구니 없는 사건이 있었다.


17년간 교육정보화 활동을 해오면서 수많은 데이터를 축적해온 밀양멀티미디어연구회다. 그 데이터는 처음에는 밀양의 한 정보 회사의 도움을 얻어 서버를 구축하여 쌓았다. 그러나 셋방살이도 길어지면 독립하고픈 욕구가 생기듯이 회원들의 활동으로 얻은 수익금(교재 집필비, 연구회 프로젝트 수행비, 우수 동호회 선정 상금 등)과 회원들의 회비를 모아 서버를 한 대 구입했다. 그 서버는 역시 회비와 기금으로 임대한 사무실에 두고 운영했다.

그러나
17년이 될 무렵엔 창립 당시 평균 30대 초반이던 회원들의 나이가 거의 50대에 접어든 상태라 더 이상의 열정과 노고를 짜내기가 쉽지 않았다. 따라서 연수 및 강사 활동도 거의 중지한 상태, 프로젝트 수행도 힘든 상황에 놓이게 되었다. 사무실 운영도 무리가 따르게 되어 임대 사무실을 포기했다. 그 와중에서도 서버는 업그레이드를 해서 내가 근무하던 학교 서버실 한 켠에 두게 되었다. 물론 당시 학교 책임자로부터 양해를 얻었던 터였다.  
이후 교장이 바뀔 때까지도 별 무리 없이 운영했다. 그러나 두 번째 교장이 정년으로 학교를 떠나고 세 번째 교장이 부임하면서 어느날 갑자기 서버 거치에 문제가 생겼다.

어느날 교장은 거두절미하고 연구회 서버를 학교에서 밖으로 가져가라고 '명령'했다. 어떠한 이유나 근거를 말하지 않았다.
짐작으로는 아마도 해킹 관련 뉴스를 보고 우리 연구회 서버도 연관되어 학교에 해를 끼치지 않을까 하는 의구심을 가졌던 것 같기도 하다. 실제로 국정원에서 간간이 컴퓨터 해킹이 의심된다는 공문을 각 기관에 보내는 일이 있었다.
그러나 이건 나의 순수한 상상력이고 실제로는 다른 이유가 분명 있었을 것으로 본다. 왜냐하면 그는 우리 연구회의 활동 내용을 익히 알고 있었고, 개인적으로 회원들과 자리를 함께 한 적도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그건 더 이상 거론하고 싶지 않다. 단지 그로 인해 밀양멀티미디어 연구회의 소중한 데이터는 대부분 한 순간에 인터넷상에서 사라졌다. 그 후 내 개인 컴퓨터에 남아 있던 극히 일부 데이터만 다음 카페를 개설해서 옮겨 놓았을 뿐이다.    

어쨋든 '명령'을 듣는 순간 이 교장의 의도가 이성적이고 논리적인 판단에서 나온 것이 아니라는 생각을 했고, 믿었던 도끼에 발등 찍힌 기분이었다.

그리고 반드시 언젠가는 이 사실을 기록으로 남길 것을 결심했었다. 진작에 이에 대한 포스트를 쓴 적이 있었다. 그 때는 글자를 흰색으로 처리해서 올려 두었었다.

이제 다시 정리해서 남긴다.
이 글이 그 기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