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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미얀마

2024년 12월 미얀마 여행(3) - 네피도

by 리치샘 2025. 1. 5.

미얀마 고속도로

양곤에서 네피도로 가는 길은 하나 밖에 없는 고속도로를 이용했다. 국도도 있지만 도로 사정이 썩 좋지 않고 트럭들이 많아서 시간이 많이 걸린다.
양곤에서 만달레이까지 이어지는 고속도로는 전체가 콘크리트로 포장되어 있다. 하지만 포장 상태는 우리나라의 고속도로와는 질적인 면에서 많이 떨어진다. 대체로 곧은 길이지만 시속 100km 이상으로 달리면 무슨 일이 일어날 지 모를 정도로 노면 상태가 고르지 못하다. 또한 가드레일, 차선, 이정표 등 각종 안전시설이 거의 없다시피 해서 고속도로라고 부르기엔 민망스러울 정도다.

휴게소도 양곤-네피도 구간에는 단 하나 뿐, 두 도시의 딱 중간 지점인 115마일 지점에 있다. 양곤에서 네피도까지는 230마일, 370km이다. 정확히 1/2 지점 황무지에 휴게소를 만든 그들의 기획력을 어떻게 표현해야할 지 모르겠다.

동영상을 자세히 보면 길 가장자리에 일정한 간격으로 비석 같은
콘크리트 구조물이 있다. 이는 거리 표지판인데, 양곤에서 만달레이까지의 거리를 양곤을 기점으로 누적해가면서 표시한 것이다. 단위는 마일이고, 1마일을 8등분해서 1마일 당 8개를 세워두었다. 미얀마인들은 일반적으로 미터법을 사용하는데 왜 마일로 표시해놓았는지 모르겠다. 그리고 1마일을 8등분한 이유도 알 수 없다. 최근에는 군데군데 Km를 적어놓은 표지판을 추가로 세워놓은 것이 목격된다. 
또 하나 이해가 안되는 것은 만달레이에서 양곤으로 내려오는 하행선에도 똑같은 수치를 적어놓고 있다는 점이다. 그러니까 만달레이 쪽에서는 양곤까지 몇 마일 남았다는 의미로 읽혀지지만, 양곤에서 만달레이로 갈 때는 만달레이까지의 총 거리를 알지 못하면 거리 표지판은 의미가 없다. 이런 점을 알고나 설치한 것일까? 총거리를 표시해놓은 표지석은 아예 없다. 
최근 들어서야 우리나라의 도로처럼 쇠기둥에 패널을 달아 어디까지 얼마 남았고, 어느 방향으로 가면 어느 도시 혹은 지역으로 빠진다는 식의 이정표가 세워지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 갯수는 양곤에서 만달레이 전 구간에 걸쳐 몇 개 되지 않는다.

미얀마 유일의 고속도로

검문, 검색

양곤 외 지역을 방문하는 일정을 짜면서 사실 걱정했던 점 중 하나가 도대체 몇 번의 검문 검색을 당할 것인가였다. 도처에 군인과 경찰이 엉성한 바리케이트를 세워두고 검문을 한다. 검문 이유야 익히 알고 있을 터. 지금처럼 정국이 혼란스럽지 않을 때에도 검문은 있었고, 그 때마다 통행세 비슷한 돈을 쥐어줘야 했던 기억이 있다. 이번에는 더 엄격하게 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있었다. 하긴 작년에도 그렇게 엄격하진 않았다는 기억이 있다.
고속도로 상에서 두 번, 네피도 입구에서 한 번 등 총 세 번의 검문을 받았다. 별스러운 검문, 검색 없이 통과시켜주었다. '안녕하세요? 수고 많으십니다!'와 같은 한국어 인사가 도움이 되었던 듯(?)하다. 한류는 정부편이든 반정부편이든 이미 깊숙히 배여있으며 한국과 한국인에 대한 호감도는 아주 높다.

이번 네피도 가는 길에는 예전에 없던 서류가 추가되었다. 이 서류는 마치 네피도 입성 신고서 같은 성격으로, 대표자의 인적 사항을 적고(그 항목은 입국신고서 비슷했다), 일행 전원의 여권(패스포트) 사본을 제출하도록 했는데, 네피도 입구 검문소에서 그 서류를 요구했다. 조카 쪼묘왕이 미리 알려줘서 양곤 호텔의 협조를 얻어 서류를 미리 준비해간 것이 다행, 만약 준비하지 않은 채 검문소에 도착했더라면 적지 않은 시간을 허비할 뻔 했다.

네피도 입성 신고서

 

네피도, 그들만의 성채

네피도는 국회의사당, 대통령궁, 정부부처 등이 존재하고 있는 미얀마의 수도이다. 각국 대사관이 여전히 양곤에 있고, 관문 공항 역시 양곤이 담당하고 있어 완전한 수도 역할을 못하고 있긴 하다. 네피도를 방문하는 이들의 공통된 인상은 휭하니 넓은 도로에 차가 거의 다니지 않는 데 대한 괴이함이랄까? 시내버스도 택시도 만나기 힘들다.
이 도시는 정부 관료와 공무원, 그리고 군인들이 주민이다. 이 주민들을 '그들'이라 칭하고, 이 도시는 그들의 '성채'라고 해서 누군가 그랬듯이 '그들만의 성채'인 셈이다.   
이러한 성격과 도시에 대한 인상은 처음 네피도에 방문했던 10여 년 전이나 지금이나 변한 것이 없는 것 같다.

네피도의 명물인 20차선 도로는 여전히 패쇄되어 있었고 군인들이 양쪽 입구를 지키고 있었다. 이 도로 주변에는 대통령 관저와 국회의사당이 있다. 국회는 비어 있으니 대통령 관저의 경비가 주목적인 듯.
지나치면서 본 시가지는 시장 주변과 분수 공원에만 사람이 보였고 길거리는 사람도 차도 별로 없는 한산한 모습이었다.

네피도에는 세계 어느 도시에 가도 다 있는 다운타운이 없다. 높은 빌딩들과 수많은 사람들이 분주하게 움직이는 그런 곳 말이다. 그래도 식사를 할 수 있수 있는 식당들이 여럿 있고 더불어 쇼핑도 할 수 있는 곳을 꼽으라면 따베공 시장 주변일 것 같다.

최고 가성비의 더 레이크 가든 호텔

예전에는 주로 북쪽 호텔 지역에 숙소를 잡았으나, 이번에는 그쪽의 호텔들이 인터넷 부킹 사이트에 나타나질 않아 부득이 남쪽 호텔 지역에 있는 '더 레이크 가든 네피도 엠갤러리 콜렉션The lake garden Nay Phi Taw MGallery collection'이라는 매우 긴 이름의 호텔을 잡았다. 위치는 그 유명한 힐튼 호텔 바로 옆이었다. 다른 호텔을 잡을 수가 없어서 하는 수 없이 예약한 호텔인데, 이 호텔 한마디로 횡재한 느낌이었다. 넓게 자리잡은 부지에 울창한 숲 그리고 층고가 아주 높은 건물, 넓은 방과 멋진 소파형 침대가 있는 테라스, 어느 것 하나 흠잡을 데가 없는 멋진 호텔이었다. 게다가 우리를 위해 특별히 테이블을 내어준 레스토랑과 늦은 시간까지 서비스해준 종업원들. 3성급이지만 5성급과 같은 시설과 서비스였다.
일행들은 일정을 바꾸어 이 호텔에서 지내다가 귀국하자는 말까지 했다. 만약에 다시 네피도에 간다면 이 호텔을 반드시 잡을 것이다.

더 레이크 가든 호텔


네피도 지인들

네피도에는 나에게는 아주 중요한 지인 둘이 있다. 묘하게도 둘은 동갑내기다. 하지만 출신 배경과 성향은 정반대다. 한 사람은 위엄있는 군인의 아들로 사업가이고, 또 한 사람은 학자이자 공무원이다. 우리가 미얀마란 나라를 두고 이야기할 때 흔히 쓰는 분류법 즉 군부와 반군부 이렇게 양분하자면 이 두 사람은 대척점에 있다. 그렇다고 서로 미워하거나 싸우지는 않는다. 두 사람은 우리 일행을 위해 성심성의껏 도움을 준 참으로 착한 사람들이다. 차를 렌트해주고, 어려운 일이 있으면 어딘가 전화해서 해결해주고, 심지어는 달러를 미얀마돈으로 환전해서 가져다 주기도 했다. 휴장하는 줄 모르고 가서 골프장 주차장에서 당황하고 있을 때 일반인 특히 외국인은 부킹하기 어려운 골프장으로 에스코트해 가서 골프를 즐길 수 있게 해주기도 했다.
그렇게 하고도 대가를 바라지 않는다. 우리가 고맙다고 밥을 사면 저들도 우리를 초청해서 답례하는 멋진 사나이들이다. 

샨 레스토랑에서 만찬 후

차량 고장

이전에 타던 차가 못 미더워 차종까지 지정해서 빌린 이번의 차도 말썽을 일으켰다. 계기판에 엔진 이상 경고등이 들어오는데 양곤에서는 그래도 별 무리없이 잘 달리더니 네피도에 와서는 오르막길을 차고 올라가지 못하는 증세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차고지가 네피도라 운전사 우쪼는 이곳에서 점검 및 수리를 시도했다. 네피도 이튿날 핀마나 쪽의 카센터에서 점검을 받았는데 엔진 경고등이 사라졌다. 그런데 그 다음날 또 등이 켜졌다. 이날은 오전에 골프를 하고 오후에는 핀우린으로 갈 예정이었다.
그런데 시티골프코스(City Golf Course)에 도착해보니 마침 휴장일이었다. 골프장으로 가지 전에 일행 중에서 환전이 필요하다는 이가 있어 에뚜조에게 연락을 했다. 그는 미얀마 돈을 가지고 골프장까지 와주었다. 그리고 휴장하기 않은 엡야골프장으로 안내를 해주었다. 이 엡야골프장은 양곤의 쉐다곤 파고다를 그대로 베낀 우파타산티 파고다 주변에 있다. 아래 사진을 보면 저 멀리로 보이는 그 탑이다.

이곳은 외국인들에게 오후 2시 이후에만 부킹을 허용, 사실상 출입을 차단한 골프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