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광 인버터 연구개발 분야에서 나름 자리를 잡은 나의 작은 처남은 그 명성만큼이나 업무 스트레스가 많다. 그리고 기러기 아빠다. 그것도 스트레스 꺼리다. 그런 처남이 모처럼의 징검다리 연휴를 틈타 내려왔다.
스트레스에 찌들린 동생을 위해 아내는 어떻게 하면 몸과 마음을 쉬게 해줄까를 고민했고, 나도 옆에서 거들었다.
그래서 짠 2박 3일 일정 - 첫 날 장복산 편백길 걷기, 둘째 날 아침 골프 라운드, 저녁에 진해별밤콘서트 관람, 셋째 날 올라가는 길에 동행해서 함양 상림과 거창 창포원, 감악산 꽃별기행!
함양 상림은 산양삼축제가 벌어지고 있었다. 꽃은 대부분 다 지고 있었고, 우거진 숲길은 예나 다름없었지만 축제 기간이라 사람이 너무 붐볐다. 찻길을 통제하는 바람에 처남은 남쪽, 우리 부부는 북쪽 주차장에 차를 대고서는 사람 찾기에 더 신경을 써야 했다.
서둘러 상림을 빠져나와 점심으로 산양삼비빔밥을 먹고 거창으로 향했다.
거창 창포원은 내가 꼭 한 번 가보고 싶었던 곳. 좋다는 소문은 들었으되 두세 번 거창 방문 때 빠뜨렸던 곳이었기 때문이다.
창포원은 다양한 꽃과 식물들이 식재되어 있어 언제 방문을 해도 만족도가 높은 생태공원이다.
감악산은 창포원에서 차로 20분, 넉넉잡아 30분 거리지만 사람들이 몰리는 주말이나 공휴일에는 아무도 주차장까지 걸리는 시간을 예상하지 못한다. 거창일반산업단지를 지나 매산마을까지는 막힘없이 순조롭게 진행되었는데 매산마을 입구에서 교통정리하는 분들이 서 있고 그 옆에 붙은 현수막에 적혀 있기를 '여기서 차량정체되면 감악산까지 3시간 소요'라고 섬뜩한 정보를 제공해주고 있었다.
우리의 일정은 4시 반에 창포원에서 출발하면 5시 쯤에는 넉넉히 감악산에 올라 햇빛은 받은 보라색 아스타 국화와 어른 키 두 배는 되는 억새 속에 잠겨도 보고, 전망대에 올라 지는 해와 황홀한 노을도 감상할 요량이었다.
그러나, 10km를 남기고 차는 1분 전진, 20분 정체를 반복하기 시작한다. 네비도 헷갈렸던지 남은 시간과 거리를 뒤죽박죽으로 알려주고 가는 방향도 반대로 보여주기까지 한다.
그렇게 해서 감악산 주차장에 도달했을 때는 이미 해는 지고 어둠이 짙게 깔려버린 6시 30분 경!
계획하고는 딴 판이 되었지만 차가운 바람을 맞으면서 머물렀던 30여 분의 시간은 또 다른 감흥을 느끼게 해주었다.
세상은 낮에는 화려한 빛으로 아름답지만 밤은 빛이 단순화되어 또 아름답다.
이번 감악산행은 말 그대로 '꽃&별여행'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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