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광과 고창 속으로 들어가 본 것은 내 생애 처음이다. 고창 선운사는 예전에 주마간산식으로 한 번 다녀온 적이 있지만 그 때의 기억은 길 가로 복분자 가게가 유난히 많았다는 것 뿐, 별스런 기억은 남아 있지 않다.
이번 여행의 테마가 꽃무릇이었기에 영광의 불갑사와 고창의 선운사가 주 목적지, 법성포는 하룻밤 묵을 곳으로 예정된 곳이었다.
법성포는 인도의 마라난타 존자가 백제에 불교를 전해준 곳, 이름 그대로 불법의 성인이 닿은 포구(法聖浦)이다. 이곳에 도착한 마라난타 선사는 인근의 불갑사(佛甲寺)를 창건하면서 백제 땅에 불교를 심어놓게 되었다고 한다. 신라와 고구려의 불교 전래는 또다른 경로로 이루어진 것으로 알려져 있으니 이를 구분하기 위해 '백제불교 최초 도래지'라고 명명한 모양이다.
그러나저러나 그러한 신성한 역사 유적이 지금은 뒷전으로 밀린 듯하다는 인상을 지울 수가 없었다.
우선 최초 불교도래지라는 역사성은 뒤에 사진과 함께 언급할 테고, 법성포는 성지라는 인상보다는 굴비 동네라는 인상이 휠씬 더 강했다.
호텔에 짐을 풀고 저녁을 먹으려고 인근의 식당을 검색해봤더니 열에 아홉은 굴비식당이었다. 굴비하면 영광이고, 영광 중에서도 법성포가 굴비의 중심지였으니 그 명성을 지금도 이어가려는 동네 주민들의 합심과 자부심이 드러난 결과일 것이다.
하지만 요즘에 굴비가 서해안에서 잡히기나 하는가 하는 의구심이 들기도 해서 인터넷에서 찾아보니 법성포 더 남쪽에 있는 추자도 근방에서 잡은 참조기를 법성포 앞 칠산포로 가져와 인근 염전에서 나는 천일염에 절인 것이라고 한다.
어쨋든 어느 한 곳이 유명산지가 되면 그 인근도 그 동네 이름을 빌려쓰는 경우가 다반사이니 이해하지 못할 바는 아니다. 그런데 굴비는 알다시피 크기가 크지 않다. 두 마리 내놓고 밑반찬 곁들인 백반 1인분이 2만원으로 통일되어 있었다. 두 명이 먹으면 4만원, 막걸리라도 더하면 한 끼 식사에 5만원이 나가니 아내는 절대로 안먹겠다고 버틴다.
호텔 종업원에게 묻고 지나가는 행인에게 정보를 얻고, 그것도 모자라 인터넷 검색을 꽤 신중히 한 결과 겨우 한 군데의 순두부집을 찾아내어 피곤한 저녁을 먹었다.
9월 30일 월요일, 어제 일요일의 번잡함이 약간 수그러든 아침, 마트에서 산 콘푸르스트와 두유, 과일 등으로 간단한 요기를 하고 법성포구 쪽으로 나갔다. 왠 걸! 바다물이 없다. 배들은 모조리 갯벌에 다 얹혀있고 먹을 것 없는 갈매기들은 하릴없이 공중에서 떼를 지어 배회 중이었다. 안개가 낀 포구에 배가 들어와 부산한 모습을 상상한 머리 속이 갑자기 텅 비어 버렸다.
'법성숲쟁이꽃동산'이라고 소개된 소공원이 있어서 가봤더니 꽃이 없다. 그러데 올려다보니 산꼭대기 불상이 우뚝 솟아있다. 그 앞에는 그곳으로 오르는 승강기가 큰 규모로 서 있고. 그곳이 바로 '백제불교 최초 도래지'였다. 승강기는 잠겨 있고, 10층 높이쯤 되는 가파른 길을 오를 것을 생각하니 오늘의 남은 여정이 걱정이 되어 지나가는 우선 주차장을 찾았다. 주차장4(그림 참조)에 차를 대고 두리번거리면 길을 찾아봐도 오르막길만 보여서 마침 지나가던 동네분에게 찻길을 여쭈었더니 아주 친절하게 답을 주셨다.
야산을 돌아서 정문 쪽으로 갔다. 그곳에는 주차장이 없었다.
이 글을 보고 찾는 이들에게 시행착오를 줄어드리기 위해 백제불교최초도래지에 접근하는 방법을 적어본다.
가장 효율적인 방법은 주차장0에 주차를 하고 '서영수산' 쪽으로 난 해안 데크길를 따라 걸어가는 것이다.
두 번째 방법은 우회찻길로 해서 정문 쪽으로 가는 것. 그런데 정문은 탐방 혹은 참배객을 위한 문이 아닌 듯하다. 정문 안에는 주차할 곳이 없다. 아침 8~9시 경에 찾았을 때는 손님은 전혀 없었고, 주민 한 분이 산책 나온 모습이 눈에 띄었을 뿐이다.
좀더 여유가 있는 분은 주차장4에 차를 대고 '숯쟁이꽃동산'으로 난 산책길을 따라 접근하는 방법을 택하면 괜찮을 듯.
마라난타사. 백제에 불교를 전해준 인도 승려 마라난타를 기려서 세운 절인지 탑인지 모를 건물이다. 이름을 '마라난타사(寺)'라고 붙여놓은 걸보니 절인가 보다. 그런데 공사가 마무리 안되었다. 외벽을 둘러싸고 있는 비계의 모습으로 봐서 중단된지 적어도 1년 이상은 되어 보였다. 이 건물을 제외한 나머지 시설들이 완공이 되어 개방되고 있고 여기만 덜 되었다. '화룡점정'에서 점이 빠진 모양새다. 들어간 예산을 생각해보면 문외한 내가 봐도 1%만 더 들이면 완공될 것 같은데, 참 안타까운 모습이다.
꼭대기에 우뜩하니 서 있는 아라난타사. 그 아래쪽 부용루에서 올라가는 계단은 막혀 있다. 마라난타사의 공사가 덜 끝난 탓인가보다.
부용루에서 내려다본 모습. 계단은 사람의 발걸음이 드문 탓인지 검은 때가 묻어 있다.
부용루. 사방으로 틔어 있고 내부와 외부 벽에는 불교 관련 부조가 새겨져 있다.
부용루 외부의 부조는 먼지가 보얗게 쌓여 있어 관리가 안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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