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10년 여 우리 부부의 결혼기념일은 별다른 이벤트 없이 지나갔다. 이유는 나의 해외 여행 때문이었다. 매년 12월 말에서 1월까지 빠짐없이 장기 해외여행을 갔었다. 현직에 있을 때는 해외봉사단 활동으로, 퇴직을 하고 난 뒤에는 골프+여행+봉사활동으로 외유를 했다. 아내와 같이 간 적도 있었지만 대부분은 아내는 나라를 지키고(?) 나는 해외 정탐(?)을 갔었다. 1월 초에는 우리 부부의 결혼기념일과 나의 생일이 있어 이 두 가지 빅 이벤트를 부부가 함께 하지 못한 기간이 꽤 길었다.
올해도 역시 해외여행 계획을 세웠으나 나라 사정상, 가정 사정상 실행에 옮기지 못했다. 나라 사정은 미얀마의 내전 상황, 가정 사정은 장모님의 편찮음이었다.
새옹지마라고 해야할까? 해외여행 계획이 불발되어 오랜만에 이산의 1월이 상봉의 1월이 되었다. 그래서 결혼 기념일 여행을 다녀오기로 했다. 2024년 1월 12일은 41년 째 결혼기념일이다.
추억이 담긴 곳 두 군데와 평소 가보고 싶었던 곳 두 군데, 멀지 않은 곳으로 선택했다.
먼저 간 곳은 사천의 두량저수지. 연애 시절에 자전거를 타고 진주에서 데이트 갔던 곳이다. 아래 사진은 1981년에 5월에 찍은 것이다.


이번에 가서 보니 소나무숲과 저수지의 외형은 그대로인데 나머지는 다 바뀌어버렸다. 공원이 생기고, 낚시꾼들이 텐트로 진을 치고 있었다. 낚시꾼들은 예전처럼 많긴해도 그 사람들도 우리처럼 나이를 많이들 먹어버린 모습이었다. 그들이나 우리나 자전거 대신 차를 타고 이 곳에 왔고...

추억이 있는 곳 두 번째는 사천 선진. 1982년 봄 역시 연애 시절.
아름드리 벚꽃나무가 질서정연하게 서 있던 곳. 그러나 그 고목들 대부분은 사라졌고, 대신 아래 사진에 보이는 고목 사이의 어린 나무들이 장성을 해서 그 자리를 대신 채우고 있었다.



세월은 그야말로 눈깜짝할 사이에 가버린 것 같다. 엊그제 같은 날이 벌써 40년이 넘어버렸다. 추억을 찾아나섰지만 예전에 없던 성곽 그리고 낯선 건물들과 생뚱맞은 야외음악당 등이 추억 소환을 방해하였다.

선진에서 사천대교를 건너 서포에 닿아 점심을 먹었다. 미리 지도앱에서 맛집을 검색해서 몇 군데 물색해놓은 곳 중 한 곳인 석쇠불고기백반 집인데, 가격은 좀 있었으나 반찬들이 정성이 담긴 것들이라서 돈 아깝다는 생각은 전혀 들지 않았다.
기분 좋은 식사를 하고 비토섬으로 향했다.
비토섬 연륙교를 건너자마자 만난 안내판에는 우리 고전 별주부전의 무대가 이 곳임을 꽤 설득력있게 써놓고 있었다.
'별주부전'의 다른 이름 '토생전'에는 병을 얻은 용왕이 북해용궁 광택왕으로, 별주부전에는 동해용궁 광현왕이 등장하지만, '토별가', '수궁가' 등 판소리에는 남해용궁 광리왕이 나온다고 한다. 그리고 판소리 수궁가가 별주부전보다 먼저 나왔으며, 조선시대 고서에 나오는 별주부 축문을 보면 '남해용궁의 별주부'로 명시되어 있어 이곳이 확실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물고기 이름들을 근거로 대고 있기도 하다.
어쨋든 이곳은 토끼 관련 지명이나 상가 이름들이 엄청나게 많다.

사천 9경 안내판도 있다.
1경이 삼천포대교와 사천 케이블카, 이곳이 오늘 여행의 최종 목적지이다.

토끼섬에는 바다에는 굴 양식장이, 땅에는 멋진 외관을 가진 팬션과 캠핑장들이 많다. 인근에 있는 골프장에 1박2일 36홀 라운드를 한 일이 있는데 그때 하룻밤 묵었던 곳이 토끼섬의 한 팬션이었다. 저녁 노을이 무척이나 아름다웠고, 아침의 물안개도 황홀한 풍경이었던 기억이 남아있다.

토끼섬 끝자락에 있는 낙지포항, 낙지와 포항이 합쳐진 이름으로 인식될 법하다. 낙지포란 이름을 가진 어항이다. 뒷쪽에 보이는 섬은 표를 사야 들어갈 수 있는 낚시꾼들만의 섬이다.

요즘은 어딜가나 사람이 좀처럼 눈에 띄지 않는다. 아래 사진들에도 사람이 있으면 참 좋은 풍경이 될거란 생각을 지울 수 없다.

토끼섬의 바다는 썰물 때면 갯벌이 아주 넓게 펼쳐진다. 서해안에서나 볼 수 있는 풍경이다.

최종 목적지에 왔다. 사천케이블카를 타고 각산 꼭대기로 가서 해넘이를 볼 생각이었다. 부부가 같이 처음으로 경로우대를 받아 요금을 지불했다. 바닥이 투명으로 된 캐빈과 불투명 캐빈이 있었는데 투명 캐빈이 비쌌다. 고소공포증이 있는 우리는 돈 더 주고 고통받을 이유가 없지, 아무렴.



앞에 보이는 건물이 케이블카의 출발점이자 종점이고, 케이블카는 먼저 바다 건너 창선 쪽으로 갔다가 다시 다음 각산 꼭대기로 오른다. 각산 전망대에서 삼천포와 남해 창선 쪽을 전망하고 다시 케이블카에 탑승 원점으로 돌아오는 순환 코스이다.
각산 전망대는 각산 케이블카 승강장에서 계단을 통해 올라가야 한다. 인터넷 검색을 통해 볼 수 있는 각산에서의 삼천포대교 방면 야경 사진은 각산 전망대에서 촬영된 것으로 보인다.


사천시의 9경중 제1경을 볼 수 있는 곳이 바로 각산 전망대이다. 전망대에서 본 해넘이와 노을은 제1경으로 꼽아도 전혀 이의를 달 수 없을 정도의 절경이다.
케이블카는 평일에는 각산 기준 오후 8시까지 운행되므로 해넘이와 노을, 야경을 충분히 감상할 수 있는 시간이 된다.

노을이 어둠 속으로 사라지면 삼천포대교에 조명이 들어온다. 다리를 건너는 차들과 바다 위를 오가는 케이블카의 빛이 또다른 절경을 만들어낸다.





밤이 되면서 기온이 떨어져 한기가 엄습해왔고, 카메라의 배터리도 바닥을 드러내어 아쉬움을 남기고 하산을 했다. 미세먼지가 많아서 시야가 깨끗하지 못했던 점도 다음을 기약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모처럼 보람찬 결혼기념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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