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부터 지도를 펴놓고 어디서 새해 해맞이를 할 것인가를 고민했다. 창원 인근은 바다가 남쪽으로 면해 있어 수평선 위로 떠오르는 해를 보기가 쉽지 않을 듯했다. 해돋이-해넘이 시간과 방향을 가르쳐주는 앱을 이용하여 여러 군데를 찍어봤다. 결론은 눌차도 입구의 동선새바지.
동선에서부터 눌차도까지 방조제가 1km 쯤 있어서 많은 사람이 몰리더라도 내 한 몸 설자리는 있을 거라는 확신도 이곳을 결정하게 된 요인.
새벽 6시 집을 나섰다. 네비게이션 예상 소요 시간은 30분.
그러나 부산항신항에 들어서자마자 차가 브레이크 등을 밝히며 줄을 서기 시작한다. 동선방조제까지 3km 남기고 차들은 엉금엉금, 1km 남기고 공터가 보이길래 황급히 주차하고 걷기 시작했다.
동선방조제에 도착한 시각은 7시 무렵, 수평선 위로 검은 구름이 높고 긴 견고한 성을 쌓아놓고 있었다.
명지 신도시 쪽 모습. 낙동강 하구와 만나는 지점이다. 새들은 인파와 상관없이 제 할 일에 집중하고 있다.
동선 방파제 위와 그 쪽으로 통하는 길, 그리고 동선방조제에는 이미 사람과 사람의 간격은 거의 없어지고 어깨가 부딪힐 정도, 줄이 겹으로 쌓이기까지 했다.
어선이 새들이 모여 있는 곳을 한 번 휘저어준다. 놀란 새들이 잠시 혼란스런 날개짓을 하더니 배가 지나가고 난 직후에 다시 원래 자리로 되돌아와 안착한다.
동선새바지 등대 방향 구름 뒷쪽에서 햇살이 윤곽선을 그리기 시작한다.
새해맞이 기념 새들의 편대 비행.
밤새 달려왔을 비행기는 밤새 새우잠을 잤을 사람들을 고국 땅에 내려놓으려고 하고 있다.
해돋이는 순식간이다. '떠오른다'는 사람들의 외침이 있고 불과 몇 분만에 세상을 잠시 홍조를 물들이고는 허공에 떠버린다.
극적인 순간은 늘 짧다.
떡국은 집에 와서 먹었다. 인근의 찻집에서 특별 메뉴로 떡국을 마련했다면 기꺼이 사먹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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