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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

삼성 디지털카메라 Pro815

by 리치샘 2023. 12. 15.

지금은 삼성테크윈이란 회사가 한화테크윈으로 바뀌었고, 카메라 사업은 접고 대신 CCTV 쪽에 더 중점을 두고 있는 모양인데, 한동안 삼성카메라는 일본 제품이 독점하고 있던 시장에서 제법 존재감이 있었다. 소형 스냅용 카메라를 주로 만들던 삼성테크윈이 작심하고 하이엔드급의 카메라를 만들었다. 모델 이름은 Pro 815. 800만 화소에 15배 줌 성능을 가졌다 해서 그런 모델 이름이 붙었다고 하는데,  '일본산 카메라를 능가하는...' 뭐 그런 캐치프레이즈를 내걸었던 것으로 기억하기도 한다. 어쨋든 출시 당시인 2005년에는 대단한 관심을 끌었던 기종이다.

이 카메라가 내게 있다. 아직도 작동이 잘 된다. 첨단 산업 분야의 제품이라서 20년 세월이면 벌써 골동품이 되고도 남을 기기이지만 몇 가지 한계에도 불구하고 가벼운 사진 찍은 데는 별 무리가 없다.
단품 카메라는 최소 2000만 화소 이상이 기본이 되었고, 심지어 스마트폰 카메라도 1억 화소를 넘긴 제품들이 나오고 있는데, 800만 화소는 명함을 내밀기도 어려운 게 사실이다. 그러나 사진의 질이 화소수만으로 결정되는 것은 아니다. 카메라의 생명인 렌즈와 그 렌즈를 통해 들어오는 빛을 받아 저장장치에 담아주는 CCD 혹은 CMOS의 성능이 디지털 카메라 성능의 핵심이다. 그런 의미에서 보면 삼성프로815 카메라는 아직도 존재감을 분명히 인정해주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렌즈는 35mm 필름카메라 환산 28~420mm의 15배 줌 슈나이더 제품이다. CCD는 2/3인치로 당시로서는 제법 큰 규격이다.   
 

지금의 잣대로 보면 이 두 가지를 제외하면 나머지 기능들은 일반적이거나 구닥다리가 되어버린 것들이다.
3.5인치 대형 LCD가 붙었지만 움직일 수 없게 고정이 되어 있고, 해상도도 낮아서 LCD만으로 판단해서 셔터를 누르기에는 뭔가 모자란다. 뷰파인더도 전자식이라 LCD와 다를 바 없고. 표시되는 내용도 지금은 대부분 일반화되어 있는 것들이다.
상부에 작은 LCD가 있어 그것을 통해서도 파인더 및 촬영 모드, 각종 정보가 표시되긴 하지만 상대적으로 크기가 너무 작아 시인성이 떨어진다. 이 기능은 메이커 측에서는 세계 최초라고 강조하고 있다.
연사 기능은 일반이 초당 1매, 고속은 2.5매, 1백만 화소 상태에서 초당 10매로 이 역시 지금으로서는 코웃음이 나올 법한 제원이다.

동영상 촬영 성능은 더욱 격세지감이 느껴진다. 해상도 640x480, 초당 25프레임을 지원한다. 4K, 8K 운운하고 있는 지금에 비하면 유아기적 제원이다.

삼성 프로815 기종으로 촬영한 사진. 광각으로 찍었다.
삼성 프로815의 15배 줌으로 촬영한 사진. 사진을 클릭해 큰 사진으로 보면 아직은 쓸 만하다는 느낌이다.

가격도 그 당시로서는 제법 비쌌던 걸로 기억한다. 아쉬운 점은 SLR로 만들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점이다. 그렇게 나왔더라면 20년 세월이 흘러도 렌즈만큼은 살려쓸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미련 때문이다.
내 손을 거쳐갔던 소니, 캐논, 후지필름, 니콘 등 다른 디카 기종들이 죄다 고장이 나서 버렸지만 아직도 고장없이 작동되고 있다는 점이 고맙고, 그래서 소장할 가치가 충분히 있다고 가치 매김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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