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6일 현충일에 장인 어른 뵈러 국립 대전현충원에 갔었다. 해마다 하는 일이다. 장인 어른은 여행 삼아 다녀가라고 생전에 유언하셨다. 처의 가족들과 나는 장인의 당부를 가능하면 지키려고 애를 쓰고 있다.
올해는 처남 내외와 한차를 타고 대전에 가서는 작은 처남을 거기서 조우했다. 장인 어른을 참배하고 점심을 먹고는 부여로 갔다. 기실 나는 부여라는 동네를 태어나 한 번도 가본 적이 없다. 명색이 백제의 도읍지였던 유서깊은 고장인데도 말이다. 처남 내외도 나의 사정을 십분 이해하고 동행해주었다. 백마강 나룻배를 타고 고란사, 낙화암을 둘러보았다. 실제 역사든 전설이든 많은 이야깃거리들이 있을 법한 도시인데도 불구하고 전체적인 인상은 소박하다고나 할까, 덜 꾸며지고 거칠게 부각된 거리 모습들이 마음을 짠하게 했다.
다음 행선지는 1박을 위한 중간 기착지 전주. 전주 한옥마을 안에 있는 한옥호텔을 예약해두었다. 전주를 하룻밤 묵는 곳으로 정한 이유는 먹거리가 다양하고, 특히 한옥마을의 경우 볼거리도 솔솔하기 때문이었다. 저녁을 맛있게 먹었고, 다음날 아침도 해장국을 맛있게 먹었다.
전주 한옥마을의 거리에는 젊은이들이 많다. 그들은 대부분 한복을 빌려 입고 기념 사진을 남긴다.
처남이 자기들은 올해 결혼 30주년이라면서 결혼 복장으로 사진을 찍을거라고 했다. 기실 그때까지만 해도 나는 우리 큰 아들이 나이가 마흔이 되었다는 사실만 기억하고 있었을 뿐 우리가 결혼 한 지 40년이 넘었다는 사실은 현실에 소환하지 못하고 있었다. 마침 처남이 30주년 기념 사진을 찍는다길래 같이 편승했다.
그러고보니 우리 부부와 가족에게는 변변한 가족 사진이 없다.
옷을 고르고, 약간의 코디를 하는 동안 이미 찍어놓은 사진들을 감상하면서 사진에 대한 기대감이 조금씩 허물어지고 있었다. 사진 찍는 솜씨며 보정하는 기술이 약간 아마추어같은 느낌이 들어서였다.
이 사진이 원본 사진이다. 원본은 이것 말고도 많이 있었다. 연거푸 몇 십 장을 찍어 고른 사진이 이것이기 때문이다. 사실 이 사진도 처음 찍었던 사진의 옷맵씨가 엉망이라 다시 찍은 것이다.
아래 사진은 보정을 거쳐서 완성된 사진이다. 주름을 죄다 제거했다. 얼굴색도 밝게 했다. 이렇게 손질을 하다보니 결혼 40주년이 20주년 쯤 되는 것으로 보인다.
어쨋든 얼떨결에 기념비적인 부부 사진 한 장 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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