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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

진해 경화역공원 벚꽃 살이

by 리치샘 2022. 4. 3.

진해로 이사를 와서 처음으로 맞는 봄이다. 집이 경화역공원 바로 뒤 언덕 위에 있고, 거실에서 내다보면 경화역 공원이 한눈에 들어와 무척이나 기대했던 봄이다.

경화역공원은 열차가 지나면 벚꽃이 눈처럼 날리는 풍경을 연출해서 전국적으로 유명한 벚꽃 관광지이다. 여객 열차는 오래 전에 끊겼고, 역도 없어지고 공원으로 바뀌었지만 수십 년 묵은 벚꽃 나무는 여전하다. 
꽃비 열차 사진 보기 : https://blog.daum.net/equz/17

아침 저녁 수시로 내려가 벚꽃 나무를 살폈지만 3월 마지막 주가 되어도 봉오리만 지닌 채 꽃을 피울 기색을 보이지 않았다.

3월 26일 제법 많은 비가 내렸다. 겨우내 비라고는 구경 못하고 숨죽이고 있던 수목들이 생기를 얻기에 충분했다. 그리고 갑자기 새싹과 꽃봉오리들을 뿜어내기 시작했다.

 

비가 그치고 하늘과 지상의 모든 구조물과 생물체들이 묵은 때를 벗겨낸 듯 말끔해졌을 때 경화역공원 서쪽 출입구 쪽에 능수벚꽃이 피었다.

경화역공원, 3월 27일


일명 수양벚꽃 혹은 처진개벚이라고도 하는 능수벚꽃은 가지를 능수버드나무처럼 늘어뜨리고 꽃들을 달아서 특이한 자태와 아름다움을 뽐낸다.

경화역공원 능수벚꽃, 3월 27일


봄소식을 알리는 뉴스에 빠짐없이 등장하는 진해 벚꽃이다보니 벚꽃이 만개하는 3월말에서 4월 초순 사이에는 수많은 선남선녀들이 이곳을 찾는다. 평소에 동네 어르신들의 산책 운동 장소인 이곳이 인파로 넘쳐나면 동네 터줏대감과 마님들은 새벽과 저녁으로 쫓겨나지 않을 수 없다.

이른 아침, 해뜰녘의 경화역공원
벚꽃이 만개하여 철길 위로 벚꽃 터널을 이루면 많은 사람들이 아침부터 북적댄다.

 

경화역의 벚꽃은 왕벚꽃나무들이 대부분이어서 꽃송이가 매우 풍성하다.


이사 와서 맞이하는 첫 봄 경화역공원 주변 살이 소감은 희비가 교차된다고 해야할 것 같다. 가장 큰 기쁨은 화사한 벚꽃과 함께 봄을 맞이한다는 점이고, 반면에 벚꽃 행락객 때문에 교통 상황이 극도로 나빠진다는 점이다.


주변에 주차할 수 있는 공간이 많지 않다보니 외지의 차들은 주차할 곳을 찾아 뱅뱅이를 돌고, 덩달아 주민들도 외출하기가 부담스러울 정도로 혼잡함에 시달려야 한다. 어제 광석골 갔다가 돌아오는 길이 막혀서 평소에는 10분이면 되는 길을 40분 걸려서 겨우 왔다.

 

그래도 좋다. 길어야 보름인 이 북새통을 즐기자. 지금 창밖으로 보이는 진해는 온통 흰 밀가루를 포대기 채로 흘려놓은 듯 벚꽃들로 뒤덮여 있다.

https://youtu.be/F9e21HGfAo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