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8일에 이어 오늘(2018년 5월 13일) 다시 악양 둑방을 찾았다.
4시 쯤 도착해 보니 악양마을 입구 주차장은 이미 차로 가득했고 입구의 진입로까지 차들이 줄지어 서 있었다. 차댈 곳이 마땅치 않아 돌려서 악양루 입구로 향했다. 악양루 데크로드로 해서 악양루에 들렀다가 지난 번 못가봤던 생태공원도 둘러볼 요량으로.
악양루는 절벽에 세워진 조그만 정자다. 남강을 내려다보는 경관이 빼어나 중국의 악양에 비할 만하다 해서 붙인 이름이란다. 실제로 마루청에 앉아서 내려다보는 경치는 바삐 살지말고 여기서 심호흡 실컷하면서 쉬었다 가라고 하는 것 같다.
데크로드를 따라가다 보면 퇴적작용으로 만들어진 바위의 겹겹을 손으로 만져볼 수 있다.
화려한 꽃들이 워낙 많아 관심 밖으로 나가버린 찔레꽃. 그러나 절대로 외면할 수 없는 짙은 향을 뿜어내고 있었다.
얼마 안되는 데크로드 끝에는 악양생태공원이 이어지고 있다. 말이 생태공원이지 너무나 인공적인 공원이다. 나무며 꽃이며 길이며 제방 모두가 사람 손이 가지 않은 곳이 없을 정도다. 자연과는 전혀 가깝지 않은 느낌.
둑길에는 많은 금계국이 심어져 있었다. 다음 주 쯤(5월 20일 경)에는 만개할 듯.
차로든 걸어서든 접근하기가 그리 쉽지 않은 곳에 언듯 보기에도 상당히 많은 돈을 들였을 것으로 보이는 이런 공원을 왜 만들었는지 의문이 내 머리를 혼란스럽게 했다. 주변에 리조트 혹은 음식점 등 편의, 위락 시설이 있는 것도 아니다. 그야말로 외딴 곳이다. 작년(2017년)에 완공한 모양인데 내년 쯤에는 다시 잡풀이 더 많은 원시 상태로 돌아갈 것 같은 예감이 든다. 이 공사에는 함안 군민의 피땀어린 돈 뿐만 아니라 전국민이 낸 세금도 들어갔을 것으로 보이는데 정말로 무책임하게 일을 벌린 것 같은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돈은 쓰라고 만든 것이지만 그렇다고 함부로 쓰면 안된다. 특히 내 돈이 아니고 백성들이 대신 쓰라고 맡긴 돈은!!
▽ 파노라마 사진(클릭하면 큰 그림이 나옴)
생태공원 한 켠에 처녀뱃사공 노래비가 또 있다. 악양루 입구 쪽 길가에 노래비가 있는데 여기에 또 세운 이유가 뭘까?
그건 아무리 생각해도 모를 일이고, 가사를 보다가 2절의 첫구에 앙가슴이란 말이 들어 있음을 본다. 이제까지 앞가슴인 줄 알았다. 이 비석에도 나처럼 앞가슴으로 알고 새겼다가 고친 흔적이 보인다. 인터넷 사전으로 찾아보니 가슴과 가슴 사이라는 뜻이란다.
왔던 길을 되돌아간다.
악양루 바로 아래 데크길에는 차칫하면 큰 머리 상처를 입을 수도 있는 튀어나온 바위가 있다. 조심할 일이다.
오늘은 악양마을을 지나 둑의 서쪽 끝에서 둑방길 걷기를 시작한다. 꽃이 심어져 있는 둑방길은 대략 2.6km, 중간 지점에 풍차 모양의 관리소가 있다.
남강 둔치에는 보리며, 감자 등이 심어져 있다. 땅이 아주 비옥해 보인다.
둑방에 심어져 있는 꽃은 양귀비가 대부분이다. 그것도 붉은 색이 대부분이어서 조금은 단조로운 느낌이 없지 않다. 하지만 자세히 보면 다양한 종류의 꽃들이 양귀비들 사이사이에 있음을 본다.
마침 경비행기 한 대가 땅을 박차고 공중으로 솟아오르고 있다.
풍차 주변에는 양귀비 꽃이 자리를 비키고 다양한 화초들이 아름답게 꾸며져 있다.
물과 핫도그, 커피를 파는 노란 색의 푸드 트럭도 있다.
운치 있게 만든 나비 등받이의 의자 뒤로 악양마을이 보인다. 오른쪽 날개 너머로 보이는 곳이 주차장이다. 그런데 주차장에는 왜 차가 없지? 자전거를 빌려주는 곳도 이 곳에 있다.
오늘의 일몰 시간은 7시 20분, 해가 넘어가기 시작한다.
넘어가는 햇빛을 받은 양귀비는 씨스루(See through)의 요염한 자태를 뽐낸다. 여기에 올 때는 씨스루 옷을 입고 예쁜 양산 받쳐들어야 어울리겠다고 아내가 한 마디 한다.
해가 넘어가니 의령 쪽 서녘 산에 풍력 발전기가 보인다.
악양둑방에서는 시간이 멈춘다. 재촉할 일도 없고 재촉해서도 안되는 마음을 저절로 갖게 되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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