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충일을 전후로 장인어른을 뵙는 일은 올해는 당일의 번잡함을 피해 몇일 늦추어 주말을 이용했다.
6월 9일 토요일 아침에 대전 현충원으로 한걸음에 내달았다. 교통은 원할했다.
그러나 내리쬐는 자외선 땜에 오래 머물진 못했다.
동학사 입구의 맛집 '이 뭐꼬'에서 늦은 점심을 먹었다.
애초에는 거창 수승대에 가볼 생각이었는데 가는 길이 무주구천동을 통과하길래 들렀다.
무주구천동 계곡을 따라 1시간 여 걷다가 해인사로 향했다.
예약이 필요없을 듯한 느낌도 없지 않았고, 지나는 길에 팬션도 더러 있을 것같은 예감이 있었지만,
주말이라 예약을 하는 곳이 걱정을 덜 것 같아서 늦은 점심을 먹으면서 소리길 입구에 있는 국일장모텔(이름이 좀 수구적이지 않은가?)을 예약했다. 우리 일행(처제네와 우리 내외)이 필요한 방 두 개가 마지막으로 남아있다고 해서 전화상으로 예약을 했었다.
해인사 나들목 근처의 '화촌숯불가든'에서 이 지역에 근무하고 있는 지인의 소개로 맛난 저녁을 먹었다. 모듬 고기로 해서 4명이 5인분을 먹었는데 양이 넉넉했고, 반찬과 된장도 토속적인데다가 가격까지 착해서 즐거운 식사가 되었다.
국일장모텔은 없었다. 대신 그 지번에 앉아 있는 집은 '소리숲'이라는 펜션 겸 호텔이었다.
최근에 리모델링을 한 듯 시설들이 깔끔했다.
특히 아침으로 제공되는 빵과 계란 후라이, 셀러드는 감동적이었다.
아침 10시를 넘기고 소리길로 나섰다.
계곡과 숲이 어우러진 가장 멋진 길을 어디냐고 묻는다면
합천 해인사로 오르는 '소리길'을 첫 손가락으로 곱겠다.
세속의 험한 소리에 찌들린 귀를 씼어주는 청량한 물소리와 산새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단지 아쉬운 점이라면 주말 방문객이 너무 많아 사람으로 인한 신경쓰임이 예사롭지가 않았다는 것.
해인사 초입에 있는 길상암
쉬엄쉬업 오르다 되돌아보니 어느덧 출발점에서 5.8km를 왔다.
여기서 다시 약 1km 이상을 걸어야 해인사에 닿을 수 있다.
드디어 해인사.
몇 십년 만에 왔다.
장인어른은 생전에 대전 현충원을 당신의 만년유택으로 정하시고, 현충일이 되거든 가족들 모여서 여행삼아 다녀가라고 유언하셨다. 그 유언을 받들어 우리는 해마다 사정에 맞추어 유택을 찾아뵙고, 오는 길에 여행을 하는 은덕을 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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