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 전에 퇴직한 친구들의 사는 모습을 보면서 많이 부러워했다.
부러우면 지는 거라고 했다. 지는 것이 싫은 성격인데, 막연히 감정으로 부러워하는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면서 퇴직 결정에 신중을 기하려고 노력했다.
판단이 어려우면 항목을 정해두고 점수를 매겨보라고 했다. 이를테면 아침에 일어나기, 삼시 세 끼 밥 먹기, 여행하기, 골프로 포함한 운동하기, 대인관계에서 받는 스트레스, 금전적 어려움 정도 등등.
이미 몇 년 전에 거의 모든 면에서 정년까지 가는 것보다 퇴직이 낫다는 결론에 이르렀고, 그 시점을 2018년 2월로 잡았다. 그리고 결행했다.
지금 나는 너무 여유롭다. 건강도 좋아지는 것 같고, 이런 저런 스트레스는 거의 다 사라졌다.
3월 한 달은 정신없이 지나갔다. 백수가 과로사한다는 우스갯소리가 있는데, 우스갯소리 만은 아닌 것 같다. 가장 중점을 두려고 했던 외국어(영어, 미얀마어) 원격교육은 회원 가입 정도 밖에 못했다. 오래 전부터 꼭 익히고 싶었던 애프터이펙트 프로그램 익히기는 10%도 못한 것같다. 내가 좋아하는 음식 5가지 조리법 익히기는 노력은 했으되 역시 진도는 지지부진. 대신 설겆이, 채소 썰기, 고기 굽기 등은 어느 정도 숙달되어가고 있다.
4월 들자마자, 37년 전 캠퍼스 친구들과 정을 쌓았던 호수(진주시 금산면 금호지)를 정담을 나누며 한 바퀴 돌아보는 시간을 가졌다. 때는 수양벚꽃이 흐드러지게 피기 시작하는 시기였다. 하지만 이 자리는 캠퍼스 친구 중 한 명이 세상을 떠난 문상 후 행차였다.
금호지 방문 다음날, 진주와 대구에 있는 매제와 거제 동생과 함께 한 라운딩, 이 기회는 주중에 이루어졌다. 주중 라운드는 직장인의 로망! 직장있는 동생들은 휴가를 내고 왔다. 일하지 않고 휴가까지 내고 골프를 친다고 험담하지 말라, 요즘은 휴가보상비 아낀다고 휴가 가라고 재촉하는 분위기다.
폼이 많이 무너졌다. 방향성도 나빠졌고 거리도 줄었다. 집과 가까운 인도어 연습장에 3개월 짜리 회원 등록을 했다. 지금은 이 보다는 좋아졌다고 자평한다. 스코어도 기대보다 잘 나온다. 80대 초중반.
꽃은 사랑이다. 사람을 행복하게 한다. 멀티미디어연구회 회원들이 오랫만에 자리를 마련했다. 나의 퇴직을 기념하는 자리였다. 장미 한 다발에 나는 비행기(!)를 탔다.
집에도 꽃이 만발이다.
공을 같이 칠 친구들이 없어서 어떡하나 하는 염려가 퇴직 생활에서 가장 큰 걱정 중 하나였는데, 온라인 모임으로 해소가 되었다. 밀사모(https://band.us/band/62772979)를 비롯한 몇 개의 온라인 모임이 만들어내는 한달에 거의 20번 넘는 골프 라운드 기회, 그 중 어느 것을 선택할 지가 오히려 고민이 되었다.
지난 3월 처음으로 밀사모 모임차 가본 진주CC, 이 라운드에서 다(多)보기상을 받았는데 이번 4월 달의 다이아몬드CC 라운드에서도 다보기상을 받았다. 보기 많이하면 변태라는데...ㅋㅋ
어쨋거나 골프 온라인 모임은 골프에 대한 갈망을 넉넉히 해소해주고 있다.
자신보다는 골프 매니아의 즐거운 라운딩을 위해 애를 써주시는 선구자 분께 경의를 표하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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